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Cine Interview] 영화 <귀공자>로 첫 스크린 데뷔한 김선호
입력 2023-06-29 17:04  | 수정 2023-06-29 17:36
사진제공 스튜디오앤뉴
김선호 귀공자, 맑은 눈의 광인”

‘귀공자는 박훈정 감독의 작품 <마녀> 속에서 등장한 1세대 강화인간 최우식의 닉네임이었다. 지난 6월21일 개봉한 영화 <귀공자> 속 김선호는, ‘깔끔한 미친놈처럼 보이길 원했다. 김선호 외엔 대안이 없었다”는 박훈정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시사회와 제작보고회에서 김선호 자신도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표현했던 <귀공자> 속 그의 모습을 만나본다.
달콤한 얼굴에 살벌한 실력 지닌 박훈정표 캐릭터
눈처럼 흰 피부와 오똑한 콧날, 반듯한 미간. 그리고 상대방을 도끼로 찍기 전에 뾰족하게 들어가는 보조개. <스타트업><갯마을 차차차> 등에서 부드러운 멜로 이미지로 인기를 끈 배우 김선호의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에서 그는 처음으로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스릴 넘치는 추격전을 벌일 때에도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옷매무새와 구두를 정돈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거울을 보는 귀공자. 순수한 얼굴에 피 칠갑을 시키는 박훈정 감독의 악취미는 이번에도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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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를 벗고 <마녀>에서 날카롭고 미스터리한 면모의 ‘귀공자 역을 맡은 최우식, <마녀2>에서 사라진 ‘소녀를 쫓아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던 비밀연구소의 책임자 이종석. 달콤한 외모와 상반되는 살벌한 능력을 지닌 박훈정표 캐릭터 라인업에 이번엔 김선호가 가세했다. 무자비하면서도 여유와 위트가 넘치는 극과 극 반전 매력을 선보이는 김선호의 연기 덕에 귀공자가 선인인지 악인인지, 그가 누구고 목적이 무엇인지를 관객들은 극 후반에 가서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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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도 포마드 헤어에 깔끔한 수트의 귀공자
영화 <귀공자>는 피와 살점이 난무했던 <신세계>보다 소프트해진 느와르, <마녀2>보다 덜 작위적인 설정이 눈에 띈다. 간략한 스토리, 쫄깃한 카 체이싱과 골목길 추격 신 등 터질 때 터져주는 액션, 김강우와 김선호가 시종일관 끌고 가는 유머러스함이 영화의 재미를 견인한다. 김선호와 마르코 역 강태주와의 브로맨스 케미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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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모리 인 드림><얼음><터칭 더 보이드>, 드라마 <김과장><투깝스><백일의 낭군님><유령을 잡아라>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김선호는 2020년 <스타트업>과 2021년 <갯마을 차차차>의 흥행에 힘입어 국내는 물론, 아시아까지 폭넓은 스타성을 입증했다.
김선호는 자신의 첫 스크린 데뷔작 <귀공자>에서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각본을 쓴 박훈정 감독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포마드 헤어스타일과 말끔한 수트 차림의 의상을 고수하는 인물의 외양부터 사소한 습관 등의 디테일한 부분은 물론, 카체이싱, 와이어, 총격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귀공자 캐릭터로의 완벽한 변신을 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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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 FILMOGRAPHY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2021) <스타트업>(2020) <유령을 잡아라> <으라차차 와이키키 2>(2019) <백일의 낭군님> <미치겠다 너땜에!>(2018) <투깝스> <최강 배달꾼> <김과장>(2017) 등
연극 <터칭 더 보이드>(2022) <얼음>(2021) <메모리 인 드림>(2019) <거미여인의 키스>(2017)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클로저> <트루웨스트 리턴즈> <올모스트 메인>(2016) <옥탑방 고양이> <연애의 목적>(2015) <7년 동안 하지 못한 말>(2013) 등

김선호 타이틀롤 부담보다는 촬영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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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를 선택한 이유? 평소 박훈정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해서 시나리오를 다 읽기도 전에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설렜다. 스토리 전개가 스피디하고, 신선했고, ‘귀공자 캐릭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첫 스크린 데뷔인데 어떤가? 설레고 떨린다. 다시 한 번 박훈정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화에 배우로서 참석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었다. 스크린에 내 모습이 나온다는 게 영광스럽고 행복했다. 박훈정 감독님을 많이 존경하기 때문에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고, 감독님께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배우려는 자세로 열심히 경청하고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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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에서 <귀공자>로 제목이 바뀌었는데 타이틀롤을 맡은 데 대한 부담은 없었나? 제목이 <슬픈 열대>였을 때 캐스팅이 됐었고 분량은 캐릭터들이 다 비슷했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내가 봤을 땐 극중 모두가 귀공자였다. 현장에 와서 ‘귀공자가 타이틀롤이 됐단 걸 듣고 떨리고 무서운 느낌이었지만 촬영할 때는 다른 생각 없이 작품에 집중했고, 지금은 떨리지만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는 시간을 가지고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많은 남자 배우들이 박훈정 감독 작품 출연을 로망으로 여기는데, 캐스팅 소식 듣고 어땠는지? 떨리고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날 불러준다는 건 배우한테 기쁜 일이니까. <마녀>를 너무 잘 봤고, 최우식, 김다미 배우가 싸우는 액션 신이 한국 영화에서는 굉장히 신선했다. 감독님을 만나자마자 <마녀> 액션의 너무 팬”이라고 얘기했다. 대본을 보고 너무 하고 싶다고 바로 말씀 드렸다.
사진제공 (wn)영화사 금월, NEW
귀공자는 어떤 캐릭터인가? 갑자기 나타나서 친구라고 하며 주변을 초토화 시키는 정체 불명의 남자다. ‘맑은 눈의 광인이라고 하고 싶다(웃음).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 일단 감독님과 얘기한 것은 ‘깔끔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달리거나 액션을 하는 순간에도 마무리에는 거울을 보며 채비를 갖추고, 총을 쏠 때도 웃고 즐기는 모습을 통해 이 캐릭터가 정상이 아니구나 여길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도 ‘이 사람은 왜 이래요? 라는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난다. 화면 속에서 콜라를 계속 마시는 캐릭터라 컷당 5병씩은 마셨던 거 같다.
카 체이싱, 총기 액션, 도구 액션 등 다양하게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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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체이싱, 와이어, 총기 액션, 도구를 활용한 다양한 액션뿐 아니라 좁은 골목 사이 사이와 담벼락, 지붕 너머를 오가야 하는 액션까지 추격전이라 달리는 액션이 많은데 어땠나. 도로를 달리면서 태주 배우(마르코 역)를 쫓다가 고가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었다.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대역 배우들이 선호야 걱정마, 우리가 할게”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내 등에 와이어 줄이 부착돼 있더라(웃음). 다리를 떨며 이미 밑으로 뛴 태주를 원망스레 보고 있었는데, 밑에서 ‘괜찮아요 하는 태주의 목소리가 시간 차를 두고 들릴 정도로 높았다. 터널 속 뛰는 장면을 세 번째 촬영할 때는 정말 토할 것 같았다.
후반부 액션 촬영에서 3kg가 빠졌다고 들었다. 태주 배우보다는 덜 뛰었다, 하하. 총은 실제 사격장 가서 쏴보기도 하고, 실제 총과 같은 무게를 몸에 익히려 계속 갖고 다니기도 했다. 마지막 3일 촬영은 좁은 공간에서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액션 합이 조금씩 달라졌다. 현장에 와서 수정을 하고 연습을 하고 하다 보니 점점 살이 좀 빠졌는데, 결과물을 보니 만족한다.
영화 스틸컷(사진제공 NEW)
<백일의 낭군님><스타트업> 등을 통해 멜로에 일가견이 있다는 평이 많았다. <귀공자>에선 이미지 변신이 많았는데 어떤가? 배우들은 늘 이미지 변신을 꿈꾸는데, 처음 보여드리는 모습이어서 기대, 두려움, 걱정이 반반이다. 작업을 하는 동안은 너무 즐거웠다. 배우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해낸 상황이라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다.
극중에서 한이사(김강우)는 ‘나쁜 빌런, 귀공자는 ‘미친 빌런 같았다. 어떻게 보는가? 대본 볼 때 ‘귀공자는 마르코를 왜 이렇게 따라다니지? 라고 생각했다. 추격하면서 순수하게 즐기는 귀공자의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한이사는 상대에게 기회를 안 줄 거지만 일단 도망가라고 하는 캐릭터다. ‘진짜 잔인하다며 감탄했던 것 같은데 감히 빌런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서 영광이다(웃음).
<귀공자>를 보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어렵지 않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액션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작품을 촬영하는 내내 다들 즐겁게 작품에 임했다. 감독, 배우, 스태프들 모두가 열심히 오랜 기간 만든 만큼,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
Synopsis
필리핀에서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복싱선수 ‘마르코‘(강태주). 어머니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평생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만나러 한국으로 향하던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귀공자(김선호)가 나타나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마르코‘를 집요하게 추격하는 재벌2세 ‘한이사‘(김강우), 필리핀에 이어 한국에서 우연히 ‘마르코와 재회한 미스터리한 인물 ‘윤주‘(고아라)까지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은 단 하나의 타깃을 쫓아 모여든다.

[글 박찬은 기자(park.chaneun@mk.co.kr)]
[사진 및 자료제공 (주)영화사금월, 스튜디오앤뉴, NEW]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87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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