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자들이 '부실위험 학회·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사례가 2017~2018년 연구에 대한 정량 평가가 폐지되고 '와셋'(WASET) 등을 둘러싼 해외 부실학회(일명 가짜학회) 논란을 겪은 후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1일) 한국연구재단이 내놓은 '한국 학자의 비올(Beall) 리스트 저널 논문 게재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학술DB인 '스코퍼스 DB'(SCOPUS DB)를 통해 분석한 결과 2013~2019년 한국 연구자가 '부실위험 저널'로 꼽힌 저널 404종에 발표한 논문 건수는 지난해 752편으로 최고를 기록한 2016년(4천712편)의 6분의 1 이하로 줄었습니다.
부실위험 저널은 2018년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국내 연구자들이 허위·부실 학술단체로 의심되는 '와셋'(WASET)의 학술대회 등을 통해 논문을 발표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도하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비올 리스트'는 미국 콜로라도대 사서인 제프리 비올이 만든 부실의심 저널 3천218종의 목록으로, 체코과학아카데미는 2016년 이중 엘스비어 출판사 학술DB '스코퍼스 DB'에 등재된 404종에 게재된 논문을 분석해 보고서(Predatory Journals in SCOPUS)를 발간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연구재단이 체코과학아카데미 보고서를 현시점에서 추적해 한국 학자들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실위험 저널 404종에 발표한 논문을 분석한 것입니다.
분석 결과 부실 의심 저널 404종에 게재된 국내 연구자의 논문 수와 점유율은 2016과 2017년 각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 저널에 게재된 한국 학자의 논문수는 2013년 2천755편에서 2014년 3천641편, 2015년 4천418편(7.0%), 2016년 4천712편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2017년 3천747편, 2018년 1천131편, 2019년 752편으로 급감했습니다.
한국 논문이 이들 저널에 게재된 전체 논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3년 6.4%, 2014년 6.8%, 2015년 7.0%, 2016년 7.3%, 2017년 7.6%로 증가했다가 2018년 3.1%, 2019년 2.2%로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한국 전체 Scopus급 논문 중 부실위험 저널 404종에 게재된 논문의 비중은 2.8%로 분석됐습니다.
부실의심 저널에 게재된 한국 논문의 대학별 점유율은 성균관대가 4.8%(1천18편)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서울대 4.4%(937편), 연세대 3.4%(709편), 경북대 3.2%(686편), 고려대 3.1%(662편) 순이었습니다.
이 기간 발표한 Scopus급 논문이 4천개 이상인 전국 대학 45개 중 부실위험 저널 게재 논문 비중이 한국 평균(2.8%)보다 높은 대학은 공주대(10.0%)와 숭실대(8.2%) 등 13개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기대(UNIST), 가톨릭대 등 4개 대학은 부실위험 저널 게재 논문 비중이 0.5%를 기록하는 등 12개 대학은 부실위험 저널 게재 논문 비율이 1.0% 이하를 보였습니다.
김해도 연구재단 연구윤리실장은 부실의심 저널 이용이 급감한 배경으로 부실학회 논란과 관련자 징계 추진 등으로 부실저널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점과 2018년부터 과제 성과 지표에서 SCI 논문 건수가 원칙적으로 폐지되고 질 중심 성과평가가 본격 도입된 점을 꼽았습니다.
그는 "부실의심 저널 이용이 급격히 준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하려면 대학 등 연구기관의 연구자 연구업적 평가제도(승진심사, 정년보장심사 등)가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되고, 연구자들이 특정 저널이나 학술단체의 부실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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