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닥 머리카락에 단추구멍 같은 두 눈, 손가락은 네 개 뿐인 빼빼마른 그레그. 엉성하게 그린 듯한 이 만화 속 주인공이 해리 포터 이후 전세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캐릭터가 됐다. ‘윔피 키드’(미래엔 펴냄)이야기다.
이 시리즈의 작가인 제프 키니(45)가 방한해 13일 기자들과 만났다. 뉴욕타임스 450주 연속 베스트셀러의 주인공, 1억8000만부가 팔린 작가, 한 해 동안 224억 원을 벌어들여 조앤 롤링을 제치고 2016년 세계 소득순위 2위에 오른 작가 …. 그를 수식하는 수식어는 화려하기 그지없지만 작가는 정작 “처음엔 수없이 신문사의 퇴짜를 맞았던 거절의 아이콘이었다”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대학 시절부터 그는 학보사에서 만화를 연재했다. 졸업 후 만화가가 되고 싶었고, 숱한 신문사에 투고했지만 고배만 마셨다. 그림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그는 차라리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 어린시절의 우스꽝스런 경험을 단순한 그림에 담은 ‘윔피 키드’를 온라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만화가의 꿈을 가진지 8년만에 첫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출간 2주만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1달 전 출간한 11편 ‘무모한 도전 일기’까지 9년을 그는 윔피 키드에만 매달렸다. 지금까지 시리즈는 52개 국어로 번역됐고, 심지어 라틴어로도 출간됐다. 작품의 인기로 그는 온 가족과 함께 백악관에 초청돼 오바마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기반을 만화에서 배웠다”면서 “그레그가 평범하고 소심한건 나 자신을 반영해서다. 해리 포터는 약자로 등장하지만 결국 유능한 영웅으로 변신한다. 나는 정말로 단점 투성이에 평범한 아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보스턴 남부 작은 도시 플레인빌에서 자신이 만화를 좋아하게 만든 도널드 덕 동상과 어린이책으로 가득 채워진 ‘언카이클리 스토리’ 서점을 운영한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점에서 보낸다. 어린 독자들에게 느끼는 사명감이 서점을 열게 만들었다. 동시에 내가 존경하는 많은 작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이기적인 목적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11살, 14살 두 아들의 아버지다. 책을 읽기 싫어하는 자녀들에 대한 고충이 있다고 했다. “큰아들은 스포츠광인데 관련된 책만 읽는다. 관심 분야부터 책을 읽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한 권을 다 읽으면 성취감을 느끼고 또 다른 책을 읽게 되더라”라고 조언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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