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송해, 군수 특석 깔려는 공무원에 "뭐 하는 짓이냐" 호통쳤던 사연
입력 2022-06-14 08:42  | 수정 2022-06-14 08:46
방송인 고(故) 송해. /사진=연합뉴스
오민석 "생전 송해가 자주 썼던 말은 '공평하게'"

지난 8일 별세한 방송인 고(故) 송해(본명 송복희)씨 생전에 KBS 1TV '전국노래자랑' 악단 단원들과 있었던 감동적인 사연이 공개됐습니다.

송해의 평전인 '나는 딴따라다'(2015)를 집필한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방송된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서 집필을 위해 송해와 지낸 1년간의 기억을 회상했습니다.

오교수는 "세월호 때였다. 몇백 명이 졸지에 수장된 심각한 사태에 전국노래자랑 하면서 웃고 이게 안 되니까 KBS에서 한 두세 달 방영 자체를 중단한 적이 있다"며 송해가 전국노래자랑 악단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오 교수는 "녹화를 안 하니 악단 멤버들이 출연료를 못 받지 않나. 이분(송해)이 올라가서 담판을 지었다. '이 사람들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동안 전국노래자랑에 이바지한 게 얼마인데 배려해줘라', '돈 얼마나 된다고 그러냐'라고 해서 밀린 출연료를 다 받았다"며 "대단하신 분"이라고 했습니다.

방송인 고(故) 송해. /사진=연합뉴스

이어 오 교수는 생전 송해가 자주 썼던 말은 '공평하게'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에서 송해가 공무원에게 호통을 쳤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오 교수는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리허설하는데, 공무원들이 관객들 앉는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앞으로 나오자 (송해가) 뭐라 하셨다"며 "물어보니까 공무원들이 '여기 군수님 앉아야 하고, 구의원 앉아야 한다'고 하니 송해가 그냥 소리를 지르셨다"고 전했습니다.

오 교수에 따르면 당시 송해는 공무원에게 "당장 치워라", "지금 뭐 하는 짓이냐", "당신들이 제일 앞자리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관객 국민이 다 긴장한다", "앉고 싶으면 저 뒤에 아무 데나 퍼져 앉아라", "특석이라는 건 없다" 등의 말을 했습니다. 오 교수는 "저는 그 위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게 아주 좋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오르기 전 촬영 지역의 대중목욕탕에 꼭 방문했다고 합니다. 오 교수는 "지역 주민들하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해 봐야 당신이 무대에 섰을 때 더 이렇게 가깝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송인 고(故) 송해. /사진=연합뉴스

또한 오 교수는 "그분이 무대 완결성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하다. 완벽해야 한다. 당신 MC만 잘 보는 거로 끝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가령 녹화를 하다 보면 선생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초대가수가 마음에 안 든다든가 혹은 출연자 중 선발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있다든가, 하여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 않냐. 조명이 어떻다든가 그런 걸 하나도 안 넘기신다"라고 전했습니다.

송해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별세했습니다. 고인은 1988년 5월부터 KBS 1TV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4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고, 지난 4월에는 95세 현역 MC로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Oldest TV music talent show host)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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