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의 시네마틱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 3부작,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감독, 각본을 맡은 영화 <오펜하이머>가 광복절인 지난 8월15일 개봉한 뒤 4주 차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CG를 전혀 쓰지 않았고, 영화 역사상 최초로 흑백 IMAX 필름 촬영을 구현해 화제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비밀리에 진행된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미국의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핵무기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그는 모든 전쟁을 끝내고 세상에 평화를 안기고 싶었으나 냉전과 함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인다. 원자력위원회의 창립 위원으로 미국의 원자력 정책을 수립하는 ‘루이스 스트로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독과의 갈등도 그중 하나. 결국 오펜하이머를 끌어내려는 보안 인가 청문회가 열리고, 핵무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낸 그는 영광 대신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북미에서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를 뛰어넘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영화 <오펜하이머>는 “<인터스텔라>의 과학과 감성, <덩케르크>의 감동과 웅장함이 모두 있다”(-「Hollywood Reporter」)는 평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핵무기 개발을 위해 진행되었던 비밀 프로젝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정신 속으로 걸어가 그의 고뇌와 도덕적 고민을 함께 하는 영화는, 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까지 이어지는 무기의 발명을 다룬 과학 및 역사 다큐이기도 하고, 시간 차를 두고 오펜하이머의 보안 인가 청문회를 다루는 정치스릴러이자 법정물이기도 하다.
<다크나이트>, <인셉션>, <덩케르크>에 이르기까지 놀란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킬리언 머피가 세상을 영원히 바꾼 천재 과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 역을 맡아 실존 인물인 ‘오펜하이머’의 외형은 물론, 지성과 고뇌, 내면의 복잡성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오펜하이머와 함께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끄는 장군 ‘레슬리 그로브스’ 역은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수상에 빛나는 할리우드 명배우 맷 데이먼이 맡아 극에 유머와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번 영화로 놀란 감독과 첫 조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오펜하이머와 대립각을 세우는 원자력 위원회의 창립위원 ‘루이스 스트로스’ 역을 맡아 열등감과 자격지심, 시기에 휩싸인 논쟁적 인물을 소화해낸다. 전 세계가 사랑한 MCU 최고의 캐릭터 ‘아이언맨’으로 11년 동안 맹활약했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오펜하이머의 삶에 실제 큰 영향을 미친 스트로스 제독 캐릭터를 강렬하고 입체적으로 연기해낸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이 외에도 오펜하이머의 아내인 캐서린 키티 오펜하이머 역에 에밀리 블런트, 전설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 역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 같은 레전드 배우들과, 데인 드한, 조쉬 하트넷, 라미 말렉 등 혼자서도 원톱이 가능한 배우들이 오펜하이머를 구원하거나, 몰락시키는 주변 인물로 등장한다.핵무기가 개발될 때까지 과학자들의 가족이 함께 살았던 1940년대 로스앨러모스 지역을 100% 완벽하게 구현해낸 영화는 특히 CG 없이 핵폭발 실험인 트리니티 테스트를 실물로 재현해 화제를 모았다. 대형 미니어처를 포함해 실제로 여러 차례 폭발을 일으키며 촬영한 핵무기 ‘트리니티’ 폭발 실험 장면은 여러 각도에서 고속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합쳐 완성됐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좋아하는 ‘CG Zero’를 실현해낸 것 외에 최초로 흑백 IMAX 필름으로 촬영한 점도 돋보인다.
오락 영화라기보다는 오펜하이머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자서전 내지 기록영화에 가까우므로 3시간의 러닝타임은 쉽지 않으나, ‘핵무기 개발-오펜하이머의 개인적 서사-이념 갈등’이라는 3중 구조를 치열하게 따라가는 대작임은 분명하다. 영화가 끝나도 핵폭발의 강렬한 진동과 소리가 고뇌하는 오펜하이머의 감정과 함께 오래 잔상이 남는다. 러닝타임 180분.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글 최재민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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