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성폭행 뇌병변장애인에 '한 줄기 빛' 되어준 변호사, 누구?
입력 2023-02-08 15:10  | 수정 2023-02-08 15:16
성폭행 피해 뇌병변장애인과 변호사의 '맞잡은 손'/사진=연합뉴스
법률구조공단 박성태, 인사이동 마다하고 피해자 변호 책임
가해자 징역 10년 엄벌에 앞장
"서울에 가시더라도 저와 같은 장애인들을 도와주세요.", "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손잡아줄게요."



어제 (7일)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해야 할 활동지원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정모(52)씨와 그의 변호를 맡았던 대한법률구조공단 춘천지부 소속 박성태(34) 변호사가 나눈 대화입니다.

두 사람은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이달 1일 징역 10년으로 결론이 난 가해자의 2심 선고공판까지, 1년 반이 넘도록 함께했습니다.

정씨는 "가해자에게 성폭행 피해를 본 7개월을 '지옥'이다"라며 "아직도 악몽을 꾼다"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이런 정씨를 위해 인사이동마저 마다하고 끝까지 사건의 변호를 맡아준 박 변호사는 장애인 성폭력 피해 사건에 깊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피해자 변호사라고 해도 매 공판에 출석하기 어렵고, 대게 판결 결과만 들려주는 선고 공판에는 사선 변호사도 출석하지 않는 게 관행이지만, 박 변호사는 수사기관에 서면 통보를 요청하고, 모든 공판에 출석하는 등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박 변호사는 종일 누워서 생활하는 와상 장애인인 정씨가 증인으로 나설 수 있도록 성폭력 피해자 영상증인신문의 필요성을 법원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로부터 영상증인신문을 거절당하고 지난해 5월 정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하기로 했을 때도 '바닥에 누워서 진술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침대를 두는 등 인권 보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정씨 사건을 마지막으로 오는 20일 서울중앙지부로 자리를 옮깁니다.

앞서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장애인 유사성행위와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모(50)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안씨는 2021년 2∼5월 정씨를 상대로 네 차례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시도하고, 다섯 차례 강제추행하고, 7회에 걸쳐 머리 등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판결에 불복한 안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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