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Travel] 마침내 ‘핫플’이 된 예산
입력 2023-03-03 14:25  | 수정 2023-03-03 15:57
예다호 출렁다리
느린 마을 깊은 서정
온화한 자연 속의 여유가 깃든 곳, 예산이 그러하다. 느려서 더 풍요로운 예산은 사과꽃 향기 흐르는 따뜻한 봄날에 찾아가면 더없이 좋을 여행지다.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 등 흔히 ‘오감만족이라 하는 여행 콘텐츠들이 가득하다. 요즘 ‘핫한 예산시장이 아니더라도 보면 볼수록 감동적이고 매력적이다. 천천히 걸어도 좋고, 핫플에 빠져도 좋다. 무엇을 해도 좋은, 가슴 벅찬 여행지다.

새봄이 찾아올 즈음, 계획했던 여행이 있다. 바쁜 일상과 그로 인한 피로,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현실과 상실에 가까운 권태가 삶을 짓누르고 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버거운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삶의 모습 그대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의 끝에 충남 예산이 있었다. 모든 게 천천히 흘러가는 고장, 그냥 머물기만 해도 힐링이 될 것 같은 예산을 천천히 걷고 싶었다. 그 길에서 살포시 흐르는 달콤한 사과꽃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보다 앞선 새봄의 설렘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 막 도달하는 봄의 기운을 맞으러 예산으로 떠났다.
(위)예산시장 (아래)지금 예산시장의 인기 메뉴는 국수와 닭볶음탕이다.

‘핫플 예산, 그곳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느려서 풍요로운 고장 예산이 달라졌다. ‘느리게 살자는 ‘치타슬로(Cittaslow), 다시 말해 ‘슬로우시티를 추구하는 예산을 여행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핫플레이스가 되었다니. 약간의 실망도 있었지만, 조용한 시골 마을이 떴다는 반가움과 함께 ‘도대체, 왜? 하는 궁금증도 뒤따랐다. 그러니 가봐야 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슬로우시티 예산으로의 여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핫플의 중심을 먼저 찾았다.

현 시점,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시장은 일명 ‘백종원시장으로도 불리는 ‘예산시장이다. 예산읍에는 ‘예산역전시장도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예산상설시장이다. 그곳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조용하던 예산을 들썩이게 했을까. 하루 방문객이 20~30명에 불과하던 시장이 지난 1월초부터 하루 평균 3000여 명, 주말에는 5000명까지 늘었다고 하니 이건 분명 ‘사건이 틀림없다. 알려졌다시피 놀랄 만한 변화의 중심에는 ‘백종원이 있었다. 그 변화의 시작은 그가 예산군과 의기투합해 진행한 ‘지역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쇠락해가는 시장을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콘셉트로 바꿔 로컬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로 만든 것이다.
(위)예산시장 (아래)지금 예산시장의 인기 메뉴는 국수와 닭볶음탕이다.

오일장이 펼쳐지는 시장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바닥에 수북이 물건을 펼쳐놓은 상인들, 구경과 흥정으로 분주한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장터는 활력이 넘쳐흘렀다. 아주 먼 옛날, 어슴푸레한 기억 속의 장터가 떠올랐다. 장날 하루 동안 오일장에 주차장을 내준 예산시장도 인파에 묻히긴 마찬가지. 한 달 만에 10만 명이 찾았다는 명성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시장 내 장옥 마당에는 오전부터 찾아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1981년에 개설된 시장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른바 ‘백종원 효과가 작열하고 있는 것이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밤 9시에 닫는 예산시장은 가게의 외양부터 콘셉트까지 ‘백종원만의 영업 마인드와 색깔로 단장되어 있다. 새롭게 문을 연 선봉국수, 신광정육점, 시장닭볶음탕, 금오바베큐, 불판 빌려주는 집 등 다섯 개 가게와 기존 여섯 개의 가게는 리모델링과 함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주기도 했다. 추가로 튀김, 꽈배기, 전, 피자 등 다섯 개의 가게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예산시장이 핫플이 된 건, 백종원이라는 이름값에다 여행자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 여기에 특별한 공간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시장을 장옥(거리 양쪽에 줄이어 세운 상점) 형태의 ‘푸드코트 스타일로 만들고, 추억을 자극하는 ‘뉴트로 콘셉트를 녹여 놓았다. 마치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며 해마다 30~4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본 오이타현 분고타카다시의 ‘쇼와노마치 시장과 닮았다.
(좌, 우)백종원 국밥거리 (아래)선봉국수 가게의 파기름비빔국수

시장 안에는 12개의 가게가 있고 먹거리 장옥을 이용하는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설명하자면 시장 내 가게에서 음식을 사다 푸드코트처럼 마련된 장옥 마당의 원형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먹으면 되는 것. 다 먹은 음식은 직원이 깨끗하게 정리해준다. 시장 내 인기 메뉴는 ‘신광정육점의 고기와 ‘선봉국수의 국수, ‘시장닭볶음탕의 꽈리고추 닭볶음탕 등이다. 정육점에서 산 고기는 ‘불판 빌려주는 집에서 불판을 빌리고, 쌈 야채와 주류 등을 구입해 먹으면 된다. 여러 가지 음식을 사다 둥근 테이블에 펼쳐 놓고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식을 사기 위해 가게 앞마다 줄을 선 사람들, 테이블을 차지하고 식도락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과 테이블이 나길 기다리는 사람들로 장옥 마당은 온종일 북적인다. 맛은 어떨까.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한참을 줄 서서 맛본 진한멸치국수와 파기름비빔국수의 맛은 평이한 수준. 줄 서서 기다렸다 먹는 다른 가게의 인기 메뉴들도 대체로 그렇다. 그러나 값은 ‘미쳤다고 할 만큼 착하다. 국내산 뒷고기가 600g에 9000원, 삼겹살 200g에 4900원이고, 비빔국수와 멸치국수가 각각 3500원, 4000원인 식이다.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음식이란 모름지기 맛으로도 먹지만 추억으로도 먹는 법. 모든 것은 풍경에 묻히기 마련이다.
(위)예산 국수는 알아주는 명물이다. (아래)예산시네마

예산시장 주변에는 2017년 백종원의 이름을 따 조성한 국밥거리도 있고, 명물인 국숫집도 여럿 있다. 매년 가을, 이곳의 명물인 국수와 국밥에 가을꽃 국화를 더해 ‘예산장터 삼국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맛있는 먹거리를 즐기고 난 후 시장 옆에 있는 작고 예쁜 영화관 ‘예산시네마에서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최고의 추억 만들기가 될 것이다. 덧붙일 소식 하나가 급하게 전해졌다. 예산시장은 재정비를 위해 3월 한 달간 휴장을 한 후 4월에 재개장을 한다고 하니 기억하시길.

다이내믹한 예산의 상징 예당국민관광지

비로소 느긋하게 여행을 시작한다. 예산의 랜드마크 격인 예당호가 있는 예당국민관광지다. 예당호는 둘레가 40㎞, 동서 길이 2㎞, 남북 길이 8㎞에 달하고 면적이 여의도의 3.7배나 되는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다. 예산과 당진에 걸쳐 있는 예당평야를 관개하기 위해 일제 강점기에 공사를 시작했지만 35년 만인 1964년에야 준공한 파란만장한 저수지다. ‘예당이라는 이름은 예산과 당진의 앞 글자에서 따왔다. 아름다운 호수 풍경만으로도 멋진 그곳에 예산을 널리 알리는 명물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예당호출렁다리와 모노레일, 그리고 조각공원과 느린호수길 등이다. 또 출렁다리가 생긴 이후 그 옆에 음악분수까지 생기면서 명실상부한 예산의 랜드마크로 이미지를 끌어 올렸다.
(첫 번째 사진)예당호 국민관광지 (두 번째 사진)예산의 명상치유길 중 메타세쿼이아숲길 (세 번째 사진)예당호 출렁다리

2019년 4월에 개통된 예당호출렁다리는 길이가 402m나 되는 현수교로 길이 600m인 논산의 탑정호출렁다리가 생기기 전까지 국내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였다. 출렁다리의 길이 402m는 예당호의 둘레 40㎞와 너비 2㎞를 상징하며, 예산의 상징 새인 황새를 모티프로 설계했다. 마치 황새가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가는 형상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다리 위에 오르면 수면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폭이 5m나 되는 다리는 내진설계 1등급을 받을 정도로 튼튼하고 안전해 성인 3150명이 동시에 걸어도 될 정도라 되어 있다.

높이 64m인 출렁다리 주탑에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그곳에 오르면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예당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예당호출렁다리의 진가는 밤에 나타난다. 무지개 빛깔 LED 조명이 비친 다리가 예당호의 풍경과 어우러져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거기에 음악분수까지 솟아오르면 예당호 여행의 백미가 완성된다.

예당호출렁다리가 있는 예당호수변공원에서 대흥면의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을 잇는 7㎞의 느린호수길은 느리게 걷는 힐링 트레일로 예당호를 찾는 여행자들에게 쉼과 여유를 선물한다. 천천히 느리게 걷는 길에서는 더 많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사유는 깊지만 심상은 온통 고요한 순간, 마음을 치유하는 편안한 여행길이다.
(좌)예당호 모노레일) (우)예당호 조각공원

느린호수길을 천천히 여유롭게 걷다 보면 무지개 빛깔의 작고 예쁜 기차를 만나게 된다. 예당호 모노레일이다. 사계절 전전후로 운행하는 야관 경관조명 모노레일로 낮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다. 윤슬의 숲, 빛의 조각, 달의 연화, 숲의 연희, 달의 영휴 등 이야기가 있는 1320m의 테마존을 천천히 달리며 예당호의 멋진 풍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단아한 아름다움의 천년 도량 수덕사를 거닐다

수덕사 가까이로 접어들자 차분히 마음이 내려앉는다. 빠르게 흐르던 시간도 한결 여유가 느껴지는 기분이다. 수덕사에 대한 기억은 일주문부터 대웅전을 거쳐 정혜사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순례길이 마음을 포근하게 보듬어준다는 것이다. 산꼭대기 암자가 아니고 대웅전까지만 가도 비슷하다. 규모에 비해 유난히 조용한 도량의 분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대웅전 앞마당에 서서 멀리 일주문과 도량을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그런 마음의 평화. 수덕사에 오는 이유다.
(첫 번째, 세 번째 사진)수덕사 대웅전 (두 번째 사진)이응노 화백이 새긴 암각화 (네 번째 사진)수덕여관

수덕사는 백제 위덕왕(554~597) 재위 시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 사찰이다. 덕숭산 아래부터 꼭대기까지 도량이 길게 이어질 만큼 큰 규모지만, 달리 고즈넉함을 논할 바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청정한 사찰이다. 수덕사는 일주문과 금강문, 사천왕문 등 3개의 문과 황하정루라는 하나의 루를 지나야 대웅전에 이른다. 부처님 앞까지 가는 길이 긴 것은 불문에 닿는 과정이 신성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길이다. 여행자의 발길이 조심스러워진다. 금강문과 사천왕문을 지나 위가 보이지 않는 높다란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대웅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절이 여행자를 받아들이는 순간이다.

드넓은 마당에 몇 백 년은 족히 됐을 법한 노송과 느티나무가 서있고, 삼층석탑을 앞에 둔 꾸밈없는 모습의 대웅전이 자리한다. 국보 제49호인 대웅전은 화려한 장식이 없이도 얼마나 아름답고 세련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수수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배흘림기둥은 보면 볼수록 기품이 느껴지며 비상하기까지 하다. 수덕사 대웅전은 안동 봉정사 극락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목조 건축물로 꼽힌다. 수덕사의 백미로 꼽히는 대웅전만 보고 돌아서도 족하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뒤로 펼쳐진 돌계단을 따라 덕숭산의 정상 아래까지 가보길 권한다. 그곳에 가면 만공선사가 수도했던 소림초당을 비롯 향운각, 만공탑, 정혜사, 견성암 등의 사찰과 암자 등을 만나게 되는데 하나하나가 빼놓을 수 없는 수덕사의 진면목이다.
(첫 번째 사진)선미술관 (두 번째 사진)추사기념관 (세 번째 사진)화순옹주의 열녀문인 홍문 (네 번째 사진)백송공원

수덕사 일주문 옆으로는 ‘수덕여관이라는 단출한 모양의 초가집이 있다. 수덕사를 찾는 여행자들이 ‘여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뭐지?” 하며 의아해할 수 있다. 본래 비구니들의 거처였던 이곳은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여성 인권운동가 나혜석과 1920년대 신여성 출신의 작가로 불교에 귀의해 선승이 되었던 김일엽이 수행자 시절 머물던 곳이었고, 나혜석의 수제자였던 고암 이응노 화백이 1958년 프랑스로 유학 가기 전까지 살던 곳이기도 하다. 우리 근대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걸출한 세 예술가의 파란만장한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집 앞에는 이응노 화백이 영어의 몸이 되었다 풀려난 후 삼라만상의 성쇠를 추상화로 표현한 암각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수덕여관 아래에 있는 선미술관은 지난 2010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미술관이다. 미술관에는 수덕사 3대 방장스님의 법호를 딴 원담전시실과 이응노 화백의 호를 딴 고암전시실 등 전시공간을 갖추고 있으며 고승들의 선묵화와 선서화, 이응로 화백을 비롯한 근현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사찰 안에 있는 흔치 않은 미술관으로 수시로 기획전과 초대전을 개최,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잦다.
(첫 번째 사진)선미술관 (두 번째 사진)추사기념관 (세 번째 사진)화순옹주의 열녀문인 홍문 (네 번째 사진)백송공원

은은한 묵향이 흐르는 추사고택

예산은 ‘추사체와 ‘세한도로 알려진 추사 김정희의 고향이다. 예산의 서북쪽 신암면에는 그가 태어난 고택이 있다. 이 집은 추사의 증조부이자 영조의 부마였던 김한신이 1700년대 중반에 건립한 53칸 양반 대갓집으로 안채와 사랑채, 문간채와 사당채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으로 난 솟을대문으로 들어가면 ‘ㄱ자 모양의 사랑채 툇마루가 보인다. 사랑채 서쪽에는 ‘ㅁ자 형의 안채가 있고, 그 뒤로 ‘추사영실(秋史影室) 편액과 추사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영당이 높게 자리하고 있다. 집은 정갈하고 차분하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보든, 낮잠을 자든 그저 여유로울 수밖에 없는 정경이다. 정원 곳곳에 그리고 담장을 따라 목단, 설중매 같은 꽃나무와 살구나무, 매화나무 같은 과실수들이 서 있다. 고택을 거닐다 보면 사랑채와 안채 나무 기둥에 걸린 주련들이 눈길을 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일 두 가지는 밭을 갈고 독서하는 일이다, ‘글씨 쓰는 법은 외로운 소나무 한가지와 같다 같은 글들이 잠시 깊은 생각 속으로 이끈다. 모두 추사가 남긴 글이다. 추사는 이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8세 무렵 대를 이을 아들이 없던 백부 김노영의 양자가 되었지만 어머니가 살던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이 집에는 1960년대까지 추사의 후손들이 살았다. 고택 왼쪽에는 추사의 묘소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추사의 묘에는 열다섯 살 때 혼인한 한산 이씨, 스물셋에 재혼한 예안 이씨가 함께 잠들어 있다. 묘소는 요란한 석물로 치장하지 않고 생전에 남긴 글씨를 모아 만든 비석 하나만 세워 깔끔하다. 그 옆으로 추사의 작품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추사기념관이 있고, 고택 건너편에는 추사체험관이 있다.
(위)화순옹주홍문 (아래)추사체험관

추사고택에서 북쪽으로 조금 가면 화순옹주홍문이 있다. 홍문은 추사의 증조모인 화순옹주의 정려문이다. 화순옹주는 13세에 김한신과 혼인해 25년을 살았지만, 마흔이 되기 전 김한신이 세상을 떠나자 식음을 전폐하고 그로부터 보름 후 남편을 따라 갔다. 이를 만류하던 아버지 영조는 딸의 정절을 높이 샀지만 부왕의 뜻을 저버린 데 대한 아쉬움 때문에 열녀정문을 내리지 않았고, 후에 정조가 그의 정절을 기려 열녀문을 내렸다. 화순옹주는 조선왕조의 왕실에서 나온 유일한 열녀라고 전해진다. 홍문은 정면 8칸, 측면 1칸 규모로 크지 않고 담장 안에는 묘막 없이 주춧돌만이 가지런히 남아 있다.

화순옹주홍문 옆에는 백송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공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추사의 고조부 김흥경의 묘 앞에는 천연기념물 제106호이자 우리나라 백송나무 중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용궁리 백송이 있다. 용궁리 백송은 추사가 25세 되던 해, 청나라 연경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씨를 심은 것이라 한다. 수령 200년이 넘은 이 소나무는 원래 가지가 셋으로 퍼져 아름다웠지만 줄기 둘이 고사하고 지금은 줄기 하나만 살아남았다. 마치 자작나무처럼 하얀 수피를 드러내고 있는 특이한 소나무다.
내포보부상촌

전통문화 체험 테마파크 △ 내포보부상촌

국내 유일이면서 최초이기도 한 보부상 테마파크 내포보부상촌은 한국의 전통 유통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보부상이란 포목, 원단, 장신구 등을 보자기에 싸서 들거나 질빵에 걸머지고 다니며 판매했던 봇짐장수 ‘보상과 도기, 칠기, 건어물 등의 물품을 지게에 짊어지고 다니며 팔던 등짐장수 ‘부상을 합친 말. 보부상들은 각 지방에 일용품을 공급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행상을 했다. 또 지방의 특산물 역시 보부상이 메고 지는 봇짐과 지게를 통해 각 지역으로 전해졌다. 내포보부상촌은 옛 보부상들이 즐겨먹던 먹거리와 놀이, 그 밖의 다양한 보부상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보부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보부상박물관도 있다.

[글과 사진 이상호(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69호(23.3.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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