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를 경험하려는 새로운 세대의 욕망
예매가 불가능해 보이는 공연 티켓들이 있다. 클래식에선 조성진, 임윤찬 등의 공연이고, 성인가요에선 임영웅일 것이다. 요 근래 제일 어려운 건 아마도 내년 예정인 오아시스 콘서트의 티켓이 아닐까 싶다. 린킨파크에 이어 라디오헤드까지 재결합으로 우리들을 찾아오는 록계 전설들의 귀환, 그리고 이들의 시대를 살지 못한 청년세대가 이들의 귀환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전설의 오아시스(OASIS), 16년 만의 재결성
시작은 2024년 8월 27일 발표된 오아시스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새 소식이었다. ‘15년 만의 밴드 재결합 및 2025년 여름 투어’가 바로 그 뉴스였다. 록 신이 들끓었다. 영국 및 유럽뿐만 아니라 한국의 팬들마저도 내년 여름의 오아시스 영국 투어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공연 티켓 가격이 1,000만 원이 될 만큼 천정부지로 솟아올랐다. 2025년 여름 영국 카디프, 맨체스터, 런던, 에딘버러, 더블린에서 공연이 발표됐고, 그 중엔 서울도 있었다. 만일 당신이 1990년대의 브릿팝을 가까이하며 청춘을 보냈다면, 열 중에 아홉은 이 뉴스에 반응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오아시스는 1991년 결성되었고, 이른바 1990년대 브릿팝을 견인한 5인조 밴드였다. 그 중심엔 노엘 갤러거와 리암 갤러거 형제가 있었다. 노엘은 노래를 만들고 기타를 쳤으며, 리암은 오아시스의 프론트맨으로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한 성공을 거둔다. 1994년 발표한 1집은 전 세계 850만 장 이상을 팔아 치웠다. 다음 해에 발매한 2집은 무려 2,2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오아시스 앨범은 지금도 팔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견원지간처럼 굴던 형제의 다툼은 결국 2009년 8월 28일, 형인 노엘의 밴드 탈퇴와 해체로 이어졌다. 오아시스의 역사는 그렇게 종지부를 찍었다.
오아시스(사진 오아시스 인스타그램 캡쳐), 오아시스(사진 오아시스 인스타그램 캡쳐)
오아시스는 지금까지 총 세 번 정도 한국에서 공연했다. 2006년 첫 내한공연과, 2009년 4월 내한공연, 7월 지산밸리록페스티벌 헤드라이너 무대였다. 7월 26일의 지산밸리록페스티벌 무대 한 달 후 오아시스는 해체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록 뮤직을 사랑하는 X세대와 밀레니얼 팬들에게 그들은 일종의 전설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해체로부터 16년 후인 2025년 그들을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의 공연일은 내년 10월 21일로 예정됐다. 티켓 판매는 지난 11월 28일 선예매로 진행됐다.오아시스의 재결성과 다시 시작하는 월드 투어에 대해 길게 이야기한 이유는 이들의 재결성 탓에 록 뮤직이 다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다시금 예전 밴드들의 재결성 소식이 잇따르고 심지어 새로운 앨범 발매는 물론, 월드투어까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
새 보컬을 영입하고 다시 활동에 나선 린킨파크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지난 9월 인천에서 개최된 린킨파크 내한 공연 포스터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곧 발매될 린킨파크의 새 앨범 재킷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린킨파크의 귀환, 라디오헤드의 재결성 갈망오아시스의 재결성 소식으로 전 세계가 들썩일 때, 또 하나의 레전더리 밴드가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린킨파크(LINKIN PARK)다. 1996년 결성된 린킨파크는 하드코어 사운드에 DJ 사운드를 곁들여 뉴메탈이라는 장르를 내세우며 전 세계 통산 1억 장 이상이 판매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밴드의 프론트맨 체스터 베닝턴이 사망하면서 밴드는 긴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그랬던 린킨파크가 여성 보컬 에밀리 암스트롱을 영입하면서부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새로운 프론트 맨의 기용에는 많은 기우가 있었지만 지난 9월 인천 공연장에서 목도한 린킨파크의 보컬 에밀리는 그 의심을 싹 날려버리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이제 이들은 자신들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In The End’처럼 결국 다시 일어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톰 요크의 밴드 ‘더 스마일’의 새 앨범 재킷 (사진 톰요크 인스타그램 캡쳐)
지난 2012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 한국의 수많은 페스티벌 고어들이 꿈꾸어왔던 순간이 실현된 장이 있었다. 바로 영국 록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무대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시쳇말로 안드로메다 행성 어디에선가 울려대는 그런 사운드였다. 그만큼 어렵고 난해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오아시스와 비슷한 시기에 결성되어 그들과 함께 브릿팝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밴드이기에, 그들을 영접한 팬들의 에너지는 실로 굉장했다.‘Creep’이라는 브릿팝 명곡이 있지만 그들의 공연에서 이 곡의 연주를 듣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라디오헤드의 앨범 작업물들은 점차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면서 동시에 그든 점차 공연을 줄이고 있었고, 2018년 마지막 투어 이후부터 잠정적 활동 중단의 시기를 거쳐오고 있다. 밴드의 프론트 맨이자 실질적 리더인 톰 요크는 ‘더 스마일(The Smile)’이라는 밴드 프로젝트 및 자신의 솔로 작업과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이렇게 완전히 멈춰버린 줄 알았던 라디오헤드의 움직임이 최근 포착되었다. 단서는 지난 9월 베이시스트 콜린 그리운드의 인터뷰 멘트였다. “2024년 7월경, 런던에서 멤버들이 모두 모여 과거의 곡들을 연주하며 리허설을 가졌다”는 것. 물론 이 리허설이 공연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라디오헤드의 재결성 소식이 완전히 공식화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엄청난 팬덤은 다시금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을 염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콜드플레이는 12집을 마지막으로 해체할 것이라고 전해졌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한편 이 같은 경우들과 반대로 해체에 대해 언급한 밴드도 있다. 2025년 4월 무려 6회 차의 내한공연을 예정하고 있는 콜드플레이(COLDPLAY)가 그 사례다. 최근 이들이 10집 앨범을 발매하며 덧붙인 코멘트가 화제가 됐다. 밴드는 “우리는 제대로 된 앨범을 12장만 낼 거다. 덜할수록 더 좋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해리 포터』는 7권까지이고, 비틀즈의 앨범은 12장 반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럼 이제 콜드플레이에게는 두 장의 정규앨범만이 남았다는 의미다. 그게 몇 년 후가 되었건 그 이후로 해체를 한다는 말이 아닐까.레전드의 현역 시절 못 본 세대, 바이닐 동내
어쨋거나 몇몇 레전드들의 귀환은 많은 이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여기에서 좀 더 신기한 건 내 나이 또래 그 시대의 팬보다 요즘 세대의 청자들이 그들의 귀환을 환영한다는 점이다. 오아시스의 1집이나 2집 바이닐은 25주년, 30주년 기념 등으로 세분화되어 발매되어 왔다. 그런데 이 앨범들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곧장 매진된다. 이 소비의 중심에 청년 세대가 있다. 이들은 오아시스의 현역 시절을 즐겨보지 못한 세대다. 그런데도 이들은 오아시스의 바이닐을 구매하고, 린킨파크의 내한공연 티켓을 구입한다.
콜드플레이의 내년 내한공연 티켓은 이미 매진이 된 상태다. 콜드플레이 역시 꽤나 오래된 역사성을 지닌 밴드다. 물론 이들은 BTS와의 협업으로 젊은 세대에게 이미 어필한 바 있기에 콜드플레이를 아는 이들이 앞선 밴드보다는 더 많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도 6번이나 열리는 공연 티켓이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됐다는 건 기존 팬에 청년 세대가 가세해야만 이뤄질 수 있는 결과다.
오아시스가 내년에 올 것이라는 확신, 한국 팬들의 부응에 감동하여 정규 앨범 투어와 함께 다시 돌아올 것 같은 린킨파크에 대한 기대, 마지막으로 라디오헤드의 귀환을 갈망하는 마음들….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록 뮤직이 다시금 뮤직 인더스트리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이건 나의 기대이기도 하고, 많은 록 팬들의 열망이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이 현상들이 뉴트로로 받아들여지건, ‘올디스 벗 구디스’라는 격언으로 받아들여지든 간에 상관없다. 역사적이고, 유명한 것을 경험하려는 욕망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저런 공연 티켓들을 손에 쥘 수나 있을까? 이제는 어떤 전략으로 공연장에 입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글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사진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워너뮤직코리아,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8호(24.12.1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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