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000억짜리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멈추는 이유는?
입력 2022-03-31 15:52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열차 운행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자기부상철도 도시철도 폐업을 결정했다. 자기부상철도가 만년 적자에 시달리자 우선 궤도시설로 변경해 운행 편수를 줄인 뒤 단계적으로 운영을 중단하겠다는 고육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31일 교통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인천광역시에 자기부상철도 운송사업 폐업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기부상철도 운영 방식 개선을 위해 현행 도시철도법에 의거한 운송사업을 종료하고, 궤도운송법 적용을 받는 궤도시설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1터미널과 용유역을 사이 6.1㎞ 구간을 잇는 자기부상철도는 지난 2016년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자기부상 기술 홍보와 공항 이용객 및 관광객들의 편의성 증진, 자기부상철도 수출 기회 획득, 경전철 산업 활성화 등을 목표로 개발비 1000억원에 건설비 3150억원 등 총 4000억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됐다.
자기부상철도 운행 형태를 변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저조한 이용률이 꼽힌다. 국내 유일의 자기부상열차로 하루 평균 2만명이 이용해 사회적 편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하루 평균 4000여명이 이용하는 데 그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조차도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300명대로 주저앉았다. 적자도 쌓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철도의 향후 30년간 유지관리비를 5349억원으로 추산했다. 한 해 평균 178억원 꼴이다.

공항공사가 도시철도법에 따라 자기부상열차를 운영하면 역사 및 철도 관리 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승객이 적든 많든 정해진 시간표대로 열차를 움직여야 한다. 사실상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인 셈이다. 승객들로부터 이용료를 받지 않아 수입도 거둘 수 없다.
반면 궤도운송법에 맞춰 자기부상열차를 운영하면 효율성이 높아진다. 운행 시간, 횟수, 노선, 열차 칸 수 조정 등이 가능하다. 안전 수검 등의 규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경우 유지관리비를 최대 2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시는 협의를 거친 뒤 이르면 다음 달 폐업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인천공항공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고려해 폐업을 받아들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자기부상철도 운영 방식이 궤도운송사업으로 바뀌면 많은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안전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고, 최종적으로 철도사업을 폐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고용 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보직변경, 정리해고를 걱정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일방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모는 궤도운송법 전환을 받아들일 수 없고, 국토부와 인천공항공사는 정부기관과 공기업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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