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7] "못 배운 한 풀었지예"…'흰머리 여고생' 칠곡할매들의 마지막 수업
입력 2023-01-25 19:02  | 수정 2023-01-25 20:01
【 앵커멘트 】
경북 칠곡군에 사는 할머니들이 처음 한글을 배워 쓴 '칠곡할매글꼴'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할머니들을 위한 마지막 수업이 열렸는데, 아직 끝이 아니라는 할머니들, 다음 도전은 뭘까요.
심우영 기자입니다.


【 기자 】
"차렷! 선생님께 경례"

1970년대 교실에 머리가 하얀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앉아 있습니다.

반장 할머니의 힘찬 구령과 함께 선생님을 향해 인사합니다.

이어 출석 확인이 이뤄지고.

"이원순?"
"예"

오늘 수업은 받아쓰기입니다.


어려운 단어가 나오자, 손바닥에 미리 써놓은 글자를 몰래 보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녀입니다.

특별수업에 참여한 4명의 할머니들은 이른바 '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들입니다.

일흔이 넘어 한글을 배우려고 종이 2천 장에 연습한 끝에 2020년 12월 독특한 글씨체를 만든 겁니다.

이번 수업은 일제강점기 때 가난하고 여자라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한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 인터뷰 : 권안자 / 칠곡할매글꼴 주인공
- "(아버지가)여덟 살 되는 해 돌아가셨습니다. 다른 집에 맡기고 돌아가셨는데 그 뒤로 살아온 건 파란만장하고 다 말 못해요."

일일 교사는 1970년대와 80년대에 7년간 실제로 교단에 섰던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맡았습니다.

수업을 마친 할머니들는 자신들의 글씨체로 적은 소망을 액자에 담아 전했는데, '우짜든지 우리 동네에 사람 마이 살게해주이소' 였습니다.

할머니들의 도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 인터뷰 : 김영분 / 칠곡할매글꼴 주인공
- "영어를 좀 배우면 싶어요. 영어도 배우고 한글도 아주 짧아서 좀 더 배우면 싶고 그렇습니다."

명예졸업장을 받고 환하게 웃는 할머니들의 미소엔 새로운 희망이 담겼습니다.

MBN뉴스 심우영입니다. [simwy2@mbn.co.kr]

영상취재 : 김형성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