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 한국영화제 '마스터클래스'서 伊영화팬 만나
"영화 철학? 없다. 하루하루 근근히 일해. 대신 일은 열심히"
"영화 철학? 없다. 하루하루 근근히 일해. 대신 일은 열심히"
봉준호 감독은 어제(6일) 이탈리아 북부 피렌체의 라 꼼빠니아 극장에서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에서 자신은 한껏 낮추면서도 이탈리아 영화의 유구한 역사를 치켜세워 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날 행사는 올해로 제21회를 맞은 '피렌체 한국영화제'의 주요 행사 중 하나로 열렸습니다. 470석 규모의 영화관이 꽉 찼고, 관객 대부분은 이탈리아의 젊은 영화 팬들이었습니다.
봉 감독은 그의 페르소나(감독을 대변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나 다름없는 배우 송강호에 대해 "한 명의 연기자라고 하기보다는 감독에게 영감을, 용기를 주는 존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예를 들면 '기생충' 클라이맥스에서 송강호가 우발적으로 하는 행동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관객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송강호라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있었다"며 "배우의 존재감이 창작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살인의 추억'에서 함께한 배우 박해일에 대해서는 "박해일을 보면 아름답다. 눈빛도 아름답고 사슴 같은 사람"이라며 "동시에 비누 냄새 나는 사이코패스 느낌도 있다"고 했습니다.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사로잡은 괴물 같은 작품들로 한국 영화사에 선명한 궤적을 그려왔다. 이어 '기생충'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르며 명실상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는 지난해 영국 런던 외곽에서 신작 영화 '미키17' 작업을 했다며 "SF 영화고, 규모가 크지만 저다운, 저스러운 영화"라며 "슈퍼 히어로는 안 나오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봉 감독 영화의 대표적 특징은 우화적인 이야기로 풀어내는 시대성과 사회성입니다. 그는 "아무리 개인적인 얘기를 한다고 해도 개인의 작은 어떤 부분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개인이 속한 맥락과 위치가 나온다"며 "어쩔 수 없이 계층, 계급으로 번져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회적,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그렇게 돼 버린다. '기생충'도 그런 케이스"라며 "그래서 어차피 계급이나 계층의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면 설사 영화가 어두워지더라도 정면 돌파하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살고 있는데 똑바로 직시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생충'을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 쓴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랐다"며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영화의 역사를 조금은 알고 이탈리아 영화만의 강력한 전통과 역사를 좋아했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이탈리아 영화의 역사를 빛낼 수 있는 영화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는 본인의 영화 철학을 묻는 질문에는 "없다. 하루하루 근근히 일하고 있다"며 "대신 일은 열심히 한다"고 겸손하게 답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