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발견된 뒤부터 목표였던 재건, 최근 검토 막바지
"세우면 가치 떨어진다"... 현 상태 보존하자는 신중론도
"세우면 가치 떨어진다"... 현 상태 보존하자는 신중론도
지진으로 넘어져 수백 년 넘게 모습을 감추고 있다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검토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르며 재건이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최근 마애불의 재건과 보존 방법을 정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이 마애불은 지난 2007년 5월 22일 남산 열암곡석불좌상과 그 일대를 발굴 조사하던 때 발견됐습니다. 약 70~80t으로 추정되는 무게에 큰 규모로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놓여있는 모습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 / 사진=연합뉴스
불상의 콧날이 땅 위에 있는 바위와 5cm 정도의 간격만 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굴 부분이 바위와 닿지 않은 덕에 심각한 훼손을 피했고 '5cm의 기적'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마애불이 쓰러진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경주 일대에 수차례 발생한 지진의 영향을 받아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 불상은 발견된 직후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산 중턱 급사면에 놓여 있고 무게가 엄청난 데다 접근로가 좁아 16년이 지나도록 보존만 해온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조계종이 이를 바로 세우는 데 의욕을 보이면서 관련 당국도 기술적 검토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올 여름쯤 최종적인 검토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마애불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보존하자는 신중론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순웅 목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는 "오백 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엎드려 있었던 마애불상을 원래 자리에 세우는 일은 역사를 새로 만드는 행위"라며 "500년 전에 만들어진 기적을 없애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자 기억을 지우는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재경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이미 자연재해로 인해 불상의 원형이 훼손된 상태고, 원래 위치를 특정할 사료가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복원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불상을 재건할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김재경 교수가 제안한 마애불 존치 시 관람객 모습 설명도 / 사진=경주시 발행 '경주 남산 열암곡마애불상의 가치와 보존 학술대회' 자료
더불어 "지면에 닿을 듯 닿지 않고 원형이 보존된 안면부의 극적인 모습 때문에 불상이 주목을 받는 것"이라며 현 상태를 보존하는 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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