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의 터널이 길다. 열기를 피할 틈이라고는 이른 아침과 늦은 밤뿐인 나날이 이어지는 올 여름, 온가족과 이 틈을 활용해 색다른 피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다음달부터 여름이 끝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아침과 저녁 고궁을 비롯한 야외무대서 양질의 국악공연이 연달아 펼쳐진다. 객석은 모두 무료다.
다음달 6일부터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창경궁에서 열리는 ‘창경궁음악회’가 가장 눈길을 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고궁에서 우리음악듣기’ 행사의 일환으로, 해당 시리즈는 2009년 이래 누적관객 34만여 명을 기록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맑은 공기와 새소리만이 가득한 아침 인현왕후의 처소였던 창경궁 통명전 안에서 기품 있는 궁중음악 선율에 귀기울여 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농익은 대금 독주부터 피리·대금·해금·장구·북 편성으로 구성된 일종의 실내악단의 축제음악, 간드러진 기교가 녹아든 가곡, 단아한 궁중무용까지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모든 공연에는 빼어난 기량의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참여한다. 매회 150여명의 관객을 무료로 받으며, 선착순 인터넷 접수(gung.or.kr)로 마감된다. (02)580-3275
보다 흥겨운 공연에 구미가 당긴다면 국립국악원 야외공연장 연희마당에서 열리는 ‘별별연희’가 제격이다. 내달 6일부터 9월 24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시에 만나볼 수 있는 ‘별별연희’는 가족단위 관람객을 특히 겨냥한 신나는 풍물놀이 무대로 가득 차있다. 이른 아침 창경궁에서 차분한 궁중음악이 흘렀다면 이곳에서는 옛날 농촌 평민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곡예를 곁들이던 친근하고도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풍물가락을 모아 요즘 입맛에 맞게 재구성한 ‘삼도가락’, 중요무형문화재 권원태 명인의 줄타기, 어깨를 들썩이는 북소리가 백미인 ‘무을농악’ 등이 하이라이트다.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뼈대로 음악, 춤, 연기, 곡예가 한 데 어우러진 장르인 연희극도 8개 극단의 참여로 만나볼 수 있다. 원숭이, 호랑이 등 동물들이 등장하는 창작그룹 ‘노니’의 ‘신호유희’, 어린이 주인공의 모험담을 재치 있게 그린 극단 ‘꼭두광대’의 ‘왼손이’, 극단 ‘신명나게’의 국악뮤지컬 ‘호랑이 오빠 얼쑤’ 등은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 관람객들에게 알맞다.
국악무대라고 국내 아티스트들만 활약하는 게 아니다. 9월 24일 무대에서는 상해사범대학 소속 단원들이 창작극 ‘개구리’를 한국 초연한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 작가 모옌의 동명 작품을 재구성한 것으로, 중국 산아제한 정책 이면에 자리했던 비극을 담았다. (02)580-3300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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