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력 만렙냥과 쥐들의 모험
영화는 세계적인 판타지 소설 작가 ‘테리 프래쳇’의 『놀라운 모리스와 똑똑한 쥐 일당』이 원작이다. 독일의 오래된 민담 ‘피리 부는 사나이’를 완전히 다른 판타지로 풀어낸 작품으로, 똑똑한 지능과 정직한 양심을 가지고 있는 쥐들과 돈을 좋아하는 사기꾼 고양이 캐릭터가 만나 떠나는 모험 얘기다.※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몸집만큼 큰 꼬리에 복슬복슬한 털이 매력적인 ‘모리스’는 사람 뺨치는 말솜씨와 화려한 쇼맨십을 가진 사기력 만렙 고양이다. 허당 피리꾼 ‘키이스’, 쥐 친구들과 작전을 짜고, 마을마다 성공적인 사기 행각을 이어가던 모리스는 배드블린츠 마을의 4차원 소녀 ‘멜리시아’에게 그만 정체가 탄로난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도와 마을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선 ‘팀 모리스’는 수많은 쥐들이 모여 하나의 사람 형태를 한 악당인 ‘쥐 마왕’을 만나고, 쥐들의 마음을 조종해 인간 세상을 지배하려는 그의 음모를 알아채지만 곧 예상치 못한 위험에 처한다. 모리스와 친구들은 잡혀 있던 쥐 친구 ‘복숭아’를 가까스로 구해내고, 멜리시아는 키이스와 함께 ‘쥐 마왕’에게 맞서기 위해 진짜 마술피리를 찾아 나선다.
지능이 생긴 뒤로 세상의 이치가 돈과 맞닿아 있다고 여기며, 늘 자신밖에 모르던 ‘모리스’. 영화에서 고양이 모리스는 쥐들을 구하기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특히 모리스가 ‘찍찍이’ 쥐를 살려 내기 위해 저승사자에게 자신의 목숨 2개를 희생하는 부분은 감동과 유머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포인트. 글을 읽고 사고를 하게 되면서 이전에는 먹잇감으로밖에 보지 않았을 ‘찍찍이 히어로’들과 협동하는 고양이 ‘모리스’나, 인간들과 평화롭게 어울려 사는 ‘천국의 섬’을 꿈꾸며 유토피아와 화합을 꿈꾸는 ‘찍찍이 히어로’ 등 동물들이 어느 순간 인간의 말을 하고 지능과 꿈을 갖게 되었다는 흥미로운 설정 역시 이번 작품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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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으로 알려진 고양이와 쥐가 동료로서 동행하고, 피리밖에 모르는 소심한 소년이 모험에서 만난 ‘멜리시아’에게 긍정적 영향을 받아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나,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현실의 모든 일을 동화처럼 받아들이는 4차원 모험 덕후 ‘멜리시아’가 현실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부분은 감동적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해”라고 외치는 멜리시아의 말과, ‘관람용’으로 전락한 동물들, ‘쥐를 이용한 동물 실험’ 등 인간에게 핍박받아온 동물의 아픔에 대해 말하는 ‘쥐 마왕’의 대사는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관객들에게도 함의하는 바가 크다. 각자 생김새는 달라도 화합하며 살아가는 세상의 평화의 중요성을 말하는 영화 속 동물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자고 이야기한다.
작화는 아름답고, 할리우드 톱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경이롭다. 주인공 ‘모리스’는 ‘하우스’의 배우 휴 로리가, ‘멜리시아’는 ‘왕좌의 게임’ 에밀리아 클라크가, ‘키이스’는 ‘예스터데이’의 싱어송라이터로 익숙한 히메쉬 파텔이, ‘쥐 마왕’은 ‘해리포터’에서 리무스 루핀 교수를 연기한 데이빗 듈리스가 맡았다. 러닝타임 94분.
[글 최재민 사진 ㈜블루라벨픽쳐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8호(23.2.2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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