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파묘' 하다 발견된 '미라'…"382년 전 조선 남성"
입력 2024-04-10 10:41  | 수정 2024-04-10 10:45
목관의 뚜껑을 분리한 모습 / 사진=국립대구박물관 제공
국립대구박물관, '경북 청도군 고성이씨 이징 묘 출토 복식' 보고서
"큰 키에 영양 상태 양호했지만…기생충 4종·헬리코박터균 감염"

지난 2014년 10월, 고성이씨 문중의 한 무덤을 옮기는 과정에서 석회층으로 둘러싸인 '회곽묘'가 발견됐습니다.

국립대구박물관이 공개한 '경상북도 청도군 고성이씨 이징 묘 출토 복식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무덤의 주인은 이징(1580~1642)이라는 인물로 파악됐습니다.

무덤 주인에 대해 기록한 문서 / 사진=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정대영 학예연구사는 의복 수습 과정에서 발견된 묵서의 내용이 '조선국 경상좌도 청도군 북쪽의 수야리에 거주하는 경진년(1580년)생 이징은 임오년(1642년) 11월 초6일 임신 일에 사망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으로 이송된 유해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디옥시리보핵산(DNA) 분석, 안정성 동위원소 분석 등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홍종하 교수는 "미라 상태에서의 신장은 165.1㎝"라며 "조선시대 일반적인 남성보다 큰 키에 영양 상태는 양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장자에게 입힌 습의 / 사진=국립대구박물관 제공

이징의 유해에는 과거 먹었던 음식, 앓았던 질병의 흔적도 남아있었습니다.

CT 검사 결과, 간으로 추정되는 부위에서 종괴가 발견됐습니다. 연구진은 폐흡충이 간에 침입해 발육한 것으로 보고, 이징이 이소폐흡충증을 앓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홍 교수는 "피장자는 총 4종의 기생충에 감염됐는데, 조선시대 사람 중 절반 이상이 감염되어 있었던 토양매개성 기생충과 더불어 폐흡충과 간흡충에도 감염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은 피장자가 생전에 농작물 외에도 민물고기가 가재 등 민물 갑각류를 날 것으로 섭취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117점을 보존 처리하고 분석한 결과도 담겼습니다. 당시 염습에 사용된 의복 종류와 착장 순서, 장례용품 등에 대한 설명도 포함됐습니다.

박물관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에 이르는 조선시대 남성 복식 연구를 위한 자료 확보뿐 아니라, 당시의 사회문화적 환경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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