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안산을 지켜주세요
입력 2021-07-30 20:12  | 수정 2021-07-30 20:55
'도쿄 올림픽은 48.8%의 여성이 참여하는 첫 성 평등 올림픽이 될 것입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도쿄 올림픽 개최에 앞서 한 말입니다. 여성 참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제1회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을 생각하면, 도쿄 올림픽에서 여성의 활약은 눈이 부실 정도지요.

그런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3개나 따내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한 궁사, 안산 선수에 대해 온라인에서 비난 댓글이 쇄도해, 급기야 양궁협회 홈페이지에 '안산 선수를 보호해주세요.'라는 글까지 등장했습니다. 안산 선수가 뭘 잘못했거나 실언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짧은 머리카락, 숏커트가 빌미가 됐지요.

일부 네티즌들이 짧은 머리와 여대 재학생이라는 점, 온라인 용어 몇 개를 두고,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라며 양궁협회 홈페이지, SNS에까지 찾아가 집단으로 괴롭히고 있거든요. 심지어 금메달을 반납하라면서요. 역시 짧은 머리인 배구 김희진, 태권도 이다빈, 사격 박희문 선수 등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결국 이에 분노한 여성들이 '여성 숏커트_캠페인'에 나섰는데, 류호정,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배우 구혜선, 방송인 김경란 등이 숏커트 사진을 올리며 여기 동참했습니다.

그럼 운동선수가 머리를 기르면, 칭찬을 받을까요. 아닙니다. 꾸미느라 운동을 안 했다고들 합니다. 짧은 머리를 하면 '페미' 낙인을 찍고, 긴 머리를 하면 운동을 열심히 안 했다고 하니,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까요, 왜 이들은 여성 개인의 신체를 통제하려는 걸까요.

'머리를 자를 수는 있어도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

고종이 단발령을 내리자 부모에게 받은 신체발부를 훼손할 수 없다며 목숨까지 내던졌던 1895년. 지금의 여성들에게 125년 전 그때를 강요하는 건 아니겠지요.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얼마나 평등하게 존중받는가, 그래서 사회에서 얼마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가는 선진국으로 가는 출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안산을 지켜주세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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