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흥행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안방극장 '왕자님'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세상 낭또(낭만또라이의 줄임말)다. 드라마, 예능에 이어 무대까지 펄펄 날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데뷔 전 이력을 보니 이런. '엄친아'였다니. 이쯤되면, 세상 둘째 가라면 서러울 '팔방미남'. 배우 차서원(본명 이창엽, 31)의 또 다른 이름이다.
차서원은 지난달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두 번째 남편’에서 외모, 성격, 능력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인물 윤재민 역을 열연, 막강한 시청률 견인차로 활약했다. 차서원은 여주인공 봉선화(엄현경 분)의 역경을 함께 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재민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의 완벽하게 쟁취했다. 2013년 SBS 드라마 '상속자들'로 시작된 연기 경력 10년 만의, 서른 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얻은 꽤나 보람찬 수확이다.
"인생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뮤지컬도 준비 중이라 한편으론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남편' 종영 직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차서원은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연신 쑥스러워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당초 120회로 기획됐던 드라마는 차서원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쫄깃한 스토리에 힘입어 30회 연장돼 무려 150회까지 방송됐음에도 불구, 고무줄 전개 등 흔한 비판도 없이 연일 호평 속 깔끔하게 막을 내렸다.
'두번째 남편' 방송 중 MBC '나 혼자 산다'에 두 번이나 출연하며 일상의 벽까지 허문 차서원은 드라마&예능 시너지를 톡톡히 보며 데뷔 이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실제 생활 속에서 인기를 체감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친구 부모님들의 사인 요청이 많아졌고, 영상통화를 많이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제가 무뚝뚝한 건 아닌데, 워낙 윤재민이 다정하고 꿀 떨어지는 성격이다 보니 그런 점은 저도 많이 배웠어요. 저는 윤재민의 6~70% 정도의 꿀을 갖고 있는데(웃음), 평소에도 부모님께 더 표현하게 되고 그런 점이 달라졌죠."
긴 호흡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만큼 수개월간 텐션을 유지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차서원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100%의 마음으로 접근하진 못하더라도, 감독님 작가님 선배님들이 계셨던 만큼 최대치의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작은 일이 모여서 큰 일이 되듯이, 긴 호흡에 나태해지기보단 부지런하게 작품을 끝나고 나니 배우로서 성장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성심으로 작품에 임한 그에게 기분 좋은 보상도 돌아왔다. 지난해 말 MBC 연기대상에서 일일드라마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것. 수상 당시 차서원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 만난 작품'이라며 남달리 고마움을 표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표현을 쓴 건, 20대에서 30대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잠깐 떠나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계속 기다리고, 배우로서 제 진로, 방향에 있어서 어떤 배역을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던 시점이었죠. 그 와중에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났고, 좋은 팀워크로 작품을 하며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올라가는 시점과 (수상 시점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20대부터 상경해 자취해 온 무려 11년차 프로 독립러지만, 홈바 '남영관'이 있는 현재의 집에 보금자리를 튼 건 불과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평범한 집 아닌 독특한 구조의 집을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주택 직거래 카페에서 찾아 오랜 기간 고민하며 들어갔다"며 "2~3층이 계단으로 올라간다는게 저에게는 꿈에 그리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 혼자 산다' 이후 쏟아진 반응도 전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특이하다'거나 '신기하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오래 된 고향 친구들은 '이제야 너의 모습이 나오는구나' 하며 좋아해줘요. 저도 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려 해봤는데, 가끔은 왜저러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게 나니까 재미있게 보고 있고, '꽤나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재미있게 살고 있구나' 싶어요.(웃음)"
차서원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활동은 또 있다. 다문화 학생들에게 필름카메라를 알려주고 출사를 나가는 '재능기부' 활동이다. 그는 "대학교 때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졸업 한 뒤 썩히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쯤 전, 중구 다문화센터에 프로그램 제안서를 냈는데 좋게 봐주셔서 물품과 강의실을 제공받아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봉사활동도 그렇고 헌혈도 그렇고, 특별하다 생각하지 않고 했던, 조금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동들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접근하면 놀이처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좋은 영향이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가 컴퓨터를 10년 정도 공부하면서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기보다는 그 때 당시에 그 일을 좋아했어요. 그렇게 10년 정도 지내고 진로를 선택할 때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소위 말하는 천재들이 너무 많잖아요. 물론 연기 분야에도 천재가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 때 제 마음을 움직인 선택지가 연기였죠."
하지만 기존 오랜 시간 해오던 길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 그것도 흔히 안정적인 직업으로 통하는 진로를 버리고, 자유로움 속에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배우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그건 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학금 나오는 학교였고, 취업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학교였기 때문에 안정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지만, 저는 그 당시 마음이 좀 불안정했어요. 그 안정적이라는 게, 내 마음을 정말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건가 싶었죠."
그렇게 대학을 중퇴하고 상경해 연기에 뛰어든 차서원은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은 어려웠지만 마음은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며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고, 결과적으로 어떤 일이 됐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면 재미있게 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 자기소개서 항목 중 성격 란엔 이렇게 쓰곤 했어요. '우유부단한 성격.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민을 아주아주아주 오래 함. 그 대신, 결정이 되면 굴하지 않고 부딪치는 성격'이라고요. 그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남들이 봤을 땐 용기 있거나 괴짜 같거나 쉽지 않은 어떤 '선택'이라는 걸 하기 위해서, 저는 굉장히 오래 고민하죠. 상경 전에도 근 1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드라마만 보고, 연극만 찾아다녔어요. 그런 시간들은 보이지 않고 어떤 선택과 결과만 보이는 거라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정말 큰 고민을 하지 않으면 선택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 정도 고민했으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지 않을까 해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더 많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삶을 사는 게 저의 모토인 것 같아요."
질풍노도의 20대를 몹시도 가열차고 뜨겁게 보낸 차서원은, 그 과정 속에서 스스고 자신만의 속도를 찾았다.
"20대 초, 연기를 갓 시작했을 때는 그런 속도감을 실감할 수 없는 그냥 '생' 초보,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그런 판단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 들어가서 좋은 동료를 만나고, 동료들이 좀 더 빨리 앞서나가는 걸 봤을 때 부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 길을 응원해주는 게 같이 성장하는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조언이었는데, 그 말이 되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배우를 꿈꿨던 그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의 마음 속 롤모델은 배우 박해일이다. "어려서부터 박해일 선배님을 되게 좋아했어요. 닮고 싶은 선배님들이 많지만, 늘 언급하게 되는 이름은 박해일 선배님이죠.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서 지금도 꾸준히 하시는 모습이, 그 꾸준함과 한결같음이 너무 좋아 계속 동경해왔죠. 저도 그런 꾸준함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꿈꾸던 일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내 프로젝트를 알리고, 나눔 활동이나 자원활동들을 좀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 점에서 꿈을 이루고 싶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는 당연히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만,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인간으로서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보다는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게 인정받는 삶을 계속 살고 싶어요. 재밌게,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두번째 남편'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소담스레 담아둔 그는, 현재 대학로에서 뮤지컬 '차미'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막한 이 작품에서 차서원은 오진혁 역을 맡아 잔망스러운 매력을 십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두번째 남편'의 윤재민과 '나혼자 산다'의 차서원을 사랑해주셨다면 분명 '차미' 오진혁도 사랑해주실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차서원은 지난달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두 번째 남편’에서 외모, 성격, 능력 모든 것을 다 가진 완벽한 인물 윤재민 역을 열연, 막강한 시청률 견인차로 활약했다. 차서원은 여주인공 봉선화(엄현경 분)의 역경을 함께 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재민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의 완벽하게 쟁취했다. 2013년 SBS 드라마 '상속자들'로 시작된 연기 경력 10년 만의, 서른 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얻은 꽤나 보람찬 수확이다.
"인생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드라마는 끝났지만 뮤지컬도 준비 중이라 한편으론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남편' 종영 직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차서원은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연신 쑥스러워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당초 120회로 기획됐던 드라마는 차서원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쫄깃한 스토리에 힘입어 30회 연장돼 무려 150회까지 방송됐음에도 불구, 고무줄 전개 등 흔한 비판도 없이 연일 호평 속 깔끔하게 막을 내렸다.
'두번째 남편' 방송 중 MBC '나 혼자 산다'에 두 번이나 출연하며 일상의 벽까지 허문 차서원은 드라마&예능 시너지를 톡톡히 보며 데뷔 이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다. 실제 생활 속에서 인기를 체감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친구 부모님들의 사인 요청이 많아졌고, 영상통화를 많이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차서원은 드라마 `두번째 남편`과 예능 `나혼자 산다`를 통해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소위 '완벽남'에 가까운 극중 캐릭터와 실제 차서원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그는 "본인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나 사랑에 진심인, 돌진하는 성격은 평소 내 성격과 비슷한 것 같다"면서도 "재민이 표현에 적극적인 편이라면 저는 낯도 많이 가리고 소극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제가 무뚝뚝한 건 아닌데, 워낙 윤재민이 다정하고 꿀 떨어지는 성격이다 보니 그런 점은 저도 많이 배웠어요. 저는 윤재민의 6~70% 정도의 꿀을 갖고 있는데(웃음), 평소에도 부모님께 더 표현하게 되고 그런 점이 달라졌죠."
긴 호흡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만큼 수개월간 텐션을 유지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차서원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100%의 마음으로 접근하진 못하더라도, 감독님 작가님 선배님들이 계셨던 만큼 최대치의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작은 일이 모여서 큰 일이 되듯이, 긴 호흡에 나태해지기보단 부지런하게 작품을 끝나고 나니 배우로서 성장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성심으로 작품에 임한 그에게 기분 좋은 보상도 돌아왔다. 지난해 말 MBC 연기대상에서 일일드라마 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것. 수상 당시 차서원은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 만난 작품'이라며 남달리 고마움을 표현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표현을 쓴 건, 20대에서 30대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저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잠깐 떠나있던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계속 기다리고, 배우로서 제 진로, 방향에 있어서 어떤 배역을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하던 시점이었죠. 그 와중에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났고, 좋은 팀워크로 작품을 하며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올라가는 시점과 (수상 시점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배우 차서원은 소소한 활동을 통해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배우로서의 긍정적인 기운은 예능을 만나 그야말로 포텐 터졌다. '나 혼자 산다'에서 독특한 매력과 개성이 돋보이는 상가주택과, 그 집보다도 더 괴짜 같은 이른바 '낭또' 일상을 공개하면서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직접 주유소에서 등유를 공수해 와 캠핑용 난로로 온기를 내고, 취미가 헌혈이라도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헌혈 '금장' 소유자인 그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젊음의 패기와 신선함을 맛봤다.20대부터 상경해 자취해 온 무려 11년차 프로 독립러지만, 홈바 '남영관'이 있는 현재의 집에 보금자리를 튼 건 불과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평범한 집 아닌 독특한 구조의 집을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주택 직거래 카페에서 찾아 오랜 기간 고민하며 들어갔다"며 "2~3층이 계단으로 올라간다는게 저에게는 꿈에 그리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 혼자 산다' 이후 쏟아진 반응도 전했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특이하다'거나 '신기하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오래 된 고향 친구들은 '이제야 너의 모습이 나오는구나' 하며 좋아해줘요. 저도 저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려 해봤는데, 가끔은 왜저러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게 나니까 재미있게 보고 있고, '꽤나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재미있게 살고 있구나' 싶어요.(웃음)"
차서원의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활동은 또 있다. 다문화 학생들에게 필름카메라를 알려주고 출사를 나가는 '재능기부' 활동이다. 그는 "대학교 때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졸업 한 뒤 썩히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쯤 전, 중구 다문화센터에 프로그램 제안서를 냈는데 좋게 봐주셔서 물품과 강의실을 제공받아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좋은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봉사활동도 그렇고 헌혈도 그렇고, 특별하다 생각하지 않고 했던, 조금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행동들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게 접근하면 놀이처럼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좋은 영향이 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서원이 `영재` 루트를 내려놓고 배우의 길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차서원의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또 하나의 반전 면모를 만날 수 있다. '현 배우 구 공대생'이라는 특이한 이력이다. 그것도 무려 카이스트 영재교육원을 거쳐 유니스트 공대를 다녔으니, 이게 바로 소위 '엄친아'구나 싶다. '알고보니 천재 소리 들으며 자란 것 아니냐'고 묻자 차서원은 "살면서 천재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민망한 웃음과 함께 손사래를 쳤다."제가 컴퓨터를 10년 정도 공부하면서 영재교육원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기보다는 그 때 당시에 그 일을 좋아했어요. 그렇게 10년 정도 지내고 진로를 선택할 때는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일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소위 말하는 천재들이 너무 많잖아요. 물론 연기 분야에도 천재가 많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 때 제 마음을 움직인 선택지가 연기였죠."
하지만 기존 오랜 시간 해오던 길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 그것도 흔히 안정적인 직업으로 통하는 진로를 버리고, 자유로움 속에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고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배우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았는지 묻자 "그건 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학금 나오는 학교였고, 취업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학교였기 때문에 안정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지만, 저는 그 당시 마음이 좀 불안정했어요. 그 안정적이라는 게, 내 마음을 정말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건가 싶었죠."
그렇게 대학을 중퇴하고 상경해 연기에 뛰어든 차서원은 "서울에 올라와서 생활은 어려웠지만 마음은 안정적이었던 것 같다"며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고, 결과적으로 어떤 일이 됐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다면 재미있게 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우 차서원은 롤모델로 박해일을 꼽았다. 사진|유용석 기자
혹자의 시선에선 놀라운 결단이지만, 그는 자신의 성격에 대해 '우유부단한 편'이라며 말을 이어갔다."어릴 때 자기소개서 항목 중 성격 란엔 이렇게 쓰곤 했어요. '우유부단한 성격.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 때 고민을 아주아주아주 오래 함. 그 대신, 결정이 되면 굴하지 않고 부딪치는 성격'이라고요. 그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남들이 봤을 땐 용기 있거나 괴짜 같거나 쉽지 않은 어떤 '선택'이라는 걸 하기 위해서, 저는 굉장히 오래 고민하죠. 상경 전에도 근 1년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드라마만 보고, 연극만 찾아다녔어요. 그런 시간들은 보이지 않고 어떤 선택과 결과만 보이는 거라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정말 큰 고민을 하지 않으면 선택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그 정도 고민했으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지 않을까 해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더 많이 고민하고, 시도하는 삶을 사는 게 저의 모토인 것 같아요."
질풍노도의 20대를 몹시도 가열차고 뜨겁게 보낸 차서원은, 그 과정 속에서 스스고 자신만의 속도를 찾았다.
"20대 초, 연기를 갓 시작했을 때는 그런 속도감을 실감할 수 없는 그냥 '생' 초보,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그런 판단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 들어가서 좋은 동료를 만나고, 동료들이 좀 더 빨리 앞서나가는 걸 봤을 때 부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의 길이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그 길을 응원해주는 게 같이 성장하는 좋은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조언이었는데, 그 말이 되게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배우를 꿈꿨던 그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의 마음 속 롤모델은 배우 박해일이다. "어려서부터 박해일 선배님을 되게 좋아했어요. 닮고 싶은 선배님들이 많지만, 늘 언급하게 되는 이름은 박해일 선배님이죠.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해서 지금도 꾸준히 하시는 모습이, 그 꾸준함과 한결같음이 너무 좋아 계속 동경해왔죠. 저도 그런 꾸준함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배우 차서원은 뮤지컬 '차미'를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사진|유용석 기자
특별한 듯 평범한, 평범한 듯 특별한 차서원이 꿈꾸는 배우로서의,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제가 꿈꾸던 일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내 프로젝트를 알리고, 나눔 활동이나 자원활동들을 좀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배우 활동을 하면서도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 점에서 꿈을 이루고 싶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로서는 당연히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만, 사람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인간으로서는,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보다는 내가 맞다고 생각한 게 인정받는 삶을 계속 살고 싶어요. 재밌게,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두번째 남편'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소담스레 담아둔 그는, 현재 대학로에서 뮤지컬 '차미'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막한 이 작품에서 차서원은 오진혁 역을 맡아 잔망스러운 매력을 십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두번째 남편'의 윤재민과 '나혼자 산다'의 차서원을 사랑해주셨다면 분명 '차미' 오진혁도 사랑해주실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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