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남녀 주인공은 죽음으로 사랑을 완성한다.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는 포로가 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이집트 군사 기밀을 빼낸 반역죄로 사형선고를 받고 돌무덤으로 들어간다. 아이다도 그와 함께 최후를 맞이한다.
루마니아 소프라노 첼리아 코스떼아(40)와 칠레 테너 장카를로 몽살베(37)는 화창한 봄날에 비극을 노래하고 있다. 서울 남산창작센터에서 연습중이던 두 사람은 개나리 꽃 앞에서 모처럼 활짝 웃었다. 그들이 출연하는 수지오페라단 ‘아이다’ 공연은 10~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두 사람은 8년전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2년전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를 공연한 후 이번이 세번째 만남이다. 7월말에는 비제 오페라 ‘카르멘’을 함께 공연하니 각별한 인연이다.
라다메스 장군 역을 맡은 몽살베는 “소리의 균형이 나와 잘 맞는 소프라노다. 부드럽고 우아하며 꽉 차 있는 노래를 들려준다”며 코스떼아를 극찬했다.
아이다 역을 맡은 코스떼아는 “잘 생기고 노래를 잘해 관객들이 미치는 테너”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지금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 전문 가수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코스떼아는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빈 국립오페라극장, 베를린 오페라극장 등에서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일 트로바토레’ ‘돈 카를로’ ,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라 보엠’ ‘토스카’ ‘투란도트’ 등을 노래했다.
바리톤처럼 굵은 음성에도 화려한 고음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몽살베의 오페라 이력도 비슷하다. 지휘 거장 리카르도 무티에게 발탁된 그는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베로나 아레나(고대 원형 경기장) 등에서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투란도트’,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돈 카를로’ ‘나부코’ ‘루이자 밀러’ ‘가면 무도회’ ‘일 트로바토레’ 주역을 맡아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아이다’는 2번째 도전이다.
지난 3월 스페인에서 라다메스 역에 데뷔한 몽살베는 “라다메스 아리아는 영웅적인 소리와 로맨틱한 소리를 교차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고난도 테크닉이 없으면 여자의 맨 얼굴을 보여주는 것처럼 민망하다. 정교하고 곱게 화장하듯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2주일전에 루마니아에서 아이다 역을 처음 노래한 코스떼아는 “베르디는 발성이 완벽하지 않으면 노래할 수 없다. 아이다 아리아는 굉장히 풍부한 고음을 내야 되기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두 사람은 오페라 ‘아이다’의 매력에 대해 “거대한 오페라다. 개선행진곡 장면에서는 웅장한 합창과 발레가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 연출은 마리오 데 까를로, 지휘는 잠파올로 비잔티가 맡는다. 까를로는 두 성악가가 8년전 함께 공연한 ‘라 보엠’을 연출했다.
코스떼아는 “연출자 까를로는 무대와 의상, 조명 디자인까지 가능한 진정한 예술가다. 지휘자 비잔티는 성악가의 목소리를 배려하는 음악가”라고 소개했다.
몽살베는 200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피에르 루이지 피치가 연출한 오페라 ‘토스카’ 이후 두번째 한국 무대에 선다. 코스떼아는 2002년 예술의전당에서 독일 베를린 오페라극장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했고 2007년 예술의전당에서 빈 국립오페라극장 ‘피가로의 결혼’ 이후 세번째 내한 무대에 선다.
몽살베는 “한국 관객들은 뜨거운 에너지를 주면 성악가들이 더 좋은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매운 음식처럼 열정적이다. 김치와 부추무침, 제육볶음 등 한식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코스떼아는 “대학 시절 한국인 친구가 해 준 요리를 많이 먹었다. 오늘 먹은 고기 국수도 맛있었고 김밥도 좋아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바리톤 한명원, 테너 루디박(박지응) 등 한국 성악가들을 잘 알고 있다.
코스떼아는 “두 사람과 함께 무대에 선 적 있다. 사실 루디박 추천으로 이번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한국 성악가들 소리는 굉장히 풍부하다. 매우 인간적이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성악을 시작한 계기는 비슷했다. 대중 가요 가수를 준비하다가 오페라 재능을 발견했다.
코스떼아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 심장이 안 좋아져 포기했다. 소리 울림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17세에 가수가 되려 했는데 선생이 성악을 권유했다”며 옛일을 떠올렸다.
22세에 성악을 시작한 몽살베는 “음악 기초 수업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듣고 감동해 진로를 바꿨다”고 했다. (02)542-0350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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