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신화, 지오디(GOD) 등 내로라하는 한국 원조 아이돌 가수들을 키운 건 팔할이 '빠순이'이다. 빠순이는 아이돌(오빠)을 쫓아다니면서 응원하는 소녀팬(순이)들을 얕잡아 일컫는 용어지만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원조 아이돌 팬덤 문화의 대명사가 됐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 소녀에서 아줌마가 된 이들은 유모차를 이끌고 원조 아이돌 르네상스를 창조하고 있다. 이들의 성원 덕분인지 1세대 아이돌 가수들이 속속 컴백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성 6인조 신화다. 지난 2012년 컴백해 선구자 역할을 했고, 오는 10월 정규앨범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GOD는 최근 다섯 멤버가 함께 디지털 싱글 '미운 오리 새끼'를 발표해 음원 차트를 뒤흔들었다. H.O.T, 젝스키스, 엔알지(NRG) 등 멤버들이 뭉친 그룹 '핫젝갓알지'는 연내 컴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원조 아이돌 팬 5명을 전화 인터뷰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내에 아이돌 팬덤 문화가 정착된 것은 남성 5인조 아이돌 H.O.T 데뷔(1996년) 이후인 1990년대 말이다. 이전에도 '서태지와 아이들(1994년 데뷔)'이 있었지만 팬클럽이 가요기획사의 마케팅과 결합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벌이게 된 건 이 때가 처음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H.O.T 데뷔 이후 신화(1998년) 지오디(1999년) 등 굵직한 후배 가수들이 잇달아 데뷔하고, 각 뮤지션과 팬클럽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1990년대 말 원조 팬덤문화가 꽃피게 된다.
H.O.T 소녀팬들은 흰색, 신화는 주황색, 지오디는 하늘색 풍선을 들고서 학교도 빼먹고 여의도 방송국에, 콘서트장에 장사진을 쳤다. 좌석과 대형 현수막 자리 경쟁은 물론 팬클럽 간 기싸움도 치열했다.
![신화 [사진 제공=신화컴퍼니]](https://img.mbn.co.kr/newmbn/white.PNG)
이들의 아이돌 사랑은 10여 년이 지나도 한결같다. 대부분 그룹이 해체하거나 개점휴업 상태임에도 오랫동안 팬덤이 유지되는 비결은 뭘까. 30대 후반의 지오디 팬 박 모씨는 "멤버들이 연애하고 이별하고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래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신화 팬 전 모씨는 "오빠들이 팬들과 잘 소통하고 팬들은 끈끈하게 뭉친다"며 "콘서트장에 한번 가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멤버들에 대한 애정 덕분 아닐까.
"지오디는 제 10대의 모든 것이에요. 지오디가 컴백하니까 10대 때 제 모든 추억이 되살아났어요."(지오디 팬 회사원 홍 모씨ㆍ28) "(멤버들을 보면)아직도 설레요."(신화 팬 회사원 김 모씨ㆍ29) "H.O.T는 추억이자 의리이자 기대예요."(H.O.T팬 회사원ㆍ30대 초반)
이들의 지갑 사정도 소녀 때에 비해 나아졌다. 2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이 된 이들은 문화 주요 소비계층이기도 하다. "제가 지금까지 딱 한 가지 못 해본 게 우리 오빠들 '해외 투어' 따라가는 일이에요. 오빠들이 나서기만 하면 따라갈 준비가 돼 있어요. 총알(돈)은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거든요."(신화 팬 전 모씨)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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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남성 6인조 신화다. 지난 2012년 컴백해 선구자 역할을 했고, 오는 10월 정규앨범으로 컴백할 예정이다. GOD는 최근 다섯 멤버가 함께 디지털 싱글 '미운 오리 새끼'를 발표해 음원 차트를 뒤흔들었다. H.O.T, 젝스키스, 엔알지(NRG) 등 멤버들이 뭉친 그룹 '핫젝갓알지'는 연내 컴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원조 아이돌 팬 5명을 전화 인터뷰했다.
이들에 따르면 국내에 아이돌 팬덤 문화가 정착된 것은 남성 5인조 아이돌 H.O.T 데뷔(1996년) 이후인 1990년대 말이다. 이전에도 '서태지와 아이들(1994년 데뷔)'이 있었지만 팬클럽이 가요기획사의 마케팅과 결합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벌이게 된 건 이 때가 처음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H.O.T 데뷔 이후 신화(1998년) 지오디(1999년) 등 굵직한 후배 가수들이 잇달아 데뷔하고, 각 뮤지션과 팬클럽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1990년대 말 원조 팬덤문화가 꽃피게 된다.
H.O.T 소녀팬들은 흰색, 신화는 주황색, 지오디는 하늘색 풍선을 들고서 학교도 빼먹고 여의도 방송국에, 콘서트장에 장사진을 쳤다. 좌석과 대형 현수막 자리 경쟁은 물론 팬클럽 간 기싸움도 치열했다.
![신화 [사진 제공=신화컴퍼니]](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14/05/15/100352051205.jpg)
신화 [사진 제공=신화컴퍼니]
2000년대 초반이 되자 20~30대 누나들도 아이돌 팬덤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신화가 남성미를 뿜어낸 정규 3집 '온리 원(2000년)', 지오디가 인간적인 매력을 발산한 MBC 예능 'GOD의 육아일기(2000~2001년)'를 계기로 누나부대가 급격히 팽창했다. "나이로는 제가 누나지만 멤버들을 '오빠'라고 불러요. 오빠 앨범 듣고 콘서트랑 공개방송에 모두 가고, 숙소에도 찾아갔죠.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했어요."(신화 팬, 회사원 전 모씨ㆍ39)이들의 아이돌 사랑은 10여 년이 지나도 한결같다. 대부분 그룹이 해체하거나 개점휴업 상태임에도 오랫동안 팬덤이 유지되는 비결은 뭘까. 30대 후반의 지오디 팬 박 모씨는 "멤버들이 연애하고 이별하고 결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래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신화 팬 전 모씨는 "오빠들이 팬들과 잘 소통하고 팬들은 끈끈하게 뭉친다"며 "콘서트장에 한번 가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멤버들에 대한 애정 덕분 아닐까.
"지오디는 제 10대의 모든 것이에요. 지오디가 컴백하니까 10대 때 제 모든 추억이 되살아났어요."(지오디 팬 회사원 홍 모씨ㆍ28) "(멤버들을 보면)아직도 설레요."(신화 팬 회사원 김 모씨ㆍ29) "H.O.T는 추억이자 의리이자 기대예요."(H.O.T팬 회사원ㆍ30대 초반)
이들의 지갑 사정도 소녀 때에 비해 나아졌다. 20대 후반~40대 초반 여성이 된 이들은 문화 주요 소비계층이기도 하다. "제가 지금까지 딱 한 가지 못 해본 게 우리 오빠들 '해외 투어' 따라가는 일이에요. 오빠들이 나서기만 하면 따라갈 준비가 돼 있어요. 총알(돈)은 언제든지 준비가 돼 있거든요."(신화 팬 전 모씨)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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