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로 잃은 일자리…“돌아갈 수 있을까요?”-취[재]중진담
입력 2022-06-16 10:46  | 수정 2022-06-16 11:03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의 모습
'단계적 일상회복'에도 고용 회복 더딘 항공·숙박업계
한 달 월급으로 두 달 살며 대출로 생계 유지하기도

‘단계적 일상회복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면서 일상 속 실천방역 체계”로 전환했습니다. 가게의 운영시간, 사적모임, 행사·집회 참석 인원 등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통제되던 일상 속 많은 부분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게에는 다시 늦게까지 사람들이 북적이고 공항은 다시 해외 여행을 떠나려는 발길이 늘었습니다.

‘엔데믹이 주는 해방감을 모두가 동등하게 느끼진 않습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피해가 집중된 항공·숙박업계 종사자들은 엔데믹이 와락 와닿지 않습니다. 경영난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하거나 휴직을 해야 했던 이들. 코로나 19는 잡혀 간다고 하지만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일상이 그립습니다.

MBN 취재진은 왁자지껄한 거리에서 잠시 떨어져 코로나 19로 일자리를 잃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만나봤습니다.

순환휴직으로 월급도 절반…"대출로 버텨요"

영종도의 한 아파트에서 인천국제공항 출국대기실에서 일을 하는 박 모 씨를 만났습니다. 박 씨는 출국대기실에서 송환 대상자나 입국 거부자를 관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코로나 19로 공항을 찾는 여행객들이 줄자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박 씨는 그 중 절반, 세 달만 일터에 나갔습니다. 순환 휴직에 돌입하게 된 겁니다.

출국대기실에서 근무하는 박 모 씨. 두 달에 한 달만 일터에 나가는 순환 휴직을 겪고 있다.

문제는 임금. 절반으로 줄어든 노동 시간만큼 받는 임금도 줄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제일 먼저 한 일이 먹을 것을 줄이고, 애들 학원비를 줄이고 그것도 부족해서 보험비를 해지해서 버티다가…. 이자가 비싸긴 한데 대출 받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지출을 줄여도 생계를 유지하기 빠듯한 상황. 구청에 단기 기간제 일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박 씨는 구청을 찾아갔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탓에 일자리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실업자에게 우선으로 고용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스티커 알바 등 단기 알바에 뛰어들었습니다.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인천국제공항의 고용악화율은 40.6%입니다. 고용악화율은 유급·무급 휴직을 하거나 퇴사를 이유로 공항을 떠난 직원들을 뜻하는데 그 수를 세보니 33,511명입니다.

여객 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인천국제공항도 활기를 띠는 추세입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2020년 4월 약 2백 5십만 명까지 떨어졌던 여객 수는 올해 5월 8백만 명 정도까지 올랐습니다. 출국대기실도 다시 바빠진만큼 순환휴직에 들어갔던 직원들도 일자리로 복귀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김혜진 출국대기실 선임팀장은 늘어난 업무량에도 인원은 순환휴직 형태로 계속 유지돼 업무 강도가 너무 높다고 하소연합니다. "하루에 한 명, 두 명 입실하던 승객이 50~60명이 입실하는 상황이고요." 30명이 넘는 직원이 있지만 한 달에 19명만 투입된다고 설명한 김 팀장은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김혜진 출국대기실 선임팀장이 인천국제공항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앞으로 펼쳐질 상황도 긍정적이진 않습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20년을 일한 직원들이 모여 있는 출국대기실. 출입국 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출국대기실 운영주체가 항공사운영위원회(AOC)에서 법무부로 바뀌게 됐습니다. 때문에 출국대기실 직원들은 앞으로 경쟁채용 과정을 통과해야만 원래 일했던 일터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끝나길 바라며 순환 휴직을 버텼던 이들은 막막하기만 합니다.

20년 일하고도 해고…실업급여로 생계 버텨

숙박업계는 어떨까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월부터 2020년 9월 사이 호텔업 객실 매출액은 47.7%가 줄고 고용인원은 24.6%가 감소했습니다. 고용형태별로 따져보면 일용직 감소폭이 가장 큽니다. 일용직은 65.8%가 감소했고 정규직은 같은기간 12.6%, 비정규직은 33.3%가 줄었습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세종호텔은 지난해 12월 경영난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세종호텔의 외벽엔 해고를 비판하는 피켓들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호텔 입구 근처, 사람이 우선이다”라고 쓰여진 천막 농성장에서 고진수 세종호텔 노조지부장을 만났습니다. 20년간 호텔 조리사로 일했던 고 씨는 작년 12월 회사로부터 정리해고를 당한 뒤 복직 농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세종호텔 앞 천막 농성장 내부 모습. 정리해고를 비판하는 글귀가 걸려있다.

실질적으로 우리 잘못이 아닌데 '코로나 때문에 정리해고 당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부당하다고 호텔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해고 통보를 받고는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예식장 등 식음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자 경영난을 겪은 호텔은 노동자들의 희망 퇴직을 받았습니다. "영업 사정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되면 희망퇴직 형태든 나갔던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 다시 재취업 하도록 하겠다고 얘긴 했었는데…."

1996년에 입사해 객실관리를 도맡아 온 민병준 씨도 정리해고를 당한 뒤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6년간 근무했는데 한순간에 코로나로 인해서 정리해고를 한다는 게 억울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실업급여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민 씨는 복직을 바랄 뿐입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은 이들. 그들의 일상도 단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까요.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 이혁재 기자 yzpotato@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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