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지난 1989년 국내의 한 TV 입양아 관련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친어머니를 애타게 찾았던 해외 입양아 수잔 브링크(한국명 신유숙)의 실화를 다룬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이랑’(1991년) 개봉과 동시에 사회에 큰 방향을 일으켰다. 외국에서 입양아로서 겪는 많은 고민과 고통, 그리고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을 찾기 위한 수잔 브링크의 험난한 여정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림과 동시에 입양아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며 깊은 잔상을 남겼다.
그리고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 개봉된 지 26년 후인 2016년, 해외입양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등장했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가 그 주인공이다. 소재는 같지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소재가 주는 무게는 여전히 묵직하나, 뿌리를 찾는 해외입양아의 여정은 한결 유쾌해졌다.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를 신파가 아닌 재밌고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함께 만들어보았다. 새로운 시각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인 입양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연출가 박칼린의 자신처럼 ‘에어포트 베이비’는 현대로 넘어온 해외입양아들의 고충을 그리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었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나는 어떻게, 어디서, 왜 태어났을까?”라는 뿌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국을 찾은 입양 청년, 조씨 코헨이 우연히 들어간 이태원의 바에서 만난 게이 할아버지 딜리아와 함께 생모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수잔 브링크의 아이랑’에서 수잔 브링크가 입양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면, ‘에어포트 베이비’의 조씨 코헨은 유태인 부모님 밑에 사랑을 받으며 잘아온 청년이다. 유태인 부모님으로부터 “We Love You”는 말을 들으며 부족함 없이 자라온 조씨이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을 찾고 싶다는 열망은 감추지 못한다. 낳아주신 부모님을 남몰래 상상하고 그리며 외로움을 달래던 조씨는 이마저도 지치게 되자 한국으로 향하게 되고, 결국 유태인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한 채 인천공항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동안 대중이 해외입양아의 이야기를 접해왔던 창구는 주로 다큐멘터리, 대중문화에서 다루기 힘든 이 같은 이야기는 뮤지컬 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장르에서도 쉽게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많고 많은 소재 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가 ‘해외 입양아’라는 키워드에 눈을 돌린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창작진인 작가 전수양과 작곡가 장희선이 ‘에이포트 베이비’에 대해 고민하던 중 우연치 않게 입양아 친구와 만나게 된 것이다. 의도적인 만남이 아닌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은 이들은 입양아 친구가 전해주는 경험담을 바탕으로 글을 다듬어 나갔고, 덕분에 극에 사실감이 더해졌다. 여기에 혼혈로 알려진 박칼린이 연출가로 합류하면서 조씨 코헨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
박칼린은 2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진행됐던 ‘에어포트 베이비’의 프레스콜을 통해 “실 소재에서 끌어올려서 소설을 만들었고, 생각보다 창작진의 합이 잘 맞아서 해보자 했다. 뮤지컬로 풀어내기는 것이 어렵지만 생각보다도 더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금발의 백인들 밖에 없었던 마을에서 자란 조씨 또한 같은 반 친구로부터 인종차별 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이를 테면 ‘노란 피부에 검은 머리인 넌 차이니즈, 짱깨’라고 말하기도 하고, ‘너희 어머니가 너를 쓰레기처럼 공항에 버렸다’는 비아냥거림이다. 그들 속에서 튀는 존재였던 조씨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한국으로 오지만, 도리어 이들로부터 ‘코리안 어메리컨’이라고 불리며 ‘불쌍하다’ ‘미안하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아메리칸” “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지”라는 조씨의 대사는 우리 사회 속 은연중에 담겨 있는 편견을 보여준다.
‘에어포트 베이비’에서 조씨가 된 최재림은 “입양아라는 인물을 연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여자아이를 알고 있다.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한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옷을 입어서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며 부담과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드러냈다.
“실생활에서 만났기에 조씨 코엔이라는 극중 인물이 가지고 있는 결여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고 전한 최재림은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조씨가 그토록 찾았던 엄마와 만났는데, 그 만남이 자신이 원했던 방향이 아니었을 때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아는 것이었다. 이는 여전히 내가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 가장 큰 고민으로 남고 있다. 매번 무대 위에서 진실 되게 이 인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목표를 두고 연기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에어포트 베이비’에 신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조씨가 가족을 찾기 6개월 전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쌍둥이 동생 준수, 우여곡절 끝에 만났는데 죽을병에 걸린 엄마, 그리고 가난으로 빚어진 한 여인의 극적인 인생 등 ‘대놓고 울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후반부로 가면서 이 같은 장치들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다소 뻔한 클리셰로 흘러가기도 한다. 가족을 찾다 갑자기 마리화나를 피우는 조씨의 모습은 꼭 등장해야 싶다. 이로 인해 강제 추방을 당하지만 지나치게 상쾌한 조씨의 모습은 자칫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같은 부분은 창작뮤지컬로서 ‘에어포트 베이비’가 수정해 나야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쉬움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에어포트 베이비’가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이마저도 조씨의 외로움과 심경을 극적으로 살리는 장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김밥과 떡볶이도 천국이 있는데 나를 위한 천국은 없네”라는 조씨의 눈물과 “내 인생 남한테 물어봐, 그래야 알 수 있어요. 내가 사람들한테 물어봐. 실례합니다, 혹시 내가 누군지 아세요? 왜냐하면 내가 잘 몰라요”라는 외침은 더욱 가슴으로 와 닿는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오는3월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그리고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 개봉된 지 26년 후인 2016년, 해외입양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등장했다.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가 그 주인공이다. 소재는 같지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소재가 주는 무게는 여전히 묵직하나, 뿌리를 찾는 해외입양아의 여정은 한결 유쾌해졌다.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를 신파가 아닌 재밌고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함께 만들어보았다. 새로운 시각에서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인 입양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연출가 박칼린의 자신처럼 ‘에어포트 베이비’는 현대로 넘어온 해외입양아들의 고충을 그리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었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나는 어떻게, 어디서, 왜 태어났을까?”라는 뿌리에 대한 궁금증으로 한국을 찾은 입양 청년, 조씨 코헨이 우연히 들어간 이태원의 바에서 만난 게이 할아버지 딜리아와 함께 생모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수잔 브링크의 아이랑’에서 수잔 브링크가 입양가족으로부터 학대를 받았다면, ‘에어포트 베이비’의 조씨 코헨은 유태인 부모님 밑에 사랑을 받으며 잘아온 청년이다. 유태인 부모님으로부터 “We Love You”는 말을 들으며 부족함 없이 자라온 조씨이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님을 찾고 싶다는 열망은 감추지 못한다. 낳아주신 부모님을 남몰래 상상하고 그리며 외로움을 달래던 조씨는 이마저도 지치게 되자 한국으로 향하게 되고, 결국 유태인 부모님의 걱정을 뒤로한 채 인천공항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동안 대중이 해외입양아의 이야기를 접해왔던 창구는 주로 다큐멘터리, 대중문화에서 다루기 힘든 이 같은 이야기는 뮤지컬 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장르에서도 쉽게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많고 많은 소재 중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가 ‘해외 입양아’라는 키워드에 눈을 돌린 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창작진인 작가 전수양과 작곡가 장희선이 ‘에이포트 베이비’에 대해 고민하던 중 우연치 않게 입양아 친구와 만나게 된 것이다. 의도적인 만남이 아닌 우연한 기회에 인연이 닿은 이들은 입양아 친구가 전해주는 경험담을 바탕으로 글을 다듬어 나갔고, 덕분에 극에 사실감이 더해졌다. 여기에 혼혈로 알려진 박칼린이 연출가로 합류하면서 조씨 코헨의 깊이는 더욱 깊어졌다.
박칼린은 2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진행됐던 ‘에어포트 베이비’의 프레스콜을 통해 “실 소재에서 끌어올려서 소설을 만들었고, 생각보다 창작진의 합이 잘 맞아서 해보자 했다. 뮤지컬로 풀어내기는 것이 어렵지만 생각보다도 더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금발의 백인들 밖에 없었던 마을에서 자란 조씨 또한 같은 반 친구로부터 인종차별 적인 말을 듣기도 한다. 이를 테면 ‘노란 피부에 검은 머리인 넌 차이니즈, 짱깨’라고 말하기도 하고, ‘너희 어머니가 너를 쓰레기처럼 공항에 버렸다’는 비아냥거림이다. 그들 속에서 튀는 존재였던 조씨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한국으로 오지만, 도리어 이들로부터 ‘코리안 어메리컨’이라고 불리며 ‘불쌍하다’ ‘미안하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나는 아메리칸” “왜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지”라는 조씨의 대사는 우리 사회 속 은연중에 담겨 있는 편견을 보여준다.
‘에어포트 베이비’에서 조씨가 된 최재림은 “입양아라는 인물을 연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인 여자아이를 알고 있다. 실존인물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한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옷을 입어서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며 부담과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드러냈다.
“실생활에서 만났기에 조씨 코엔이라는 극중 인물이 가지고 있는 결여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고 전한 최재림은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조씨가 그토록 찾았던 엄마와 만났는데, 그 만남이 자신이 원했던 방향이 아니었을 때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아는 것이었다. 이는 여전히 내가 연기를 하는 것에 있어 가장 큰 고민으로 남고 있다. 매번 무대 위에서 진실 되게 이 인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을 목표를 두고 연기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에어포트 베이비’에 신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조씨가 가족을 찾기 6개월 전 교통사고로 죽어버린 쌍둥이 동생 준수, 우여곡절 끝에 만났는데 죽을병에 걸린 엄마, 그리고 가난으로 빚어진 한 여인의 극적인 인생 등 ‘대놓고 울 수 있는 장치’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후반부로 가면서 이 같은 장치들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다소 뻔한 클리셰로 흘러가기도 한다. 가족을 찾다 갑자기 마리화나를 피우는 조씨의 모습은 꼭 등장해야 싶다. 이로 인해 강제 추방을 당하지만 지나치게 상쾌한 조씨의 모습은 자칫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 같은 부분은 창작뮤지컬로서 ‘에어포트 베이비’가 수정해 나야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쉬움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에어포트 베이비’가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이마저도 조씨의 외로움과 심경을 극적으로 살리는 장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김밥과 떡볶이도 천국이 있는데 나를 위한 천국은 없네”라는 조씨의 눈물과 “내 인생 남한테 물어봐, 그래야 알 수 있어요. 내가 사람들한테 물어봐. 실례합니다, 혹시 내가 누군지 아세요? 왜냐하면 내가 잘 몰라요”라는 외침은 더욱 가슴으로 와 닿는다.
‘에어포트 베이비’는 오는3월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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