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14조 적자에도 회삿돈 '펑펑'
입력 2022-10-07 19:46  | 수정 2022-10-07 19:50
백범 김구 선생은 젊은 시절 황해도 해주 출장길에 올랐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장련 군수 윤구영은 뽕나무 묘목을 갖다 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냥을 여비로 주었죠.

말이나 가마를 타고 편히 다녀오라 했지만, 백범은 걸어서 갔고 품질 좋은 뽕나무를 찾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출장 여비를 정산해 130냥은 돌려주었습니다. 사용 명세엔 '짚신 한 켤레 얼마, 냉면 한 그릇 얼마를 합해 총 70냥'이라고 조목조목 적었죠. 이게 소문나자 백범이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은 담뱃대를 감추고 경의를 표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법인카드 사용 백태가 드러났죠. 한전 서울본부 기획관리실 경영지원부는 지난해 3월 유명 한우 전문점에서 오찬을 한 뒤 409만 91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점심치고 액수가 상식 밖인 것도 문제지만, 당시는 코로나19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던 땝니다.

2020년 11월 말에는 서울본부 전력사업처 배전운영부가 고급 일식당에서 70만 5천455원을, 같은 해 11월 서울본부의 마포용산지사 고객지원부는 112만 4천536원을, 다음날 기획관리실 재무자재부 역시 177만 496원을 식비로 썼습니다.

한전은 현재 총 2,636개의 법인카드를 사용 중인데, 이 외에도 부적절한 집행이 대거 발견됐습니다.


한전은 올해 상반기에만 14조 3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었던 지난해 영업적자(5조 9천억 원)를 이미 2배 넘게 웃돌고 있고, 이 적자를 해소한다며 올해 전기요금도 잇따라 올리고 있죠.

그런데도 한전과 자회사에서 신규 채용한 인력과 인건비는 오히려 급증했습니다. 한전의 경우 2012∼2016년 4천6백여명을 신규 채용했지만 2017∼2021년에는 두 배에 가까운 7천7백여명의 신입을 뽑았거든요. 인건비는 2017년 3조 2천억 원에서 지난해 4조 천6백억 원으로 약 30% 증가했죠.

보통 사람이 힘들 땐, 내 씀씀이를 줄이면서 좀 도와달라고 하지 않나요. 내 씀씀이는 헤프면서 도와달라고 하면 와닿을까요.

백범 같은 청렴함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해야죠. 한전은 혈세로 돌아가는 회삽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14조 적자에도 회삿돈 '펑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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