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공동 개최를 앞두고 외국계 갤러리들이 앞다퉈 서울에 화랑을 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상륙한 타데우스 로팍과 2017년 진출한 페이스갤러리가 리움미술관 인근 한남동 중심으로 모였다면, 올해는 대규모 전시 공간 확보가 용이한 청담동에 들어서는 곳들이 눈에 띈다. 청담동은 국내 갤러리들이 호황기때 앞다퉈 진출했다가 철수했으며 최근 이 지역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아시아 최대 갤러리인 탕컨템포러리아트는 청담동 명품거리 후면에 있는 옛 송은아트센터 빌딩 지하 2층에 둥지를 텄다. 변형이 가능한 150평 규모 공간이 특징이다. 송은문화재단이 헤르조그&드뫼롱이 건축한 '송은'빌딩에서 전시활동을 펼치면서 기존 미술관 건물에 임대해 준 것이다.
자오자오의 작품 `평행지도` 대표작 [사진 제공 = 탕컨템포퍼리 아트]
개관전으로 오는 12일 반중 작가 자오자오(Zhao Zhao)의 개인전 '평행지도(指導)'를 시작한다. 자오는 중국 반체제 작가 아이웨이웨이의 제자로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주장하는 작품을 주로 다뤄왔다. 탕컨템포러리아트 전속작가로는 아이웨이웨이와 유에민쥔 등 중국 작가와 한국 작가 우국원이 있다.방콕에서 출발한 이 갤러리는 베이징과 홍콩, 대만에서 활약하다 최근 서울 지사를 열었다. 한국의 미술품 수요에 맞춰 더 넓은 전시공간이 확보된 청담동에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지사장 박혜연 디렉터는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한국 진출을 계기로 더 많은 한국 작가를 발굴·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글래드스톤갤러리도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청담사거리 인근에 서울 갤러리를 열고 개관전을 연다. 우고 론디노네와 알렉스 카츠 등의 전속 화랑인 이곳은 개관전으로 필립 파레노 전시를 연다. 이어서 5월에는 한국계 작가 아니카 이의 국내 첫 개인전도 열 예정이다.
판화 작품을 주로 취급하는 미국계 갤러리 투팜스도 청담동에 서울점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베를린 기반 페레스프로젝트도 4월초 소규모 쇼잉룸 형식으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입점할 예정이다. 안국동에 소규모 갤러리를 열었던 미국계 갤러리 리만머핀도 오는 15일 한남동으로 이전해 재개관한다.
미국 기반 페이스갤러리는 지난해 한남동에서 확장 개장했으며 최근 국내 작가 중에서 이우환에 이어 이건용까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외국계 갤러리들이 국내 수집가들을 대상으로 외국 작가 작품을 팔아 매출만 올린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한국 작가 키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수년간 국내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한국 시장을 지켜봤던 외국계 갤러리들이 최근 홍콩을 대체할 시장으로 서울에 몰리면서 아시아 미술 허브로 발돋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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