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영향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는 상황에 분양시장에 공급되는 단지들의 3.3㎡당 평균 분양가마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건설 및 주택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645만원으로, 2020년 상반기(1647만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기간 지방(수도권 제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339만원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오피스텔 분양가도 상승했다. 상반기 전국 기준 오피스텔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469만원으로 1500만원에 거의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상반기(1334만원) 대비 135만원이 오른 금액인 데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이는 주택 원가에 해당하는 시멘트와 골재 등 건축 원자재 가격은 물론 인건비, 토지비가 동시에 오르며 신규 분양 단지들의 분양가 상승에 줄줄이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멘트 업계는 지난 4월에 가격을 15~18% 인상했음에도 지난달부터 t당 가격을 15% 재인상했다. 철근도 2020년보다 72% 가격이 올랐고 내수합판은 장당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는 등 원자잿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한때 과열 양상을 보였던 아파트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금리인상과 대출규제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수요가 한풀 꺾인 데다 분양가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의 수단으로 선호 받던 분양시장도 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이달부터 건설사들이 미뤄왔던 분양물량을 쏟아낼 예정인 만큼,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아파트 청약시장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전반적인 청약 수요가 줄면서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은 지역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청약 미달, 미분양 등이 발생하고 있다.
부동산R114의 조사결과를 보면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0.41대 1로 작년 동기(19.79대 1)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1순위 경쟁률도 19.32대 1에서 10.06대 1로 떨어졌다.
지난해 과열 양상을 보였던 서울과 수도권 청약경쟁률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의 청약경쟁률은 작년 164.13대 1로 세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29.84대 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경기는 28.65대 1에서 8.58대 1, 인천은 20.26대 1에서 19.48대 1로 각각 떨어졌다.
청약경쟁률 하락은 청약 미달 단지 증가로 이어졌다. 일례로 올해 서울 첫 분양사업장이었던 '북서울자이 폴라리스'는 295가구 분양에서 1순위를 마감했지만 계약 포기자가 나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같은 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역시 계약 포기자가 나오면서 '최대 15% 할인'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인천 중구 영종지구 '제일풍경채 영종국제도시'는 일반분양 1212가구를 모집했지만, 청약자가 408명에 불과했으며, 인천 동구 '두산위브 더센트럴'도 1순위 청약에서 487가구중 266가구가 미달됐다.
분양가·공사비 상승 미분야 증가…분양시장 암울
시장에서는 청약시장의 한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전체 가입자는 2701만9253명으로, 전달보다 1만2658명 줄었다. 2009년 주택청약종합저축 출시 이후 전국 단위로 월별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역 가입자수는 지난 5월 625만5424명, 6월 625만1306명, 7월 624만4035명으로 2개월 연속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광역시 가입자 수도 531만1330명, 530만9908명, 530만5175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청약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미뤄졌던 분양물량이 이달부터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예정 물량은 총 71개 단지, 4만7105가구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총 1만7120가구(57%) 증가한 물량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청약·분양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어 분양을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나 돼야 완판(완전 판매)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공사비도 증가하는 모습이다. 3.3㎡당 공사비가 900만원을 돌파하는 사업지가 등장한 가운데 향후 분양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1구역6지구 공공재개발 사업의 3.3㎡당 공사비는 922만5004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역대 아파트 신축 공사비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종전 최고가를 기록한 사업지는 서초동 아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으로 3.3㎡당 공사비는 875만원이었다.
SH공사 관계자는 "올해 초 용두1구역6지구의 예상 공사비는 800만원 정도였지만 최근 공사비가 30% 가까이 증가했다"며 "해당 사업지가 주거복합이고 용적률도 1000% 이상으로 공사비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두1구역6지구뿐 아니라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 공사비 자체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6개 구역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518만7000원으로 전년 평균 공사비(55곳·480만3000원) 대비 약 38만4000원 올랐다. 특히 서울 3.3㎡당 평균 공사비는 같은 기간 528만7000원에서 578만5000원으로 49만8000원 상승했다.
올해 들어 공사비 상승폭은 더 가팔라지는 추세다. 다음 달 23일 시공사 입찰을 앞두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사업 3.3㎡당 공사비는 770만원으로 책정됐다. 또 종로구 사직2구역 재개발 사업과 성북구 정릉골 재개발 사업의 3.3㎡당 공사비도 각각 770만원에 달한다. 이 같은 공사비 상승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금리도 올라가는 상황으로 금융 비용이나 이런 것들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건설 자재비와 관리비, 인건비 상승 등 공사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이 증가하다 보니까 공사비가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구나 대전, 세종 등은 청약시장이 침체될 가능성이 높지만 서울과 수도권은 분양가 통제가 지속되는 한 인기 없는 몇몇 단지를 제외하고는 경쟁이 계속 치열할 것이라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시장도 주택 거래시장처럼 경쟁률 저하, 미분양, 무순위 증가 등 관련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10개 분양 사업장 중 2개는 청약 완판에 실패하고 있는 만큼 뜨거웠던 청약 열기가 빠르게 냉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로 전월 대비 12.1%(3374가구) 늘었다.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4528가구로 지난해 말 1509가구에서 3배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 7388가구로 한달 사이 3.6% 증가했다.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은 1017가구로 전월 대비 21.5%, 지방은 6371가구로 1.2% 늘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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