성인용품 파는 20살 몽골 소녀의 성장기
몽골 영화 <세일즈 걸>은 갓 스무 살이 된 소녀 ‘사룰’이 성인용품 숍 사장님 ‘카티야’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며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성장 드라마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무 살 대학생 ‘사룰’(바애트세지 베랑글)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모님의 권유로 적성에도 맞지 않는 원자력공학과를 다니고 있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버거워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별로 친하지도 않은 과 동기가 아르바이트 대행을 부탁한다. 각종 성인용품 판매 및 배달을 하며 영업이 끝난 후에는 사장에게 정산금을 갖다 주는 일이다.
난생 처음 본 19금의 세계에서 허우적대던 사룰은 속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사장님 ‘카티야’(피도브쟌트스 엥크튤)를 만나고, 카티야는 업무시간 외에도 사룰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인생과 어른들의 세계를 알려주기 시작한다. 낯부끄러운 다양한 성인용품들 속에서, 사룰은 여러 종류의 손님들과, 신비롭고 독특한 사장님 카티야를 알아가며 점점 새로운 세상을 배워간다.
영화 <세일즈 걸>(사진=대성필림)
영화 <세일즈 걸>은 제3세계의 독특한 감성과 신선한 연출력을 인정받아 몽골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손꼽히는 생게도르지 잔치브로드지프의 작품으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3회 호주 애들레이드국제영화제, 제10회 바르셀로나 아시안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부터 생소한 몽골 영화지만 주인공 사룰이 겪는 사건들은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공감을 자아낸다.어른들의 세계에 첫발을 들인 스무 살 소녀 ‘사룰’ 역은 몽골 배우 바애트세지 베랑글이 맡았다.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그녀는 제17회 오사카아시안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모든 것이 서투르고 감정적인 사룰이 가끔은 선을 넘는 카티야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과 부딪히며 서로 성질을 부리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웃고 떠들고, 소소한 시간을 즐기며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은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영화는 어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극복한 것은 아니며 더 흔들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나이 차이를 넘어 우정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룰은 드디어 자신이 원하던 것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 <세일즈 걸>(사진=대성필림)
포스터에 나오는 장면 때문에 섹시하거나 코믹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는 성인용품점이라는 배경으로 스무 살 청춘의 성장기, 우정 등을 이야기한다. 민주주의가 들어온 지 오래되지 않은 몽골 내의 다소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길 꺼려하는 ‘성’이라는 주제에 대해 평범하게 이야기해보자고 말을 거는 영화다.누구에게나 세상에 처음 나가 접하는 어른의 세계가 있었을 것이다. “두려움을 가슴에 품고 살지 마, 인생은 금방 지나가 버릴 거야”라는 카티야의 조언은 인생과 삶의 재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 음악도 화면과 잘 어울리는데, 영화 속에도 등장하는 몽골 밴드의 음악이 사룰의 성장기와 잘 대입이 된다. 바애트세지 베랑글이 연기한 사룰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국내에선 생소한 몽골 영화를 접할 기회다. 러닝타임 123분.
영화 <세일즈 걸> 포스터
[글 최재민 사진 대성필림][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5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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