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80) 위작 논란이 결국 미궁으로 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모두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작가와 “압수수색한 13점 모두 위작”이라고 판정 지은 경찰 측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우환 화백은 30일 오후 3시 서울 웨스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점도 이상하지 않다. 전부 진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길게 갈 것이다. 하나 하나 해명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전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찾은 이 화백은 “채색 쓴 방법이나 느낌, 기법, 호흡에서 전부 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미술계 감정위원들의 안목 감정 결과와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경찰 수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과학 감정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그는 “붓이나 물감을 다른 것으로 쓸 때도 있고 성분과 색채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즉각 “위작이 맞다”고 반격하고 나섰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를 압박할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우선 작가가 생존해 있는 한 위작 문제가 불거졌을 때 최종 판단의 몫은 작가에 달려 있다는 관례 때문이다.
스페인 출신인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지난 3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작가가 살아 있고, 건강하다면 최종 판단의 몫은 작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경찰도 결국 그런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경찰이 민간 감정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안목ㆍ과학 감정을 토대로 위작의 근거들을 확보하고 있어, 작가 측에서도 이에 필적할만한 설득력 있는 반론을 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아무리 작가 의견이 최우선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된 이슈인 만큼 의혹을 털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지난 6월 7일 구속기소한 답십리 화상 현모(66) 씨에 대한 수사 결과도 논란의 향방을 좌우할 큰 변수로 보인다. 경찰은 현 모씨가 ‘위작 13점’ 일부 제작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우환 화백은 일단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천경자 작품을 위조했다는 권춘식씨처럼 현 모씨 역시 횡설수설하고 있다. 그가 공개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해 진짜 위조범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13점 중에 포함된 K옥션 낙찰작에 관해서도 “작품 수리를 잘못해서 그런 것이지 진품이 맞다”는 주장과 “진품이 맞다면 보증서는 왜 가짜냐. 작품의 컨디션이 진품이라 하기에는 너무 떨어진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은 1991년 작가가 생존해 있을 때 불거졌지만 지난해 작가 작고 이후 다시 논란이 이어지며 25년째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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