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Issue Pick] 끓고 있는 지구는 지금 ‘열대화 시대’
입력 2023-08-21 16:56 
(사진 픽사베이)
SOS를 보내고 있는 지구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의 진입
12년 만에 가장 뜨거운 ‘2023년 폭염의 7월

우리는 오래 전부터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 즉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염려해 왔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비를 유엔을 중심으로 각 회원국이 해왔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 지구 온난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미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 지난 7월27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럽연합 기후변화감시기구의 보고를 받고 이같이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재 기후 변화는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최악의 상황을 회피할 여지는 있다. 회원국들은 즉각적인 탄소 감축 행동에 돌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7월 ‘연방 차원의 폭염 위험 경보 발령 관련 대국민 연설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달 이상 계속된 고온 현상으로 미국에서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미국 남서부를 중심으로 워싱턴, 필라델피아, 뉴욕, 라스베가스 등을 비롯해 미국 인구의 절반인 넘는 1억7,000만 명이 폭염 경보 영향권이라고 발표했다. 이상 고온으로 미국에서 매년 6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3 그리스는 지난 7월18일 산불이 발생한 유명 휴양지인 로도스섬을 비롯해 중부 주요 도시에서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 대피령이 발령되며 관광이 주 국가 수입원인 그리스 관광업계 또한 비상이 걸렸다. 그리스는 40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어 산불이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7월27일에는 그리스 중부 볼로스 외곽의 산불이 공군기지 탄약고로 번져 대형폭발이 일어났는데, 그 폭발음이 약 20km 떨어진 곳에서도 들렸다고 한다.
#4 장마가 끝난 우리나라 날씨는 ‘폭염의 연속이다. 제주도와 경북 경산시는 각각 37.3도, 36.6도를 기록했고 서울 역시 강남구가 36.5도, 광진구, 영등포구는 36.4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에 기록적인 폭염이 닥쳤던 해는 1994년과 2018년이다. 1994년 서울 낮 최고 기온은 38.4도, 2018년에는 강원도 홍천 41도, 서울 39.6도까지 올랐다. 7월의 폭염으로 한밤 열대야 현상이 일어나고 낮에는 정상적인 신체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체감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의 진입
(사진 픽사베이)
여름은 본래 덥다. 하지만 그 더위의 강도가 매년 더 극성스러워지고 있다. 또한 밤에도 25도 이상의 열대야가 지속되는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폭염의 습격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매일 저녁 세대에서는 에어컨을 한 대만 가동해주시고 되도록 피크타임인 저녁 7시부터 밤 10시에는 에어컨 작동을 가급적 중단해달라”고 방송 중이다.
우리는 꽤 오래전부터 지구가 더워지는 현상 즉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염려하고 유엔을 중심으로 각 회원국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 지구 온난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펄펄 끓는 아궁이 옆으로 지구가 그 위치를 옮긴 것이다.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부르짖었던 시기 역시 20세기 말부터인데 20여 년 만에 지구가 이미 끓기 시작했다는 사실, 조금은 경악스럽다.
물론 지구는 수없이 많은 경고를 해왔다. 이상 기온, 가뭄과 홍수, 녹는 빙산과 빙하, 동토의 해빙, 해수면의 상승, 잦은 슈퍼급 태풍과 산불 그리고 엘리뇨, 라니뇨 현상 등등이다. 하지만 인간은 이 경고를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국가는 산업화 정책을 지속 혹은 확대하고, 인간은 마음껏 소비하고 먹으며 쓰레기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 기후의 이상화에는 소홀했다. 이는 범지구적 문제이고, 또 몇십 년 안에 나에게, 내 나라에 닥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지구에서 일어나는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온과 각종 자연재해는 이제 몇몇 국가 혹은 지역적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우리는 뜨거운 물통 속 개구리 이야기를 알고 있다. 물이 담긴 솥에 들어간 개구리, 솥에 불을 지핀다. 물은 서서히 데워진다. 개구리는 괜찮다. 개구리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도 개구리는 여전히 그 물에 몸을 담근다. 그러다 어느 시점, 개구리는 겉잡을 수 없이 뜨거워진 물에 그만 몸이 데이고 죽고 만다. 가만히 보면 이 개구리의 모습이 바로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과 비슷하다. 지구라는 통이 서서히 데워지고 있는데 우리 인간들은 여전히 ‘아직은 괜찮아를 외치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가장 뜨거운 ‘2023년 폭염의 7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사진 픽사베이)
지구는 끓고 있다. 특히 7월 세계 모든 나라 수은주가 치솟고 있다. 하와이, 캐나다 산불 등 세계 각국에서 산불이 발생했고,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리스 산불은 일주일이 넘어 10일을 넘겨도 진화되지 않았다. 그리스에서는 해마다 여름이면 건조한 날씨, 뜨거운 태양으로 인해 산불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 산불은 건조한 날씨, 연일 40도 이상의 폭염에 강풍까지 타고 내륙은 물론 섬과 섬을 넘나들고 있다. 해가 거듭될수록 산불이 강도는 세지고 횟수는 많아진다. (기사 작성일 기준)최근 2주 동안 500여 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했고 이 중 약 100여 건은 진화가 어려운 규모다. 인명 피해 또한 속출하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산불의 원인은 기후변화이며, 기후 위기는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 대응을 미룰 수 없다. 이제 ‘극단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의 폭염은 6월 중순부터 시작되어 7월까지 약 한 달째 그 맹위를 떨쳤다. 미국 남서부 건조한 지역에서 시작된 폭염은 현재 미국 동부와 서부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워싱턴, 뉴욕 등은 기온이 38도까지 올라 낮에는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이에 미국 기상청NSW는 미국 27개 주, 미국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 명이 이 폭염권 안에 있으며 이에 따른 냉방기기 가동으로 13개 주는 에너지 비상경보까지 내린 실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국을 점령한 폭염은 ‘열돔heat dome을 형성해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열돔은 뜨거운 공기층이 샌드위치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것.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연방 차원의 폭염 위험 경보를 발령했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른 고온 현상을 줄이기 위해 미국 주요 도시의 도심과 거주지에 약 10억 달러(1조2,700억 원)를 긴급히 마련해 나무를 심는 데 보조금을 주기로 결정했다.
멕시코 역시 폭염으로 큰 고통을 치르고 있다. 멕시코의 폭염은 약 4개월 정도 지속되어 7월까지 약 249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7월24일 낮 최고 50도의 폭염을 기록한 튀니지는 인명 피해는 물론이고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7월 최고 기온을 기록한 각 도시와 그 온도를 살펴보자. 7월6일 중국 베이징 42도, 11일에 스페인 마드리드 43도, 18일 일본 도쿄 37도, 20일 이탈리아 로마 42도, 24일 인도 뉴델리 37도, 25일 이집트 아스완 45도, 26일 미국 피닉스 48도, 27일 일본 오사카 39.8도를 기록하는 등 지금 세계가 끓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는 30일 연속 43.3도를 넘는 최장 폭염을 기록했다. 이는 1974년 최장 18일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사진 픽사베이)
유럽연합 기후변화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는 7월1일부터 15일까지 약 3주 동안의 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발표하면서 2023년 7월이 역대 가장 더운 7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C3S는 지난 6월 역시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으며, 세계 평균 기온이 1991∼2020년 6월 평균치보다 0.53도 더 높았다고 발표했다.
데이터를 더 살펴보면 7월1~23일까지 세계 평균 지표면 온도는 16.95도였다. 이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40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던 2019년 7월 16.63도를 넘는 온도이다. 특히 7월6일은 17.08도로 기록적인 최고 수치. 7월 동안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보면 2023년 7월 16.95도, 2019년 7월 16.63도, 2022년 16.61도, 2016년 16.59도, 2021년 16.56도이다(자료: 세계기상기구WMO, EU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
지구 열대화에 대한 더 뜨거운 경고가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향후 5년 이내에 2023년 7월보다 더운 날씨가 찾아올 확률은 98%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5년 내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즉 1900년 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 역시 66%라고 경고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더 심각한 경고를 덧붙였다. 2023년 7월, 이 심각한 날씨는 기후변화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지역은 이미 잔인한 여름이 시작되었다. 지구 전체의 재앙은 분명 인간의 책임이다. 각 회원국들은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꼭 지켜야 하는 절대 온도 ‘1.5도
지구 온난화 경고에 전 세계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세계 195개국은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향후 ‘2015년부터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약 1.5~2도 내로 유지하기로 하는 것. 즉 전 세계가 점진적인 탄소감축을 통해 궁극적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향하자는 약속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 느린 행보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를 세계 각국의 탄소 감축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파리기후협약에서 강조한 ‘1.5도의 심각성을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강조된 온도 즉 1.5도는 과학자들이 지구 온도 상승의 한계점으로 예측한 온도, 더 이상의 지구 온난화를 통한 기후 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인류가 반드시 지켜야 할 온도이기 때문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온도 상승을 세계 각 기구에서 예측한 것이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까지 1.5도 상승 가능성이 66%, 유엔환경계획과 기후변화정부협의체는 이 시기를 2021~2040년 사이라고 예측했다.
(사진 픽사베이)
물론 지구의 현재 상황이 손을 놓을 정도의 최악은 아니다. 해서 구테흐스 UN 사무총장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한다는 유엔의 목표를 달성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여지는 남아 있다”며 각 유엔 회원국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는 많다. 세계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대결 중인 미국과 중국 두 나라는 기후 변화의 주요인인 온실가스 배출에서 세계 1, 2위이다. 해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사무특사와 회의를 가졌다. 존 케리 특사는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먼저 미국의 정치경제적 대 중국 압박 해제 등 외교 현안의 해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7월27일 미중 회의 이후 ‘양국 간 기후변화 대화 및 교류 강화와 글로벌 기후 다자 프로세스 추진 협력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측은 소통을 계속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현실을 보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7월27일 2023년 중국의 석탄 수요가 2022년보다 3.5% 늘었다. 또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IEA는 ‘미국, EU, 일본, 한국의 석탄 수요가 줄었지만, 이 수치를 중국, 인도 등의 사용량 증가가 넘었다고 밝혔다.
지구의 나이는 약 44억 년 정도이다. 과학은 그 시기를 건너 뛰어 빙하기인 약 2만 년부터, 최대 12만 년 전부터 지구의 온도를 예측한다. 해서 2만 년 전부터 1900년까지 지구의 온도가 6.1도 상승했다고 추정했다. 즉 2만2000년 동안 지구 온도는 1만 년에 약 3도, 1000년에 약 0.3도, 100년에 약 0.03도가 오른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시기인 1900년부터 2000년까지 지구 온도는 1.2도 상승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승 속도. 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1.5를 넘어 2도까지 상승한다면 이는 기후 이변을 넘어 지구 종말과 인류 파멸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상 고온은 공평하지 않다
(사진 픽사베이)
2021년 지구의 온실 가스 배출량은 약 400억 톤이다. 이 온실 가스는 지구에서 빠져나가는 열을 마치 커튼처럼 가둔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이다. 이산화탄소는 산업화의 산물이다 석탄, 석유, 자동차 매연, 비행기, 냉장고, 에어컨 등에서 발생한다. 메탄은 소나 양 등 가축 배설물과 인간이 매년 엄청나게 쏟아내는 각종 쓰레기의 매립에서 뿜어낸다. 과학자들은 6대 온실 가스로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을 든다. 온실 가스는 단연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의 획기적인 발전과 산업화로 인해 부산물이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 가속을 막기 위해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이다.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며, 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범지구적, 국가적 차원의 노력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현재 산업화를 진행 중인 국가들은 볼멘 소리를 한다. 선진국들은 20세기 약 100년 동안 엄청난 양의 온실 가스를 배출하며 이미 고도의 산업화를 이루었다. 우리는 이제 산업화를 시작하는데 무조건 탄소배출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우리에게는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물론 이 역시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소리다.
그래서 도와야 한다. 화석 연료가 아닌 재생 에너지, 전기 및 수소의 에너지화 등에 선진국들의 중진국, 후진국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통 큰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망가져가는 지구를 외면하면 안된다. 지구가 더 이상 뜨거워지는 것을 방치하면 안된다. 그래야 나도, 우리도,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도 이 지구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잊지 말 것은 이상 고온은 공평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이 무더위를 그늘과 부채 그리고 선풍기로 이겨내는 이들 또한 많다. 이상 고온은 취약계층, 노약자, 야외 및 공장 노동자에게 더 가혹하다. 물론, 추위도 마찬가지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및 일러스트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93호(23.08.2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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