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조은은 모제 아세프자(Moje Assefjah)의 개인전 'Tales from the Waves'를 오는 9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개최합니다. '광활한 파도의 무한함'을 주제로, 작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브러시 스트로크와 풍성하게 굽이치는 선들 그리고 감각적인 풍경을 선사합니다.
최근 이탈리아의 지중해 섬 사르디니아 해안에서 시간을 보낸 작가는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깊은 바다의 아름다움과 다시 마주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에게 바다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물의 소리'와 결합돼 인지됐습니다. 바다의 물소리와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어린 작가를 명상의 상태로 이끌었고 이내 무한함과 꿈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작가에게 바다는 항상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색채와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가득 찬 곳입니다.
© Mojé Assefjah. Courtesy of Galerie Tanit. 갤러리조은 사진제공
아세프자의 작품 안에서는 아름다운 곡선이 수직 수평의 조형적 공간을 가로지르며 리드미컬하게 펼쳐집니다. 미술 평론가 안-마리 보네(Anne-Marie Bonnet)는 아세프자의 작품이 마치 '바다와 대양이 달과 나누는 대화'와 같다고 하며 "인류세(Anthropocene, 환경 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 안의 작금의 우리에게 자연의 연약함과 소중함을 상기시킨다"고 평합니다.
특유의 굽이치는 선은 작가의 뿌리인 페르시아 캘리그래피 예술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서예 예술에서도 영감을 받았습니다. 또한 서양 회화의 로브 (robe, 길게 흐르는 의복)에 대한 작가의 심도 있는 연구와 시각적 경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안 마리 보네는 아세프자의 작품이 "회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교류 공용어 (lingua franca 링구아 프랑카)가 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서양 미술사에 대한 작가의 깊은 연구에서 비롯된 에그 템페라 기법(Egg tempera, 계란, 물, 안료, 린시드 오일을 섞어 만든 물감)은 작품에 온기와 촉감적 느낌을 선사합니다. 에그 템페라로 완성된 표면은 고정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듯 유기체적인 텍스처를 가지게 됩니다.
© Mojé Assefjah. Courtesy of Galerie Tanit. 갤러리조은 사진제공
이란에서 태어났지만 유년 시절 가족 전체가 독일로 이민을 가며 동서양의 문화적 유산을 동시에 간직한 작가는 독일 뮌헨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독일을 비롯해서 프랑스, 영국 등 유럽과 아시아에서 활발하게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2년 블루 라이더(Blue Rider 청기사파) 세계 최대 소장처인 독일 뮌헨 렌바흐 하우스(Lenbachhaus) 뮤지엄에 작품이 전시, 소장되면서 전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갤러리조은에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28점의 최신작을 통해
추상과 구상, 과거와 현재, 동서양을 넘나드는 작가만의 독창적 시각언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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