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디 추운 겨울은 애니메이션의 계절. 몸도 마음도 시린 이 시기, 좋은 영화 한 편은 따뜻한 위로가 된다. 이번에도 연말연시 극장가에는 애니메이션이 눈(雪)처럼 내린다. 그러므로 극장가를 서성이는 당신, 가능한 한 메모장을 펼쳐 간단히 메모하시라. 다음의 소개되는 영화 세 편은 꼭 한 번 챙겨보시길. 후회하지 않으리.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너의 이름은’(1월 4일 개봉)은 연초 극장가에 내릴 축복의 눈이다. 아마도 누군가의 마음 한 켠엔 ‘인생의 영화’로 자리잡을 지도 모른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모노노케 히메’(2003),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의 뒤를 잇는 재패니메이션 걸작이다.
영화는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그린다. 천 년마다 나타나는 혜성의 출현을 한 달 앞둔 일본. 깊은 산중의 시골 마을 여고생 미츠하는 날마다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 어느 날, 미츠하는 자신이 남자(타키)가 되는 꿈을 꾸고, 그와 동시에 도쿄의 남고생 타키도 자신이 여자(미츠하)가 되는 꿈을 꾼다. 그렇게 두 남녀가 꿈이라는 운명의 끈을 매개로 서로를 알아가고, 기적처럼 만난다.
이미 전 세계가 반한 영화다. 아시아 5개국(일본, 중국, 홍콩, 태국, 대만)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받은 영화다. 제42회 LA비평가 협회상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지라, 내년에 있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 가능성도 높다.
올 연말, 동물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두 편도 챙겨 볼만하다. 코알라, 돼지, 고슴도치 등 여러 동물들이 펼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 ‘씽’(21일 개봉), 집고양이와 길고양이의 모험을 그린 ‘루돌프와 많이있어’(28일 개봉)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상반기 흥행으로, 걷고 말하는 포유류에 대한 친숙함이 드높아진 시점에 ‘씽’(감독 가스 제닝스)은 그 설정을 영리하게 빌려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주인공 버스터 문은 한없이 낙척적인 코알라다. 음악을 사랑하는 공연 기획자이자 극장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획한 공연마다 번번이 실패해 빚더미에 나앉게 됐다. 이 때문에 극장을 위기에서 구하려고 경연대회를 연다. 원래 상금은 1000달러. 그러나 200살이 넘은, 그래서 눈이 어두운 이구아나 크라울리 여사의 실수로 10만 달러를 상금으로 내건 경연 대회 전단지를 온 도시에 뿌린다. 의도치 않은 사기극에 저마다의 꿈을 가진 기상천외한 동물들이 모여든다.
다종다양한 동물들의 움직임과 습성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큰 볼거리다. 리즈 위더스푼, 스칼렛 요한슨, 태론 에거턴 등 유명 배우들이 직접 부른 빼어난 노래들을 듣는 것도 즐겁다. 전반부가 조금 느슨하나, 후반부 폐허가 된 극장터에 펼쳐지는 20분가량의 공연 신은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이 영화의 절정이다.
유야마 구니히코가 연출한 ‘루돌프와 많이있어’를 보면 당신은 필경 고양이와 사랑에 빠질 것이다. 뛰어난 계절감과 카메라 워크 아래 고양이들이 매우 귀엽게 묘사된다.
루돌프는 호기심 가득한 집고양이다. 주인 리에를 따라 우연찮게 집 밖으로 나온 그는 도둑고양이로 오해 받아 도망치다 길을 잃는다. 그 과정에서 길고양이 ‘많이있어’를 만나는데, 이 ‘많이있어’는 글을 읽을 줄 아는 교양묘(猫)다. 이 길냥이의 도움으로 낯선 동네에서 조금씩 적응해가던 루돌프는 집으로 돌아갈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긴 여정을 떠난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