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미는 서로 훌륭한 친구" 바이든 "같이 갑시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미정상회담에 이은 환영 만찬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에 기반한 성장과 번영을 이뤄가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며 "이번 회담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양국 간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모색하게 된 계기"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보여준 민주주의는 바로 그 민주주의의 힘이 국민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라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은 이날 오후 7시 34분 무렵 국립중앙박물관에 마련된 만찬장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레드 카펫을 통해 나란히 입장했다. 두 정상이 만찬장에 들어서자 만찬 참석자들이 일동 기립해 박수를 보내며 환영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임명을 재가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두 정상이 앉은 테이블에는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건배 제의를 하기 전 장내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양국 국기를 향해 예를 표했고, 만찬장에는 미국 국가와 애국가가 차례대로 울려 퍼졌다.
이어 윤 대통령은 단상에 올라 환영 만찬 건배사를 건넸다. 윤 대통령은 "1950년 공산세력의 침략을 당했을 때, 미국의 청년들이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싸우며 목숨을 바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한미FTA는 양국에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관계는 더 깊어질 것이고 우리의 협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안보동맹을 넘어, 첨단 기술동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의 미래 비전을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그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 앞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바이든 대통령께서 좋아하시는 시인,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데 있었다고 했다'"면서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다. 우리는 세계시민의 자유와 인권, 국제 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게 손잡고 함께 걸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건배사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잔을 들며 윤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굉장히 생산적인 회의를 가졌고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우리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정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한미 장병이 나란히 싸워서 한반도를 수호했고, 한반도의 평화와 공동의 번영을 추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위대한 양국 동맹과 향후 수십 년간 번영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만찬장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명예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자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건배주로는 오미자로 담은 국산 스파클링 와인 '오미로제 결'이,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의 한국인 소유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에서 생산된 '바소 2017년'과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가 선정됐다.
만찬 테이블에는 우리나라의 특산물과 미국산 식재료를 조화시킨 요리들이 올랐다. 식전 먹거리로는 자색고구마, 단호박, 흑임자 등으로 만든 전병과 팥 음료가 제공됐다. 메인 요리는 팔도에서 나는 제철 나물들을 고추장 소스에 비벼먹는 산채비빔밥과 두부 완자탕였다. 또 간장 양념에 숙성시킨 소갈비 양념구이를 비롯해 강원양양 참송이 버섯죽과 침채, 횡성 더덕무침, 금산 인삼 야채말이, 해남 배추를 이용한 숭채 만두 등이 테이블에 올랐다. 디저트로는 이천쌀과 화이트 초콜릿을 이용한 쌀케익, 미국산 견과류와 오렌지 젤리·국내산 산딸기와 배 등 양국 식재료를 동시에 활용한 음식들이 마련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이날 환영 만찬에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이날 오후 7시 국립중앙박물관 입구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했다. 흰색 투피스 정장 차림에 올림머리를 하고 흰 장갑을 낀 김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이어 한미 정상과 김 여사는 경천사지 10층 석탑, 황남대총 북분 출토 금관, 청년4년 명동종 등 3개 작품을 함께 관람했다.
[김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