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시 식당 쓰레기통 뒤지는 독수리들…플라스틱 오염 노출 심각
입력 2023-04-12 15:25  | 수정 2023-04-12 15:44
검은대머리독수리/사진=연합뉴스
홰 주변 토사물 60%서 플라스틱 검출…대부분 식당서 나온 것

도시 주변에 서식하는 독수리들이 식당에서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며 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지리·지구과학과 부교수 새러 가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독수리가 앉는 홰 아래서 채취한 독수리의 토사물을 분석한 결과를 학술지 '생태 및 진화 프런티어스'(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인구 290만 대도시 샬럿 주변에서 약 20∼500마리씩 모여있는 검은대머리독수리(Coragyps atratus)와 터키콘도르(Cathartes aura)의 홰 주변에서 이들이 소화하지 못하고 토한 토사물 덩어리를 수거해 분석했습니다.

총 1천87개 토사물 중 60%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전체 질량의 약 2.7%를 차지했습니다.


토사물에서는 플라스틱 이외에 돌과 동물 잔해, 금속, 섬유, 종이, 나무 등도 발견됐습니다.

또 플라스틱의 종류를 분석한 결과, 실리콘 고무(7.5%)와 고밀도 폴리에틸렌(7.0%), 일반 폴리에틸렌(6.4%) 등 순으로 분류됐습니다.

연구팀은 토사물 덩어리 내 플라스틱의 양과 홰에서 짧게는 400m부터 길게는 20㎞까지 거리 별로 네 가지 개발 척도와의 관련성을 분석했습니다.

여기에는 푸드트럭에서 식당, 슈퍼마켓 등에 이르는 음식점 밀집도, 가축과 사냥감 사육업체 밀집도, 가까운 쓰레기 매립지와의 거리, 도심 개발량 등이 포함됐습니다.

통계분석 결과, 20㎞ 이내에서 도심개발이 증가하고 음식점 밀도가 높아지면서 플라스틱을 함유한 토사물 덩어리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 결과와 직접 관찰을 통해 검은대머리독수리가 주로 음식점 쓰레기통을 뒤져 플라스틱을 다량 섭취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한나 파트리지는 "검은대머리독수리가 패스트푸드 음식점 주변의 전신주 주변에서 밤을 보낸 뒤 아침에 쓰레기통으로 직접 날아들었다"면서 "농촌지역과 자연이 제공하는 먹이를 선호하는 터키콘도르는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검은대머리독수리/사진=연합뉴스

한편 연구팀은 독수리가 플라스틱을 동물의 뼛조각이라고 생각해 먹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독수리는 호기심이 많고 늘 새로운 먹이를 찾는 특성이 있어 플라스틱도 먹는 것 이라고 생각해 섭취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어 연구팀은 동물의 털과 같은 소화할 수 없는 내용물을 억지로 토해내기 위해 독수리가 플라스틱을 의도적으로 먹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가네 부교수는 "독수리의 섭취 이유와 상관없이 식당 등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독수리가 뚜껑을 열 수 없는 통에 담아 버려야 한다"면서 "독수리와 다른 동물에게 해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는 방면도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