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포커스M] 급변하는 '어장 지도'에 어민들 울상…겨울에 팔지도 못하는 여름 어종 잡혀
입력 2021-12-28 19:20  | 수정 2021-12-28 20:28
【 앵커멘트 】
한겨울에 무슨 고수온이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지금 우리나라 바다는 그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습니다.
동해에서는 그 흔하던 문어가, 남해에서는 멸치가 잡히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표층수 온도가 세계 평균보다 높으면서, 어장지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장진철, 강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한낮에 한창 바다에서 조업을 해야 할 문어잡이 배들이 항구에 정박해 있습니다.

새벽부터 나서도 아예 못 잡는 날이 허다하다 보니 아예 포기한 겁니다.

▶ 인터뷰 : 윤근호 / 강릉시 연승연합회 사무국장
- "지금 이 시기에 (문어) 5~10kg씩은 꾸준하게 잡아 들어오는 편이었거든요. 지금은 거의 구경을 못 하고 들어오는 편이니까."

주문진의 대표 어종인 오징어와 붉은 대게는 최근 10년 사이 어획량이 절반 넘게 줄었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연간 30만 톤이 잡히던 명태는 이제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차가운 물을 찾아 러시아 해역으로 북상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쪽에서 주로 활동하던 고래가 최근 들어 동해에서 잇따라 잡히고 있습니다.

양양 동호해변 앞 해상에서 죽어 있는 밍크고래가가 발견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강릉과 고성 앞바다에서 밍크고래 2마리가 잇따라 혼획됐습니다.

이렇게 동해안 어종이 급변하면서 어민들은 울상입니다.

▶ 인터뷰 : 김형식 / 강릉지역 어민
- "어종이 다 고갈돼서 어민이 살기 너무 힘듭니다. 직업 전향을 하려해도 뒤따르는 추가 비용도 워낙 많이 들고…."

▶ 스탠딩 : 장진철 / 기자
- " 이 같은 상황은 동해안 북부에 그치지 않습니다. 남쪽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국 마른 멸치의 절반을 생산하는 남해안 어장도 고수온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통영의 멸치 위판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줄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소비 심리도 얼어붙어 멸치값은 30% 넘게 폭락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멸치를 잡을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세금 등 비용을 줄이려면 배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

▶ 인터뷰 : 정정애 / 멸치배 선주
- "배는 안 나가지 기름값은 자꾸 올라가지 하니까 할 수 없이 나는 죽어도 못 하겠다 감척을 해 줘라…"

▶ 스탠딩 : 강진우 / 기자
- "고수온의 영향으로 어획량이 꾸준히 감소하자, 경남의 52개 선단 가운데 17개 선단이 배를 줄이는 감척을 신청했습니다. "

제철이 아니면 팔리지도 않는데 엉뚱한 어종이 잡히는 것도 문제입니다.

▶ 인터뷰 : 김형태 / 어류 도매인
- "겨울 어종인 줄돔이나 감성돔, 이런 고기들이 제철에 잡아야 하는데 지금 안 잡히고 있습니다. 여름 어종이 잡히다 보니까 이 고기들을 폐사시키거나…"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바다의 표층수 온도는 1.1도 상승했는데, 세계 평균보다 높습니다.

▶ 인터뷰 : 이준수 /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박사
-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감축 없이 지속적으로 배출하게 된다면 앞으로 2100년에는 우리나라 바다가 약 4~6도까지 수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 결과를 얻었습니다."

어장 지도가 급격히 변화하는데, 이에 맞는 생태계 기반의 수산 정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민들의 한숨은 점점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포커스 M이었습니다.

영상취재: 진은석 정의정 기자
영상편집: 김혜영, 이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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