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축 건물도 '폭삭'…튀르키예, 안전 규제 위반 건물에 '과태료' 부과만
입력 2023-02-09 09:46  | 수정 2023-02-09 09:52
8일(현지시간) 오후 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시내 지진 구조작업 현장/사진=이스켄데룬 연합뉴스
1999년 1만 7천명 사망한 대지진 후 규제 강화했지만
안전 규제 지키지 않아도 '과태료' 처분뿐
전문가들 "규제 부족·안전 수준↓"
튀르키예를 강타한 대지진에 1만 명이 넘게 사망하며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사망한 건, 지진의 규모도 컸지만 그만큼 건물이 많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밤중 흔들린 땅에, 잠들었던 주민들은 대피도 못하고 그대로 건물 잔해에 깔렸습니다. 앞으로 사망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도 가늠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영국 방송 BBC는 현지의 건축 안전규제가 허술하고, 규제가 있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내진 규제 강화했지만, 속절없이 무너진 건물

지난 1999년, 튀르키예는 북서부 대지진으로 1만 7천명이 사망하는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따라 내진 규제가 대폭 강화됐고 2018년에도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BBC에 따르면 동부 도시 멜레티의 한 빌딩도 작년에 완공하며 소셜 미디어에 최신 방진 규제를 통과하고 최고의 자재와 기술로 지어진 1등급 건물이라고 홍보한 분양 광고 이미지가 떠돌았습니다.

그러나 이 건물, 지진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습니다.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의 한 아파트도 규제가 강화된 직후인 2019년 지어졌으나 지진으로 인해 건물이 둘로 쪼개지고 한쪽은 폭삭 내려앉았습니다.


건축 전문가들은 아무리 지진이 강해도, 제대로 지어진 건물은 어떻게든 선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재난학 교수 데이비드 알렉산더는 "지진이 매우 파괴적이었지만, 잘 지어진 건물을 완전히 무너트릴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신 방진 규제는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서 건축물에 고품질 콘크리트를 쓰고 철근으로 보강하게 합니다. 기둥과 보는 지진의 충격을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게 구성돼야 합니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선 이와 같은 내진 규제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알렉산더 교수는 "신축이 아닌 기존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방진 규제가 너무 부족하고, 신축 건물에 대한 규제도 안전 수준을 충분히 높이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켄데룬 시내에서 어린이들이 컨테이너 안으로 대피한 모습/사진=이스켄데룬 연합뉴스

정부 관리 방만했다는 지적도

부실 건물이 양산된 데는 정부의 관리 소홀도 한몫했다고 BBC는 꼬집었습니다.

튀르키예 당국은 1960년대 이후 안전 규제를 위반한 건물에 대해 과태료 등으로 행정처분 등을 감면해줬습니다. 부실 건물이 사실상 방치됐다는 것입니다.

튀르키예 건설공학자 펠린 피나르 기리틀리올루는 "튀르키예 남부의 지진 영향권 지역의 건물 7만 5천개 정도는 이같은 행정처분 면제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2020년 서부 이즈미르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했고, BBC 튀르키예 지국에서 이즈미르 67만 2천개 건물이 행정처분 면제 조치를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지진 발생 직전, 튀르키예 언론들은 최근 건설된 건물에 대한 추가적 감면 조치를 담은 법안이 의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우려 섞인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지진 피해현장 둘러보는 에도르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사진=AP 연합뉴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장은 다릅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현재 상황은 명백하다.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있기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날 지진 피해 지역인 남부 하타이주에 방문해 취재진에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는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임다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jfkdn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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