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업종이라는 대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찾아 2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CEO가 있습니다. 바로 방송용 HD모니터를 전문으로 만드는 티브이로직(주)의 이경국 대표입니다. 방송장비 업계에서 ‘국산은 안 된다’는 인식을 깨고 세계적인 방송장비업체로 자리매김한 티브이로직(주)의 이경국 대표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Q : 어렸을 때부터 꿈이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나요?
A: 네. 그렇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광석 라디오를 만들어 볼 기회가 있었어요. 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로부터 말이 들린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죠. 그 다음부터 여러 가지 전자제품을 조립해보고 만들어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는 중고 전자 부품이 많은 세운상가에 가서 구경하는 것이 취미 생활이었어요. 용돈을 쪼개 중고 전자제품을 사서 뜯어서 이리저리 만져보기도 하고 다시 조립해보기도 했죠. 그렇게 전자제품에 푹 빠져서 서울대학교 공대에 가서도 전자 공학을 전공했습니다.
Q : 졸업 후에는 어떠셨습니까?
A : 카이스트 대학원 졸업 후에 LG중앙연구소의 모니터 개발파트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87년에 KBS기술연구소로 이직 했는데, 당시 88올림픽 준비로 한창 바쁠 때였어요. 거기서 저는 올림픽 중계를 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들을 개발했어요.
제가 있었던 팀에서 한 것은 흑백 데이터를 받아 컬러로 송출하는 하드웨어를 만들었어요. 당시 미국의 유명 방송국인 NBC도 포기한 일이었죠. 나중에 거기서도 저희 기술을 인정해주더라고요. 그 때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Q : 창업의 길에 들어서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당시 KBS기술연구소에서 사내벤처 공모전을 했었어요. 그 때 저는 방송용 모니터를 국산화하자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분명 저는 성공할 아이템이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탈락했죠. 국산 모니터를 누가 쓰냐는 것이었어요. 그 때‘내가 한 번 해보자.’고 해서 2002년에 사직서를 냈어요.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잘 될 것 같았죠.
Q : 아무래도 방송장비를 개발하는 거라 초기비용이 만만치 않으셨을텐데요?
A: 운이 좀 좋은 편이었어요. 당시 부산 아시안 게임이 열렸는데 제가 차린 회사가 부산 아시안 게임 방송 그래픽 송출 장비 쪽에서 외주 제작 업체로 선정이 되었어요. 예전에 88올림픽 때 제가 그 쪽 일을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그 덕분에 다행히도 제가 그토록 원했던 모니터 개발을 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소니, JVC, 파나소닉 등이 방송용 장비를 잡고 있어요. 거기와는 차별화 되는 제품을 만들어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철저하게 경쟁사 제품들을 분석했고 열심히 연구한 끝에 2년 만에 HD 전용 모니터를 개발해냈어요. 당시만 해도 모두들 아날로그 모니터만 생산하고 있었는데 저는 한 발 앞서 시장을 읽어 HD모니터 개발에 뛰어들었죠.
Q: 개발만 한다고 제품이 팔리는 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처음 영업을 하셨나요?
A: 개발한 당시 SBS가 신사옥으로 이전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그 때 SBS가 HD 모니터를 쓰겠다고 했는데 당시 그걸 생산하는 업체가 소니와 저희 뿐 이었어요.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저희 것을 주면서 직접 비교해보라고 했죠. 거기서 직접 써보니 저희 제품의 품질이 훨씬 좋은 거예요. SBS에서 100% 저희 제품을 쓰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타이밍이 아주 좋았죠.
Q : 사업을 하면서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A: 사실 초반에 저희가 신생 업체였기 때문에 브랜드 형성이 안 되어서 여러 유혹들이 많았어요. 특히나 저희가 HD 모니터를 개발해서 영업을 할 때, 파나소닉과 JVC가 저희한테 OEM형식으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달고 생산을 하라는 권유도 받았어요. 사실 당장 그렇게 하면 매출을 크게 올릴 수 있으니까 고민이 되었어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사업을 해나가려면 저희만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저희 업체가 방송장비 분야에서는 4위 정도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세계 1위로 올라서야죠.
Q : 성공 비결은 무엇입니까?
A : 지금 제가 있는 곳은 특수 시장입니다. 시장 자체가 작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않는 시장이기도 하지요. 저는 경쟁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빨리 하든지, 아니면 남들과 다른 차별화 되는 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빠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나 기술력도 있었지만, HD 모니터처럼 시장을 빨리 읽어 한 발 앞서 기술을 개발했던 것입니다. 또한, 이미 나와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저희만 줄 수 있는 차별화되는 성능을 살려서 개발, 마케팅 했습니다.
저는 항상 일을 하거나 무엇을 볼 때 항상 저희 제품과 연관 지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계속 같은 것만 쳐다보고 있으면 정말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눈에 보여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인다고 하잖아요.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것만 생각하니까 그런 것들만 보이는 것 같아요. 그게 제 성공비결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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