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 두고 싶은 것 :/ 사리를 아는 여자 하나,/ 책 사이를 거니는 고양이 한 마리./ 하루도 거르고는 살 수 없는/ 사계절의 친구들.”(‘고양이’)
‘초현실주의’ 대표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가 시로 쓴 동물 이야기가 한 세기만에 한국에 소개된다. 국내의 대표적인 불문학자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동물시집’(난다)이 출간됐다.
짧으면 4행, 길면 6행. 짤막한 아폴리네르의 시 30편의 원문과 번역시가 나란히 실렸고 라울 뒤퓌의 판화 30점도 어우러져 아름다운 시집이 만들어졌다. 시인의 눈에 비친 동물들의 모습은 엉뚱한 동시에 유쾌하고, 짧지만 심오하다.
“노동은 끝내 풍요에 이른다./ 가난한 시인들아, 일하자!/ 애벌레는 끊임없이 고생해서/ 부자 나비가 된다.”라고 애벌레에 대해서 노래하는가 하면, “돌고래들아, 너희는 바다에서 놀건만,/ 날이면 날마다 파도는 쓰고 짜지./ 어쩌다, 내 기쁨이 터져나올 날도 있을까?/ 인생은 여전히 잔혹하구나.”라고 돌고래의 삶을 통해 인생의 비밀을 슬며시 드러낸다. “내 헐벗은 마음은 한 마리 부엉이/ 못박히고, 뽑히고, 다시 박히고,/ 피도 열의도 끝장났구나./ 누구든 사랑만 해주면, 나는 감지덕지.”라고 애달픈 마음을 부엉이에 빗대기도 한다.
역자는 “이 시집의 재미는 필경 동물들이 인간의 속성을 각기 나눠 가지고 있다고 믿는 척하는 가장된 순진성에 있을 것”이라면서 “시구는 동물들을 묘사하는데, 그 묘사는 곧바로 인간 속성과 예술가적 삶에 대한 알레고리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소품이지만, 시인의 눈에만 비치는 ‘관찰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시집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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