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로켓벤처 투톱 코스닥行…美기업과 승부

'K우주스타'로 불리는 한국의 대표 로켓 스타트업이 잇달아 주식시장 상장에 나선다. 누리호와 다누리호 발사로 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민간 중심으로 산업 구도를 개편하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로켓 스타트업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페리지)'와 '이노스페이스'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각각 내년 하반기, 2024년에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탄 기반의 액체 우주로켓을 개발 중인 페리지 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어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확정한 후 각 회사에 통보했다. 하이브리드 로켓을 만드는 발사체 기업인 이노스페이스 역시 9월 중순께 상장주관사를 확정하고 내년 말 기술특례상장 심사를 받는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대한민국이 우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면 이들 기업은 한국이 로켓으로 '돈'을 버는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각 회사는 이르면 2024년부터 소형 발사체에 실제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상업용 발사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들 기업이 증시에 상장한다면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발사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특히 이들 기업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500㎏ 미만 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올려 보내는 '소형 발사체 시장'이다.
현재까지 페리지는 약 270억원, 이노스페이스는 35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페리지는 2018년 7월에, 이노스페이스는 2017년 9월에 설립된 기업이다. 이들은 자금 확보가 아닌 인재와 기술개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고 설명한다. 김수환 페리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보다 안정적인 기업 운영과 재무적인 구조를 바탕으로 국내외 항공우주 우수인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상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직원은 48명이지만 페리지의 계획과 목표를 실현하려면 엔지니어 150명과 생산직 100명 등 최소 300명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히 발사체를 개발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투자 라운드를 하다 보면 기술개발과 병행이 어려운 상황이 오기도 한다"면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성장해나가기 위한 수단이 상장인 셈"이라고 밝혔다.
소형 발사체 시장에서는 현재 우주로 보내는 물체 ㎏당 3만3000달러(약 4403만8500원)에 수송이 가능하다. 50㎏짜리 위성이라면 165만달러(약 22억원)에 우주로 향할 수 있는 셈이다. 2024년 상업 발사를 앞둔 이노스페이스의 '한빛 나노' 역시 ㎏당 3만3000달러로 발사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페리지가 개발 중인 '블루웨일1(BW1)'도 2024년 50㎏ 위성 발사 서비스를 25억원 미만에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이 시장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기업은 미국의 로켓랩·아스트라·버진오빗 등에 불과하다.
기업들은 목표로 한 상업 서비스 시기에 발사체 개발을 완료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페리지는 지난 4월 KAIST와 공동으로 추진한 '초소형 우주 발사체 선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길이 3.2m에 무게 52㎏인 초소형 시험발사체를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액체연료(메탄) 기반 BW1 상단 로켓 개발을 연내 완료하고 내년까지 하단부를 개발한다면 2024년부터 발사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올해 말 브라질에서 15t급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로켓 '한빛-TLV 시험발사체'를 지상 100㎞ 준궤도까지 올리는 시험비행을 실시한다. 이는 2023년 개발을 완료해 시험발사 예정인 2단 로켓 '한빛 나노'에 들어갈 엔진의 비행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1단 로켓이다. 한빛 나노는 2023년 시험발사에 성공하면 2024년부터 50㎏ 탑재체를 싣고 본격적인 상업 운행에 나선다.
[이새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