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영화 속 수석(壽石·극중 기우 친구가 준 선물)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나?"
8일 오후 1시(현지시간)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CGV 부에나파크에서 '기생충'을 보고 나온 로베르토 말도나르도 씨(47)는 감상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되레 자신이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 시작했다. 연인 리처드 이스트맨(52)과 그가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된 '기생충'을 관람한 건 이 작품이 오스카 후보로 지명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이스트맨 씨는 "'기생충'을 계기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인기가 하늘로 치솟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이 '기생충'으로 물들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하루 앞둔 이날 아크라이트 시네마, 랜드마크, AMC 등 캘리포니아 주요 영화관들은 '기생충'을 4~5회씩 편성하면서 '오스카 노미네이션' 후광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CGV 부에나파크는 지난 7일부터 상영된 흑백 버전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캐롤라이나 로펜스 씨(39)는 "이번이 '기생충'을 영화관에서 세 번째 보는 것"이라며 "한 번은 오케스트라 라이브 버전으로 봤는데, 당일 상영회엔 봉준호 감독과 음악감독 정재일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기생충'을 찾은 관객은 흑인, 백인, 아시아계를 가리지 않았다. 저스틴 프란쳇 부에나파크점장(36)은 "평상시 우리 지점 관객 60%가 한인이며 특히 한국 영화는 주로 한인이 소비한다"며 "'기생충'은 비한인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봤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종을 가리지 않는 인기를 타고 '기생충'은 현지 극장들에 효자상품으로 오른 지 오래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지난해 10월 3개에 불과했으나 4개월이 지난 현재 1060개에 달한다. 프란쳇 점장은 "미국 개봉 13주 차에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면서 이전보다 객석 점유율이 약 2배 상승했다"며 "개봉 시 하루 1회 차에 불과했던 상영 횟수는 현재 하루 최대 8회 차까지 늘었다"고 소개했다.
LA에선 봉준호 감독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일찍이 개별 한국 감독이 영미권에서 받아본 적 없는 관심이다. 지난 6일 밤(현지시간) 새뮤얼 골드윈 극장에서 열린 오스카 주간 국제장편영화 간담회 행사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페인 앤 글로리'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레 미제라블'의 래드 리 감독 등 올해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후보들이 등장한 해당 간담회에서 주인공은 단연 봉 감독이었다. 간담회 직전 약 5분 동안 각 영화의 핵심 장면을 틀어줬는데, '기생충'이 나올 때 제일 큰 환호성이 터졌다. 객석은 영화 관계자와 일반 관객이 참석해 1000석을 꽉 채웠다.
LA에 본사를 둔 할리우드 리포터는 최근호에 봉 감독의 '기생충' 초기 스케치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밑그림에는 그가 '기생충'의 각 장면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빼곡하게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지하실 남자의 책상에 어떤 소품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묘사가 눈에 띈다. 단 한 장의 그림에 등장인물이 어떻게 고시공부와 여러 자격증 시험을 거쳐 극빈층 삶을 전전하게 됐는지 드러나 있다.
'기생충'이 히트하면서 한인 위상도 상승 중이다. 이날 LA 위셔에 위치한 본인 사무실에서 만난 데이비드 류 LA시 4지구 시의원(45)은 "여전히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 한국인은 중심 인물로 등장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며 "'기생충'을 통해 미국인들이 영화관에서 한국인 얼굴을 다양하게 접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내에서 한인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기생충'을 비롯한 미국 내 한류 열풍을 활용하기 위해 최근 한인 연예계 핵심 종사자 100명으로 구성된 '퍼스트 코리안 아메리칸 리더 인 할리우드'를 발족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도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서부 샌타모니카에서 개최된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그는 한국 영화계 최초로 트로피를 차지했다. 국제 영화상을 받은 그는 "10년 전 '마더'로 왔을 때 상은 못 받았지만 (시상식이 진행되는) 텐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준 배우, CJ, 바른손 식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생충'을 뉴욕에서 처음 보여줬던 매우 오래된 클래식 시어터가 기억난다"며 "Q&A(질의응답) 시간에 쥐가 관객석 뒤쪽으로 지나가 행운의 상징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으며, 수상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10일 발표된다.
[LA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8일 오후 1시(현지시간)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CGV 부에나파크에서 '기생충'을 보고 나온 로베르토 말도나르도 씨(47)는 감상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되레 자신이 궁금한 점을 질문하기 시작했다. 연인 리처드 이스트맨(52)과 그가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된 '기생충'을 관람한 건 이 작품이 오스카 후보로 지명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다는 이스트맨 씨는 "'기생충'을 계기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인기가 하늘로 치솟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이 '기생충'으로 물들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하루 앞둔 이날 아크라이트 시네마, 랜드마크, AMC 등 캘리포니아 주요 영화관들은 '기생충'을 4~5회씩 편성하면서 '오스카 노미네이션' 후광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CGV 부에나파크는 지난 7일부터 상영된 흑백 버전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캐롤라이나 로펜스 씨(39)는 "이번이 '기생충'을 영화관에서 세 번째 보는 것"이라며 "한 번은 오케스트라 라이브 버전으로 봤는데, 당일 상영회엔 봉준호 감독과 음악감독 정재일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기생충'을 찾은 관객은 흑인, 백인, 아시아계를 가리지 않았다. 저스틴 프란쳇 부에나파크점장(36)은 "평상시 우리 지점 관객 60%가 한인이며 특히 한국 영화는 주로 한인이 소비한다"며 "'기생충'은 비한인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봤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라고 설명했다.
인종을 가리지 않는 인기를 타고 '기생충'은 현지 극장들에 효자상품으로 오른 지 오래다. 이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은 지난해 10월 3개에 불과했으나 4개월이 지난 현재 1060개에 달한다. 프란쳇 점장은 "미국 개봉 13주 차에 골든글로브를 수상하면서 이전보다 객석 점유율이 약 2배 상승했다"며 "개봉 시 하루 1회 차에 불과했던 상영 횟수는 현재 하루 최대 8회 차까지 늘었다"고 소개했다.
LA에선 봉준호 감독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일찍이 개별 한국 감독이 영미권에서 받아본 적 없는 관심이다. 지난 6일 밤(현지시간) 새뮤얼 골드윈 극장에서 열린 오스카 주간 국제장편영화 간담회 행사는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페인 앤 글로리'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레 미제라블'의 래드 리 감독 등 올해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후보들이 등장한 해당 간담회에서 주인공은 단연 봉 감독이었다. 간담회 직전 약 5분 동안 각 영화의 핵심 장면을 틀어줬는데, '기생충'이 나올 때 제일 큰 환호성이 터졌다. 객석은 영화 관계자와 일반 관객이 참석해 1000석을 꽉 채웠다.
LA에 본사를 둔 할리우드 리포터는 최근호에 봉 감독의 '기생충' 초기 스케치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밑그림에는 그가 '기생충'의 각 장면을 어떻게 설계했는지 빼곡하게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지하실 남자의 책상에 어떤 소품을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묘사가 눈에 띈다. 단 한 장의 그림에 등장인물이 어떻게 고시공부와 여러 자격증 시험을 거쳐 극빈층 삶을 전전하게 됐는지 드러나 있다.
'기생충'이 히트하면서 한인 위상도 상승 중이다. 이날 LA 위셔에 위치한 본인 사무실에서 만난 데이비드 류 LA시 4지구 시의원(45)은 "여전히 미국 대중문화 속에서 한국인은 중심 인물로 등장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며 "'기생충'을 통해 미국인들이 영화관에서 한국인 얼굴을 다양하게 접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내에서 한인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기생충'을 비롯한 미국 내 한류 열풍을 활용하기 위해 최근 한인 연예계 핵심 종사자 100명으로 구성된 '퍼스트 코리안 아메리칸 리더 인 할리우드'를 발족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도 수상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 서부 샌타모니카에서 개최된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그는 한국 영화계 최초로 트로피를 차지했다. 국제 영화상을 받은 그는 "10년 전 '마더'로 왔을 때 상은 못 받았지만 (시상식이 진행되는) 텐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준 배우, CJ, 바른손 식구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기생충'을 뉴욕에서 처음 보여줬던 매우 오래된 클래식 시어터가 기억난다"며 "Q&A(질의응답) 시간에 쥐가 관객석 뒤쪽으로 지나가 행운의 상징처럼 느껴졌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오스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으며, 수상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10일 발표된다.
[LA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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