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인사 늦어지고 감사까지…술렁이는 금융위·금감원
입력 2022-05-18 17:46  | 수정 2022-05-18 20:06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금융위원장 내정설이 나온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임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조직이 술렁거리고 있다. 급기야 금융위원장 제청을 받아 임명되는 부위원장이 먼저 취임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금융회사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이 정작 정부의 감사 대상이 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최근 외환 자본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 불안이 심해지고 있어 금융당국 조직을 속히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김 회장은 금융위 정책국장, 사무처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거친 정통 금융 관료다. 하지만 다른 장관과 달리 금융위원장 인선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늦어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르면 금융위원장은 국무총리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총리 권한대행 자격으로 제청할 수 있지만 이 같은 방식은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금융위원장 임명이 예상보다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5월 임시국회 회기가 오는 29일 종료돼 대통령의 금융위원장 임명 이후 인사청문회까지 마치려면 남은 시일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6월 지방선거와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일정 등을 고려하면 금융위원장 인선이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금융위원장 내정 철회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금융위원장과 새 정부에서 임명된 부위원장의 어색한 동거 상황이 연출되면서 뒤숭숭한 조직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금감원도 상황이 비슷하다. 정은보 금감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차기 금감원장으로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 이석환 법무법인 서정 변호사, 박순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검사 출신 인사가 금감원장으로 선임된 선례가 없어 금감원 내부는 향후 거세게 불어닥칠 조직의 변화를 예상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당국인지, 사정당국인지와 관련한 역할부터 재정립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임직원 인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조직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있다. 정 원장은 작년 8월 취임 후 연말에 임원과 실·국장 인사를 단행했는데, 신임 원장이 취임하며 또 한 번 임원이 대거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상 금감원 임원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명시된 임기를 모두 채운 사례가 드물어 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정권이 바뀐 후 새로 취임한 금감원장이 임원을 전부 교체하는 선례도 있어 인사 폭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금융위원장보다 금감원장 인선이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 설치법상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편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2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진행하는 것도 조직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금감원이 우리은행에 대해 11차례 검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감사원이 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 원장은 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유동성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2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후 "거시적인 경제 불확실성 상황에서 유동성 관리와 부실자산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부실 문제와 관련해 (금융회사가) 사전적으로 충분히 관리하고, 금융회사들도 충당금을 많이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60억원대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관련해 "이런 사안이 왜 발견되지 못했고 오랫동안 관리되지 못했느냐에 대해 내부통제 문제에 중점을 두고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횡령 규모가 크고 10년 넘게 인지되지 않았던 측면에서 내부통제를 해야 하는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외부 감사를 해야 하는 회계법인과 이를 감독해야 하는 금감원 모두 주의를 더 기울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10여 년간 3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50억원 규모의 추가 횡령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16일 검찰에 고발했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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