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러시아 유튜버에게 속아 '러시아 선수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곤경에 처했습니다.
어제(3일, 현지시간)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스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보반'과 '렉서스'로 알려진 러시아 유튜버들과 통화를 했습니다. 유튜버들은 자신들이 아프리카연합위원회(AUC) 위원장이라고 속였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AUC 위원장을 사칭한 보반과 렉서스의 전화에 러시아·벨라루스 선수의 파리올림픽 출전 적정성을 판단할 특별 패널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IOC 차원에서 인터넷, 언론, 공개 성명을 모니터링하는 특별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문제 되는 발언을 한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따른 징계로 파리올림픽에 '개인 중립 선수'로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군대와 관련 있거나 특별군사작전을 지지하는 선수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고, 자국 국기나 국가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이 이러한 규정을 어기는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또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선수나 임원들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보반과 렉서스는 바흐 위원장과의 통화 내용을 전날 자신들의 채널에 게시했습니다. 그에 앞서 IOC는 지난달 22일 바흐 위원장이 가짜 전화에 속았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바흐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바흐 위원장의 발언이 국제 스포츠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IOC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선수단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은 음모에 해당한다면서 "바흐 위원장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스포츠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감시 활동은 있을 수 있다. 이것이 모두에게 적용된다면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러시아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올림픽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보빈과 렉서스는 본명이 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 알렉세이 스톨야로프인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유튜버입니다. 이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해리 왕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에게도 신분을 속인 채 전화를 건 적이 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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