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세대 슈퍼리치는 손님을 모실 때 부엌은 되도록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계 2~3세, 벤처기업인 등 신흥 슈퍼리치는 좀 다르다. 부엌을 개방하고 주인이 직접 솜씨를 발휘한 요리를 내놓는 식의 개방형으로 바뀌다 보니 이때 노출되는 오븐과 키친웨어가 그만큼 중요해졌다."(책 <부의 시선> 중에서)
남부럽지 않게 돈을 많이 벌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들은 무엇을 소유하고, 어디에 가고 싶어할까.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2억원짜리 손목시계, 입회비 1억원의 피트니스 회원권, 2억5000만원 상당의 주방인테리어, 2000만원짜리 침구세트. 쉽게 접근하기조차 힘든 이런 고가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계층이 언제부턴가 '슈퍼리치'라고 불리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예상조차 쉽지 않은 이들의 세계를 매경이코노미 기자 3인방이 지난 2017년 겨울부터 꾸준히 취재해왔다. 해당 기사 연재물인 '슈퍼리치 NOW'를 기반으로 슈퍼리치의 삶을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라는 테마를 통해 책으로 엮었다. 이미 '교보문고 9월 이달의 책'으로도 선정돼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슈퍼리치들의 소비재에 초점을 맞췄다. 파버카스텔 만년필, 반클리프아펠 시계, 롤스로이스 자동차, 바카라 샹들리에, 덕시아나 침대, 람보르기니 안마의자 등 부자들이 선호하는 '물건'들과 1억5500만원 상당의 세계여행 패키지, 전 세계 부호들을 상대로 하는 안티에이징 치료여행, 외국인 VIP 의전관광 등 슈퍼리치를 겨냥한 '여행상품'들, 그리고 3000만원짜리 프러포즈, 6억원 규모의 결혼식, 한 달 숙박 2억원의 펜트하우스 등 '억 소리'나는 그들만의 세상을 보여준다.
이 책의 진가는 슈퍼리치의 소비가 어떤 패턴으로 이어지는 분석한 실력에서 나온다. '과시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에 대한 이유를 파헤친 것.
저자들이 접한 슈퍼리치는 비싼 물건에만 열광하지 않았다. 가치가 있는 물건, 스토리가 있는 상품, 쉽사리 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에 의미를 뒀다. 진짜 부자들의 경우 '과시'를 위한 소비가 아닌 자신에게 '가치'가 있는 것, 그동안 접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에 열광한다.
이것저것 본 것도 많고 경험한 것도 많은 슈퍼리치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특별한 아이디어와 디자인도 필요하다. 반클리프아펠의 손목시계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의 경우 보석으로 만든 작은 행성들이 실제 공전주기와 똑같이 시계 위를 회전하도록 만들어 다이얼 안에 작은 우주를 구현했다. 시계 위에서 터콰이즈 보석이 한 바퀴 도는 것을 보려면 실제 지구의 공전주기인 1년, 서길라이트가 한 바퀴 도는 데는 토성의 공전주기인 29.4년이 걸린다. 이런 특별한 경험이 슈퍼리치의 마음을 끌어 2억 5000만원이라는 값을 지불하게 만든다.
각 장을 마무리하는 '취재노트 플러스-슈퍼리치, 그들이 알고 싶다' 코너에서는 그동안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던 재벌의 모습과는 비교되는, 슈퍼리치의 진짜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매경이코노미 슈퍼리치 팀 기자들과 명품 브랜드 매니저, 고액자산가 PB들이 본 슈퍼리치는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의 생활태도, 소비형태, 재테크, 인간관계 등 슈퍼리치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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