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6살에 성폭행 가해자 총으로 살해한 美 여성 27년 만에 사면
입력 2022-07-05 08:43  | 수정 2022-07-05 08:45
세라 크루잔. / 사진=연합뉴스
10대 때 가해자로부터 성폭행·성매매 강요받아
18년 만에 가석방, 27년 만에 '사면'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총을 쏴 살해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미국의 한 여성이 사면을 받았습니다.

현지시간 4일 CNN 방송은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급 살인 혐의로 1995년 종신형을 선고 받은 세라 크루잔을 사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1일 뉴섬 주지사 측이 밝힌 사면 인원 17명 가운데 한 명입니다.

당시 크루잔은 16살이었으며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 조지 길버트 하워드를 총으로 살해했습니다. 하워드는 크루잔이 11살 때 처음으로 성폭행했고 13살 때부터는 성매매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속된 성매매 강요를 견딜 수 없었던 크루잔은 결국 리버사이드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하워드에게 총을 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법 당국이 성범죄 피해자인 10대 청소년에게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감형 여론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2010년 당시 주지사였던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크루잔의 형기를 25년으로 감형했습니다.


크루잔의 사연이 미국 전역에 전해지자 그를 동정하는 여론은 더욱 커졌습니다. 한 상원의원은 "크루잔의 곁에는 자신을 성폭행하고 성매매를 강요하는 포식자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며 "크루잔 사건은 어른과 사회가 도움 주지 못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3년 제리 브라운 당시 주지사는 크루잔을 가석방한다고 발표했고 감옥에 들어간 지 18년만에 크루잔은 자유의 몸이 됐습니다.

27년 만에 이뤄진 이번 사면 결정으로 크루잔은 법원에 전과 기록 말소를 신청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주지사 측은 "크루잔이 희생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범죄를 저질렀지만 이후 그는 지역 사회에 헌신하면서 삶을 뒤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루잔도 "두려움과 분노, 고통이 아닌 사랑의 마음을 갖고 앞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CNN 보도에 따르면 뉴섬 주지사가 2019년 취임 이후 사면한 사람은 이번 크루잔 사면까지 모두 129건입니다.

[정희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ango1998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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