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곰곰히 생각하면 우리는 전 세계 문화들이 각기 서로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미상을 2차례 수상하고 10여 가지 악기들을 다루는 천재음악가이자, 일본대지진 때 구호조직을 만들고 인류평화를 위해 음악을 활용하는 사회적 기업가 '다나 롱.' 그가 살고 있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 (Bay Area)에는 최근 아시아계 인종에 대한 폭력과 차별·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다나 롱은 이런 과정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음악적 활동을 통해 갈등을 치유하는 작업들을 계속 해 나가고 있다. 그는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음식이 있을 텐데, 오늘날 그 음식을 보면 전 세계의 다양하고 각자 개성있는 문화가 종합된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서로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깨닫는다면 많은 장벽들이 허물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들은 매우 다양한 나라에서 생산된 특유의 맛과 향들이 글로벌화된 것들이다. 아프리카 등에서 생산된 커피,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 일본에서 나온 초밥, 영국에서 시작된 샌드위치 등과 같이 말이다. 이처럼 다른 문화들이 합쳐졌기 때문에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나와 다르다'는 것이 더 이상 불안함과 두려움, 차별의 시작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다르다'는 것은 즐거움의 시작이 된다.
다나 롱은 이런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음악 또한 서로 다른 차이들을 조합시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움을 선사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피아노 첼로 트럼본 전자베이스 등의 다양한 악기들을 직접 연주하는 그는 각자의 독특한 소리들을 조합해 힙합 라틴음악 클래식 재즈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표현해 낸다. 그는 "코로나 판데믹 이후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음악을 통해 분열이나 갈등과 같은 문제를 변혁시켜 나가는 작업들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한국에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다재다능'이라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해 온 음악가다. 칙 코리아, 류이치 사카모토, 윈튼 마샬, DJ큐버트 등과 같은 실력파 음악가들과 힙합 라틴음악 재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협연을 했다. 쿠바계 미국인 색소폰 연주자인 파퀴토 디베라(Paquito D'Rivera)와 함께 연주한 '판아메리칸 모음곡'이 2011년 그래미 상에서 '최고의 라틴앨범' 및 '최고의 클래식 작곡' 등 두 개의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1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11살 때 스탠퍼드 대학교 여름캠프에 들어가 음악을 배웠으며 16살 때 최연소로 스탠퍼드 대학교 재즈 워크샵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천재 음악가. 특히 다양한 악기들을 혼자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그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잡은 뉴욕의 스튜디오가 너무 좁고(15㎡), 당시에는 돈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뮤지션들을 고용할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을 써서 악기를 연주할 바에는 혼자 배워서 하겠다는 정신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15m2의 좁은 스튜디오에서 혼자 여러 악기 음악 연주와 녹음을 했던 시절의 다나 롱
특히 그가 주목받은 것은 음악적 재능을 사회적 영향으로 연결시키는 활동들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 사태 때 사회적 활동을 하기 위해 테크토닉(TEKTONIK)이라는 사회적 기업 플랫폼을 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영리더(Young Leader)로 선정하여 전 세계적으로 그의 음악적 영향력을 펼칠 수 있게 지원해 줬다. 이밖에도 그는 17살 때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 등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총기남용 반대를 위해 모인 '프레지덴셜 서밋'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등과 협업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넓히는 활동을 진행해 왔다.다나 롱은 그런 과거의 수많은 순간들보다 앞으로 다가올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있어서 최고는 항상 앞으로 다가올 '다음'(My best experience is my next experience.)"이라며 "우리에게 전환의 순간은 늘 이어지며 그래서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전환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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