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우리를 대상으로 군사적 도발위협을 계속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태양절이라고 하는 명절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태양절이란 어떤 것인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김영희 한국정책금융공사 조사연구실 북한경제팀장 모셨습니다. 아래는 방송 인터뷰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태양절이라는 이름 참 좋네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나요?
-일반적으론 김일성의 생일이 맞죠. 왜 태양이라는 말을 붙였는지. 태양절은 말 그대로 태양인 김일성의 생일이라는 거죠. 생일을 기념하는 명절. 명절 중에서도 가장 최상의 명절이라는 거죠. 태양이라는 게 만물이 소생할 수 있는 빛을 주잖아요. 그것도 온 지구 만물에 다 주거든요. 그래서 그 태양이라는 의미가 북한의 주민들에게만 빛을 주는 게 아니라 온 지구상 인류를 대상으로 했다는 거죠.
▶우리는 아무리 유명하고 위대한 인물이라고 해도 그 사람을 기념해서 명절을 하진 않는데.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명절은 설날과 추석인데. 5천년 역사 중에 지금 60년만 다르게 하는데 이해하기 힘든 대목인 것 같아요. 태양절이 어느 정도로 성대한가요?
-북한은 조선이라고 하잖아요. 조선의 시조, 이 나라를 세워주고 지금까지 이 정도로 발전시켜준 위대한 수령, 그리고 태양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그 명절이 없고 김일성의 출생이 없다면 조선이라는 나라도 없고 그런 국민도 없다 라는 인식을 갖고 있죠. 그러니 태양절이 북한에 있어선 얼마나 큰 명절이겠어요. 북한의 명절 중에 최대의 명절인 거죠.
▶태양절에는 하사품도 내려오나요?
-주죠.
▶주로 어떤 것이 있나요?
-북한에서 매 명절마다.. 5대 명절이 있다고 해요. 이제는 김정은이 새로운 지도자가 되었으니까 6대 명절이 될 수도 있겠죠. 명절 때마다 하사품이 조금씩 있어요. 4월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에 가장 하사품이 많죠. 일단 간부들한테는.. 여기 있는 저로서는 사실 선물이냐 할 정도에요, 양주나 귤 한 박스. 물질적인 거죠. 식품들. 술이나 담배나 과일을 줘요. 우리는 여기서 돈 많이 있으면 얼마든지 매일 가서 사먹을 수 있는 것을 북한에선 선물로 주고. 평범한 주민들에게는 초등학교 어린이들한테는 사탕하고 과자를 1kg 포장해서 줘요. 그러면 애들은 명절이 되면 얼마나 고대를 하겠어요. 여기서는 사실 이 썩는다고 사탕도 잘 안 먹잖아요. 그리고 주민들한테도 나라에서 주는 게 있어요. 그래봐야 돼지고기 0.5kg, 기름 한 병 정도. 4인 기준으로. 담배 몇 갑, 비누 한 장. 설탕 조금 정도 밖에 안되요.
▶없는 살림에는 상당히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민족 최대 명절로 생각하겠죠. 우리도 어린이들이 설날을 추석보다 좋아하잖아요. 세뱃돈 때문에 그러는데. 북한사람들도 그런 것을 받으니까 태양절을 좋아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당연하죠. 여느 때는 잘 못먹더라도 그때는 국가에서 조금 주는 게 있고. 또 공장기업소에서 내주는 게 있어요. 명절에는 다른 때 못 먹었던 떡과 만두를 먹을 수 있고. 평일엔 못 먹던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고. 그리고 이틀 삼일 휴식을 하니까 이모저모로 주민들한텐 좋은 거죠.
▶태양절에 하사품도 있고 축제도 있다고 하는데 가정에서 따로 하는 풍습도 있을까요? 이를테면 김일성 주석 제사라든지.
-제사는 안하는데. 사실 풍습이나 이런 것들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거잖아요. 스스로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냥 하는 거잖아요. 그러나 북한사람들한테는 태양절 관습 같은 경우는 사실 관습 아닌 관습이예요. 간접적인 강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놓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집마다 있는 수령님 초상화에 ‘고맙 습니다’ 하고 인사를 드려요. 음식을 먹고 시내 사람들은 동상에 가서 꽃 하나 놓고 인사하고. 동상이 없는 사람들은 영생탑 이라고 있어요. 그게 뭐냐면 위대하신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그걸 영생탑 이라고 하거든요. 그 영생탑에 가서 인사드리고. 이게 관례처럼 되어있죠.
▶안하면 안 되요?
-안하면 시선이 있기 때문에 저 사람은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이 되니까 싫어도 내색하지 말고 가서 해야죠.
▶태양절 행사로 인해서 주민들을 동원하고. 이런 것들이 힘들지 않나요?
-동원하죠. 행사라고 하면 국가적인 행사가 있어요. 그 지역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있고 조직인 직장별로 진행하는 행사가 있고. 그리고 인민반, 우리로 말하면 아파트 통 반 같은 인민반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있는데. 가장 많이 동원되는 게 인민반과 조직에서 진행하는 행사. 4월 15일 봄이잖아요. 그러면 돌아가면서 다 도색칠을 하고 꽃도 심어야 되고.. 오늘 먹기 위해서 시장에서 돈 벌어야 되는데 거기 동원해서 그런 걸 해야 되고. 어쩔 수 없이 다 해야 하는 거죠.
▶태양절에 보면 인력이나 자원, 물자도 엄청 많이 들어갈 것 같은데 그 비용은 어떻게 해요?
-국가적인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개인에게 부담시키진 않아요. 만약에 큰 행사를 해야 하는데 외화가 부족하면 외화벌이에 동원시키죠. 조개를 많이 잡아라, 그걸 잡아서 팔면 외화가 되니까. 그런 식으로 하지 개인들에게 돈 내라고 하진 않고. 마을이나 직장을 꾸릴 때는 돈을 내야죠.
▶지금 화면을 보니까 공원을 만들기 위해 동원된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요. 우리 같으면 포크레인 한 대만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주민들이 삽질 하려면 한 300~400명이 모이겠네요. 저런 일들이 많다는 거죠?
-저기는 어디 건설장인 것 같은데. 명절을 맞이해서 국가에서 과제를 주잖아요. 어떤 일을 해라, 그러면 군인들이 나가서 그 일을 하는데. 여기서는 기계가 다 일을 하지 사람이 하는 일이 없잖아요. 북한 같은 같은 경우는 기계가 거의 없죠. 있다 하더라도 기름이 없고. 그래서 다 사람이 해요.
▶지금 화면을 보니까 군인들이 많이 동원된 것 같은데.. 북한에선 군이 없으면 안 되겠네요. 롤러도 보이긴 하네요.
-다져야 되니까 있죠.
▶인민들 사이에서 삽질하는 일까지 동원되어야 하는 것에 불만은 없는지. 없더라도 점점 시간이 지나다 보면 있을 수 있잖아요?
-북한사람들의 인식은 수령이 있고 국가가 있고 국가가 있고 조직이 있고 조직이 있어야 내가 있다 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고 조직이 있고 국가가 있는게 아니에요. 이것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내가 헌신한다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불만을 가지진 않아요. 그러나 육체적으로 힘들잖아요. 곡괭이질 하루 종일 계속해 봐요. 우리 대학 때 농촌동원 나가서 한번은 다리를 놓는다고 큰 바위를 깬 적 있어요. 그것을 곡괭이로 뚫다 보니까 뇌진탕이 와요.
▶저렇게 일을 해서 돈을 주나요?
-없죠. 돈이 어디 있어요. 다 무임금 이예요,
▶우리는 일하면 돈을 받아야 되는데.
-여기에서는 당연히 돈을 주죠.
▶태양절 말고도 김씨 왕조 일가를 기념해서 만든 명절들이 있죠?
-많죠. 출생 날은 다 명절. 김정은 출생은 1월 8일이라고 하는데 아직은 공식적인 명절로 쇠고 있지 않으니까. 2,3년 있다가 쇠지 않을까 싶고.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태양절인 김일성 생일 4월 15일.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 12월 24일. 이 사람들의 그동안 역사적 행적들이 있는 날은 다 명절 이예요. 그러나 쉬지 않는 명절. 놀면 다음날 또 일해야 하니까. 4월 8일에도 김정일의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된 날이었어요. 그런 명절은 국가에서 희사를 한다든가 그런 것은 없어요. 오직 중앙보고대 라고 선전선동 하는, 사상을 세뇌시키는 것만 있지 다른 것은 없죠.
▶탈북하신지 꽤 됐는데도 ‘오늘이 태양절인데’ 이렇게 먼저 생각나세요?
-그게 먼저 생각나죠. 언뜻 언뜻 날짜가 되면 4월 15일, 5.1절 국제노동절. 북한은 6월 1일이 어린이 명절 이예요. 이런 것들이 6월 30일, 김일성이 빨치산 투쟁하면서 조선인민군 반일군대 형성한날. 그런 것들로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날짜가 먼저 떠오르게 되죠.
▶12월 25일은 성탄절이라고 해서 우리는 산타를 떠올리지만 북한에서는 김정숙 어머님 생신이네 라고 생각하는 거네요.
-그럼요. 12월 27일은 북한의 헌법절 이예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게 먼저 생각나죠. 저희 어릴 때 연도별로 나온 게 수첩으로 나와서 외웠어요.
▶누가 확인하나요?
-어느 날은 무슨 날 다 해야 하니까. 머릿속에 사진처럼 들어있죠.
▶북한이라는 나라가 하나의 종교국가라고 평가하는 외신들도 있거든요. 주체이즘이라는 종교를 가진 2500만의 교도들이 있는 나라다 라고 하는데. 최근 외신들이 북한에 있는 인민들의 인터뷰를 땄다고 하는데 저희가 보여드리겠습니다.
(VCR)
-지금 거리 분위기를 보게 되면 평화로워 보이는데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모든 사람들은 원수 놈들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민족의 숙원인 조국통일을 위한 싸움에 나설 각오가 다 되어 있습니다.
▶방송 인터뷰를 지금 같이 보셨는데 평양이 평온해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전쟁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북한분위기가 어떻다고 전해 들으세요?
-사실은 평온해요. 다 직장 나가고 장사할 사람은 장사하고..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전쟁분위기를 고조 시키죠. 그러나 이제 북한 사람들은 이게 만성화되었어요. 해마다 전쟁 이예요. 작년 12월에도 전쟁 터진다고 40세 이하는 모두 군대 나간다고 했었거든요. 그런 것처럼 매번 전쟁분위기니까 ‘이러다 말겠거니’ 하죠. 또 한편으로는 ‘까짓것 전쟁이나 터져라’ 하죠.
▶많은 탈북자분들이 저희 방송에 나와서 하신 말씀들이 북한 인민들이 ‘전쟁이나 터져서 빨리 망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거예요. 기조에 깔린 심리일 수도 있겠어요.
-왜 우리가 못 먹고 못사느냐가 원인이 되요. 굶주리면서 살아온 게 이제 거의 20년이 되는데 너무너무 힘들잖아요. 이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 이런 이야기가 있어요. 국방비 1퍼센트만 인민생활에 돌리면 인민들이 허리를 폅니다. 왜 국방비에 많은 비용이 들어 가냐 하는 것이 미국이 언젠가 우리를 침공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국방비가 들고 핵도 만들고 이런다. 그러니까 전쟁이 터져서 살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게 되서 국방비에 들어가는 몫이 통일이 되면 하나로 묶여지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국방비에 들어가던 몫이 100이었다면 80이 될 수도 있고, 사는 것이 지금보단 낫지 않겠냐. 이런 막연한 생각들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주변사람들하고 나누기도 하나요?
-평범하게 일상처럼 이야기하죠.
▶경계가 옛날보다 많이 느슨해졌네요?
-그렇죠.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은 지금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보시는 거죠?
-변하고 있죠.
▶사람들의 마음, 미국이나 대한민국을 보는 시각에도 많은 변화가 있나요?
-변화가 있어요. 미국을 철천지원수라고 하면서도.. 미국사람을 그려놓고 총을 겨누고. 4월 15일 아이들이 체육경기를 하게 되면 눈감고 때리기가 있어요. 미국사람 모형을 갖다놓고 때리는 거죠. 그럴 정도로 완전히 철천지원수라고, 지구상에 우리와 같이 살 수 없는. 그렇게 하면서도 미국에서 온 코카콜라 다 먹고.. 북한사람들에게 이런 게 있어요. 기조에는 사실 미국과 관계개선을 해서 잘 살아보자 라는 게 더 깔려 있어요. 겉으론 철천지원수지만 속마음은 다른 거죠.
▶북한 인민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되면 지금보단 낫겠다; 라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겠네요.
-미국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했던 게 94년도 제네바 합의 때 부터였어요. 그때가 제네바 합의 이후에 미국이 경수로 발전소 건설 해주고 중유도 지원해주고 그러면서 북미관계가 점점 완화되고 수교를 맺게 되고. 이러면서 주민들한테 2002년도에는 미국하고 북한하고 결혼한다, 말하자면 수교를 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북한주민들이 미국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우리 당국 자체가 미국을 겉으로는 철천지원수라고 하지만 진심은 수교를 간절히 원하고 있구나.. 그때부터 바뀌기 시작했죠.
▶오늘도 북한 내부의 소식,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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