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지리학자인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미술품 경매에 처음 나왔다. 추정가가 22억원에서 25억원 사이다. 이달 28일 K옥션 여름 메이저 경매에 나오는 대동여지도는 매우 희귀한 채색본이자 온전한 보전상태로 사료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861년 목판본으로 제작된 대동여지도는 현재 20여 개가 남아 있다. 대부분이 국내외 미술관과 박물관 등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3점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보물에 지정돼 있다. 이상규 K옥션 대표는 “현존하는 3점의 채색본 가운데 국내에 있는 한 점이 경매에 나왔다. 국내 고미술 소장자가 출품한 것”이라고 밝혔다. 추정가는 20억원대지만 시작가는 아직 미정이다. 민간에서 유통될 수 있는 물량이 극히 적은데다 채색과 지도가 완벽해 경합이 예상된다.
지금으로부터 155년 전에 제작된 대동여지도는 현대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정확하다. 산맥이나 주변의 수맥 형태, 높이가 잘 표시돼 있고, 각군의 위치명과 크기, 도로교통 정보 등이 정확하게 기재돼 있다. 한강을 그린 부분에서도 두줄과 한줄로 나뉘는데 두줄은 배가 드나드는 곳이라는 표시다. 김정호 이전에는 필사본 지도가 대부분이어서 실수와 오류가 많았다. 김정호는 직접 목판을 깎아 판화처럼 지도를 제작했다. 더 많이 보급하고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였다.
대동여지도의 실물 크기는 상당하다. 높이가 건물 3층 높이인 6.7m며 폭은 3.8m다. 모두 22권의 책으로 이루어져서 위아래로 이어야 하나의 거대한 지도가 탄생하는 구조다. 한 권의 책은 접었을 때 폭이 20cm, 높이가 30cm로 병풍처럼 펼치면 가장 큰 책이 3.8m(폭)가 된다. 전체 지도가 무겁고 방대해 특정 지역의 부분만을 낱개로 따로 갖고 다닐 수 있어 사용자의 실용성과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다시 말해 온전히 22권의 책을 완벽하게 하나의 세트로 소장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한 고미술 소장자는 백두산 부분만 따로 가지고 있다고 할 정도다. 모두 펼쳤을 때 각각의 면은 총 227면이 된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모두 22첩 완질(完帙)로 인쇄 후에 각종 군현에 채색을 하여 각 군현의 범위와 경계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찍어낸 뒤 따로 공들여 채색한 것이어서 채색하지 않은 지도보다 가치가 더 있다는 평가다. 이 출품작 말고도 각기 색이 다른 군현별 채색지도는 현재 미국 밀워키 대학과 하버드 엔칭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고미술 전문가인 김영복 K옥션 고문은 “지도 위에 채색을 누가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도가 전문성을 요하는 만큼 일반 화원이 채색을 하기에는 무리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있어 김정호가 직접 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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