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준석 사퇴' 성토에…하태경 "내치면 진다" vs 전여옥 "김제동 쌍둥이"
입력 2022-01-06 13:34  | 수정 2022-04-06 14:05
(왼쪽부터) 전여옥 전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국힘 원내지도부, 이준석 사퇴 결의 제안
하 "냉정히 생각해야…세대 냉전 될 수도"
전 "李는 윤석열 저격수-이재명 도우미"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의원총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를 결의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야권 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를 내치면 진다고 그를 엄호했으나 전여옥 전 의원은 이 대표를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제동에 비유하며 "이름만 다른 유전자 변형 쌍둥이"라고 비꼬았습니다.

하태경, '이준석 사퇴' 공개 반대 "尹에 도움 안 돼"

(왼쪽부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오늘(6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오늘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의총인데 당 대표가 변하는 모습을 아직 볼 수 없다"며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이제 당 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을 할 때가 됐고 여기서 결정하자"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대다수가 이 대표 사퇴에 찬성했고, 하 의원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습니다.

하 의원은 의총 중 퇴장해 기자들과 만나 이번 결의 제안에 대해 "원내대표단의 의견은 아니다. 추 의원이 개인적으로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토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 의원은 "우리 후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이 대표 사퇴를 결의하는 게 도움이 안 된다"며 "이 대표 문제는 우리 후보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그는 의총에서도 "우리 의원들과 전통적인 지지층이 (이 대표에게) 아주 큰 불만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오늘 이 대표 사퇴를 의총에서 결의하면 이번 선거는 세대 결합이 아닌 세대 내전으로 간다. 우리끼리 싸우다 끝나버린다. 자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금 2030이 신규 지지층으로 우리 당에 들어왔는데, 아직도 우리 의원들은 신규 지지층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다"면서 "이분들(2030 세대)은 우리가 잘하는지, 이 대표를 어떻게 다루는지 지켜보고 있다. 만약 이 대표를 내치면 대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우리 적군이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또 (이 대표가) 분란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이제는 서로 대전략이 똑같아졌기에 걱정 안 하셔도 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세대결합론 전략으로 변경하는 등 이준석 노선을 수용하면서 이 대표가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전여옥 "이준석, 겉만 30대…윤석열이야말로 영원한 청년"


그러나 이 대표에 대한 전 전 의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전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 의원이 이준석을 보호하는 모양인데, 저는 이미 울산 모임(지난해 12월 3일) 때 이 대표가 두고두고 분란을 반복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이 대표는 소름끼치는 '정치 괴물'"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전 전 의원은 "26살 때 박근혜 키즈로 정계에 들어온 이 대표는 방송에서 '전여옥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배신자'라고 답했다"면서 "그런데 진짜 놀랐던 것은 방송이 끝난 후 저에게 달려와서 생글생글 웃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했던 90도 인사를 하고는 '제가 점심 한 번 모시게 시간 내주세요' 하는 것"이라고 회상했습니다.

그는 "그 순간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중진 의원들도 하기 어려운 행태를 이 26살짜리가?"라며 "그때 이 대표는 청년이 아니다, 순수함이라곤 없다고 느꼈다. 노회한 여의도 공식이 탑재돼 있지 않는 이상 당 대표면서 윤석열 저격수를 하고 이재명 도우미를 하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마이너스 3선임에도 제갈공명 흉내를 내는 이 대표는 사시는 물론, 법대 근처에도 얼쩡거린 적 없는데 헌법 해설책을 낸 김제동과 이름만 다른 유전자 변형 '쌍둥이'"라며 "이 대표는 겉만 30대고 그 속은 닳은 대로 닳아빠진 너덜너덜한 김종인이다. 2030이 가진 순정, 그런 것 없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아울러 "이준석은 2030 젊음이 아닌 36살의 가면을 쓰고 2030 팔이를 하는 대국민 사기꾼에 불과하다"며 "나라와 국민에 충성하지, 절대 개인에 충성하지 않았던 윤 후보야말로 영원한 청년, 진짜 2030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與 윤건영도 쓴소리 "李, 썩 상쾌해 보이지 않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유엔대표부 제공

지난달 중순부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문제 등으로 이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여권 내 대표적 친문 인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가했습니다.

윤 의원은 오늘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남의 당 대표에 대해서 가타부타 말하는 것이 적절치 않지만 지금 이 대표가 하고 있는 모습이 솔직히 썩 상쾌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질책했습니다.

그는 "이 대표가 윤핵관에게 계속 물먹고 있고 밀리고 있고 싸움에도 지고 있는 등 처지가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말투나 워딩 등 표현들에 가시가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당원들이 이 대표가) 당 대표인데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계속 갈등이 잠복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준석 사퇴 가능할까?…당원소환제, 실제로 시행되긴 어려울 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한편,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대표 사퇴 결의 제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당헌에 따르면 당 대표 탄핵은 근거가 없습니다. 당원소환제가 있지만 투표 혹은 의원총회 의결로는 당 대표를 끌어내릴 수 없는 것입니다.

당헌에는 '당원은 법령 및 당헌·당규, 윤리 강령을 위반하거나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해당 행위를 한 당 대표 및 선출직 최고위원을 대상으로 소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당원소환제가 명시됐습니다.

다만 실제 당원소환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전체 책임당원 100분의 20 이상, 각 시·도당별 책임당원 100분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시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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