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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서 쓴맛본 개미들, 중국 국채로 눈 돌린다는데…[WEALTH]
입력 2022-03-18 17:18  | 수정 2022-03-18 20:36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중국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중국의 위안화는 '나홀로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화 표시 중국 채권의 포트폴리오 편입 매력이 높아졌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안화의 쓰임새가 높아져 당분간 위안화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 위주의 주식 비중을 일부 줄여 중국 관련 자산을 일부 편입할 것을 추천하고 있으며, 해외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중국 국채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 투자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6.34위안을 기록했다. 달러당 위안화값은 우크라이나 사태 직후에는 6.31위안까지 올랐었다. 이때 위안화 가치(올 2월 말 기준)는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1년 전에 비하면 무려 4% 올랐다. 위안화 가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값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위안화 가치가 올랐다는 뜻이다.
달러가 신흥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고 위안화는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 통화에서 위안화는 신흥국 통화 중에 압도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외환부문 관계자는 "달러가 강세면 중국 등 신흥국 통화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인데 작년 중반 이후 달러와 위안화가 동시 강세를 보이는 '이상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값과 비교해서도 위안화 강세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7일 기준 달러당 원화값은 1214.3원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1년 전(1123.7원)과 비교하면 원화값은 8%나 떨어졌다.
위안화 강세는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쫓겨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가 결정된 7개 은행은 러시아 국책은행이자 러시아 제2의 은행인 VTB를 비롯해 로시야은행, 오트크리티예은행, 노비콤은행, 소브콤은행, 프롬스비야지은행(PSB), VEB 등이다. 스위프트는 유럽 국가들의 규제에 따라 지난 12일(현지시간)부터 이 같은 제재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루블화가 급락하면서 러시아가 경제 위기에 몰렸고, 그 돌파구로 위안화를 찾고 있다.
실제 러시아는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이 16.4%로 가장 높지만 위안화 비중 역시 13.1%로 높은 편이다. '금융의 핵무기'로 불리는 스위프트 제재로, 달러 결제가 막힌 러시아가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또 다른 강세 이유로는 작년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 국제 자금의 지속적인 중국 시장 유입 등이 꼽힌다. 작년 중국의 수출액은 3조3640억달러로 전년보다 29.9% 증가했다. 여기서 수입액을 뺀 작년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6764억달러로, 중국 자체 통계 발표 이후 최대 규모다. 작년까지는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자유로워 제조업 가동이 원활했기 때문에 이 같은 흑자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위안화가 나홀로 강세를 보이면서 세계 자금도 지속적으로 중국에 노크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올 1월 신흥국 시장 자금흐름 통계에 따르면 신흥국 시장에서 중국에는 88억달러가 순유입한 반면 다른 신흥국에선 77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그러나 중국 자산의 두 축인 주식과 채권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미국은 친러시아 성향의 중국에 대해 '미국 내 중국 기업 상장폐지'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은 물론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기업들 주가까지 급락세를 보여 투자 주의보가 켜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중국 주식 대신 채권 투자가 낫다는 의견이다.
홍콩계 자산운용사 프리미어 파트너스의 김찬영 이사는 "러시아 등 각종 글로벌 돌발 변수로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도 최근 3.2%까지 올라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이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저점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 주식보다는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변동성이 작고 리스크도 낮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안화 강세를 예상해 고액 자산가들에게 중국 국채 ETF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이후 이달 15일까지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27위에 '반에크 JP모건 신흥국 통화 채권 ETF'(티커명 EMLC)가 올라왔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순매수 규모는 350억원으로, 그 유명한 미국 주식 스타벅스(316억원)마저 따돌렸을 정도로 인기다. EMLC는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등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인데 중국의 투자 매력 상승에 따라 순매수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다른 신흥국과 섞이는 것 없이 오로지 중국 국채 ETF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미국에 상장돼 있는 CBON이 대표적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반에크가 2014년 11월부터 운용하고 있으며, 운용 보수 수수료율은 0.5%로 다소 높은 편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은 6%였으며, 2년 16.8%, 3년 17.3%로 안정적인 상승률을 보여왔다. 주로 중국 국채와 국영기업 우량 회사채들로 구성돼 있어 변동성이 낮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일평균 거래량이 올 들어 10만주 수준으로 낮은 편이어서 환금성(현금화)에 약점이 있다.
CBON과 달리 유동성이 풍부해서 거래가 잘되는 중국 국채 ETF로는 독일 등 주요 유럽 국가에 상장돼 있는 CNYB가 꼽힌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 중이며 운용 보수율도 0.35%로, CBON보다 싸다는 장점이 있다.
자산의 절반을 중국 국채로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배당수익률도 2.75%로 준수한 편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프리미아 중국 장기국채 ETF'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국채 중 10년 이상의 초장기물에 주로 투자하지만 일부 정책은행 채권도 담고 있다.
김찬영 이사는 "신흥국 국채 투자는 환율 리스크와 함께 금리가 오를 위험성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며 "중국의 경우 위안화 강세와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로 어느 정도 수익성이 담보돼 있어 투자 유망처"라고 내다봤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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