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인터파크의 '북버스'가 서울 일대를 누빈다. 서울 목동·노원, 경기도 분당·일산을 노선으로 누빌 이 북버스에 책을 가져오면 누구나 쉽게 중고책을 팔 수 있다. 차량을 집으로 직접 보내 책을 수거하는 서비스도 동시에 시작한다. 기존에는 매입가능 도서만 선별적으로 매입하던 것도 종류와 수량이 없이 개방해 매입한다는 점에서도 파격적이다.
예스24는 읽은 책을 최대 50% 가격에 되파는 중고책 '바이백'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홈페이지에서 자신이 구매한 도서가 바이백이 가능한지 확인한 뒤 예스24로 도서를 보내면 정가의 최고 50%에 달하는 금액을 쿠폰인 'YES머니'로 돌려 받는 서비스다. 도서정가제 시행 직후 VIP 회원을 대상으로 12월 10일까지 1차로 진행한 이 서비스가 호응을 얻자, 12월 19일부터 전회원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이후 일평균 신청건수 및 신청도서 모두 1차 대비 2배 가량 증가했으며, 이용 회원수도 약 82% 늘어났다. 바이백은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지난해 11월 개정 도서정가제 실시로 타격을 받은 인터넷서점들이 '중고책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허름한 뒷골목의 헌책방은 이제 옛말이다. 인터넷서점 '빅4'가 각자의 방식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중고책 시장의 선발주자는 알라딘이다. 알라딘은 2011년 서울 종로에 오프라인 중고서점 1호를 내면서 출판계의 주목을 받았다. 서점 못지않은 깔끔한 매장과 책 상태에 따른 규격화된 매입·판매 시스템이 호평을 받았다. 신간 베스트셀러가 많은 점도 독자의 발길을 이끄는 요인이었다. 지난해에만 수원·청주·노원점 3곳을 열면서, 매장만 17개점에 달한다.
후발주자인 여타 서점들은 온라인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예스24의 바이백은 신간 판매를 독촉하기 위한 '당근'이다. 읽은 책을 비싼가격에 되사는 대신, 자사 책을 다시 구입하게하는 '어항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인터파크는 '북버스'를 통해 중고책 판매의 가장 큰 고충이던 배송문제를 해결했다. 전면래핑을 한 북버스가 도심을 누비는 홍보효과도 노린다. 올해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은 없다는 알라딘은 핀테크인 '카카오페이' 결제를 시작하면서 고객편의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고객에게 직접 파는 오픈 마켓에 강점이 있는 교보문고는 모바일 중고서점을 열어 이달 중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도서정가제로 가격차별화가 어려워지자, 향후 더커질 가능성 있는 중고책 시장 선점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서점들은 '도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예스24 김기호 대표는 "도서정가제로 책을 구입하려는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든 만큼, 새 책 구매와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를 지켜보는 출판계의 우려의 시각도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면서 기증도서·신간이 대거 중고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유통질서를 흐린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개정 도서정가제에서 기증도서의 중고 판매가 불가능하도록 법적 규제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 박익순 소장은 "인터넷서점의 중고시장 진출은 정가제 이후 바뀐 출판 환경 속에서 시장 점유율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면서도 "신간 시장을 축소시키거나,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고서점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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