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사령부 미술공예과장 등으로 일한 마티엘리 씨의 기증품
1930~50년대 우리 문화재 사 간 외국인 고객 장부 확인
1930~50년대 우리 문화재 사 간 외국인 고객 장부 확인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국내에서 우리 문화재를 사 간 것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정보를 담은 '고객 장부'가 공개됐습니다.
고객 중에는 장애를 극복한 사회 운동가로 유명한 헬렌 켈러(1880~1968)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한국 문화재 소장가인 미국인 로버트 마티엘리(97) 씨로부터 한국 문화재 관련 자료 3건, 총 60점을 기증받았다고 19일 밝혔습니다.
1958년부터 1988년까지 약 30년간 한국에서 지낸 마티엘리 씨는 주한 미8군 사령부의 문화부 미술공예과장 등으로 일하며 한국의 병풍, 자수, 도자기, 목공예품 등 다양한 문화재를 수집해왔습니다.
그는 도난 당했던 18세기 불화 '송광사 오불도'를 2016년 우리나라로 돌려보낸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 마티엘리 씨가 기증한 자료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내용은 거래 장부입니다.
덕수궁 맞은편 태평로에 위치했던 사무엘 리 고미술상의 고객장부는 현재까지 알려진 최대 규모의 '한국문화재 구입 외국인 명단'으로, 1936년부터 1958년까지 약 22년간 거래한 내용을 기록한 자료입니다.
마티엘리 씨의 회고에 따르면, 사무엘 리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공부했으며, 유창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주로 외국인을 상대로 고미술품을 판매했습니다.
장부에는 그의 가게에서 한국 미술품을 구입했던 수백 명의 서양인 및 일본인 고객 이름, 판매일자, 주소, 품목 등이 기록되어 있는데, 헬렌 켈러의 이름도 적혀 있습니다.
헬렌 켈러는 1937년 7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국을 방문했으며, 7월 14일 사무엘 리의 고미술상에서 사무용 책상(서안, Writing Desk)을 하나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마티엘리 씨가 수집한 명함 중 고미술상 명함. / 사진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또 마티엘리가 한국생활 중 받은 명함 58점에서는 이 시기 고미술상, 표구상 등 외국인에게 한국 미술품을 취급하던 여러 상점들의 정보가 적혀 있었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관련 정보를 추적한다면 1960∼1980년대 한국 미술품(또는 문화재)이 해외로 나가게 된 출처를 광범위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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