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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김연경, 져달라는 케냐 선수에 "국대 은퇴 전까진 안돼"
입력 2021-07-28 20:01  | 수정 2021-07-28 20:19
【 앵커멘트 】
도쿄올림픽 이야기 조일호 기자와 더 나눠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 질문 1】
태권도 얘기부터 해보죠.

어제로 태권도 경기가 모두 끝났는데,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하나도 못 땄네요.

【 답변 1】
네, 우리 선수들 끝까지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준결승전에서 이다빈 선수가 단 1초를 남기고 보여준 막판 버저비터 발차기는 정말 짜릿했는데요.

그런데 우리 대표팀의 성적표를 보면 은메달 1개에 동메달 2개로 금메달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1개도 못 딴 건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질문 2】
그렇군요.

그래도 명색이 태권도 종주국인데 체면을 구겼다고 봐야 할까요?

【 답변 2】
네, 누구보다 선수들이 가장 아쉽겠지만 종주국 자존심에 금이 간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종주국의 역설'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태권도가 세계화가 너무 잘 돼서 전 세계적으로 전력도 비슷해졌고 걸출한 선수들도 많이 배출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번에 태권도에 걸린 금메달이 8개였는데 어느 한 나라가 독식하지 않고 7개국이 골고루 나눠 가졌습니다.

【 질문 3】
그만큼 태권도가 세계인의 스포츠로 자리잡았나보네요.

메달 소외국의 희망이 됐다고도 하던데요?

【 답변 3】
맞습니다.

실제로 태권도에서 메달을 따낸 국가들을 보면 세르비아,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이른바 메달 소외국들이 많은데요.

우리나라가 금메달을 따기 어려워져서 아쉽지만, 한편으론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 같습니다.

【 질문 4】
그렇군요.

태권도가 그만큼 전 세계에 퍼진 비결이 뭘까요?

【 답변 4】
네, 저도 어릴 때 태권도를 배웠는데 생각해보면 가서 태권도만 한 게 아니라, 인성교육도 하고 가끔 캠프도 갔던 기억이 납니다.

체력도 기르고 예절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특별한 장비도 필요없으니 크게 돈 들 일도 없죠.

또 태권도를 단순히 학원 개념을 넘어선 'K-보육 시스템'이다, 이렇게도 표현하는데 외국 어린이들이 발차기도 하고 피자도 먹고 놀이도 하는 사진을 보면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덕분에 연맹에 가입된 회원국 수도 어마어마한데요.

실제로 비교를 해보면 UN 회원국이 193개국, 국제올림픽위원회죠, IOC가 206개국인데 세계태권도연맹 회원국은 210개국이나 됩니다.

피파 회원국이 211개국이니까 회원국 수로만 보면 축구와 비슷한 위상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뉴욕타임스도 "K팝 이전엔 태권도가 가장 성공적인 문화 상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질문 5】
하긴 외국에선 태권도 선수가 국민 영웅 취급을 받기도 하던데 종주국의 역설이라고 할 만 하네요.

그런데 그리스에서 탁구 정영식 선수를 향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요?

【 답변 5】
생각할수록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어제 그리스의 국영방송에서 나왔습니다.

남자 탁구 단식에서 정영식 선수가 그리스 선수를 4대3으로 역전승해서 16강행이 확정된 직후의 일인데요.

바로 이 장면입니다.

해설자가 손으로 눈을 가리킨 후에 손가락을 까딱까딱하죠.

그리곤 "그 작은 눈으로 공이 왔다갔다 하는 걸 어떻게 보냐"면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놓고 웃기까지 합니다.

논란이 커지자 방송사 측은 "인종차별적 발언은 설 자리가 없다"면서 해당 해설자와의 계약을 종료했다고 밝혔습니다.

【 질문 6】
그리스는 실력으로도 지고 인성으로도 진 셈이네요.

배구 얘기를 좀 해보죠, 어제 여자배구 대표팀이 케냐를 3대0으로 이겼는데 경기가 자정이 지나서 끝났다고요?

【 답변 6】
네, 우리 여자배구 대표팀이 어제 케냐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는데요.

그런데 원래 밤 9시45분에 예정된 경기가 밤 11시가 다 돼서야 시작했고, 자정을 넘긴 오전 12시 30분에 끝나는 바람에 졸린 눈 비빈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시차도 없는데 배구를 웬 새벽까지 하냐, 하실텐데요.

도쿄올림픽 조직위의 시간 배정이 원인이었습니다.

보통 배구 경기가 1세트당 30분 정도, 최대 5세트까지 가면 2시간 30분까지도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을 고려해서 넉넉하게 경기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조직위에서 경기당 시간을 고작 2시간으로 잡아놨고, 앞 경기가 5세트까지 가는 바람에 우리 대표팀도 계속 기다려야 했던 겁니다.

▶ 인터뷰 : 김연경 / 배구 국가대표
- "대기 시간이 되게 많이 길어서 제가 몸을 풀다가 또다시 로커에 들어갔다가 또다시 몸을 풀고 계속 반복적으로…."

【 질문 6-1】
엄청 힘들었을텐데요.

그런데 김연경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케냐 선수와 유쾌한 대화도 했다면서요?

【 답변 6-1】
네, 경기 끝나고 마무리까지 하니 새벽 1시가 다 됐는데, 김연경 선수가 워낙에 유명하다보니 케냐 선수들이 와서 한마디씩 말을 걸었다고 하는데요.

월드클래스답게 피곤한 기색도 없이 유쾌한 대화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케냐 여자배구 선수
- "한 세트만 져주지 그랬어요."

▶ 인터뷰 : 김연경 / 배구 국가대표
- "제가 국가대표 은퇴하기 전까진 안돼요."

【 질문 7】
국가대표 은퇴 전까진 한 세트도 내줄 수 없다, 멋있네요.

대화는 유쾌하게 했지만 내일 또 경기가 있는데 얼마나 피곤했을까요.

조직위의 어설픈 운영이 아쉬운데, 이거 말고 또 있다면서요?

【 답변 7】
네, 이번엔 도시락입니다.

일본의 한 언론이 도쿄올림픽 경기장에서 포장도 안 뜯은 새 도시락이 매일 수천 개씩 버려지고 있다고 보도한 건데요.

코로나 때문에 도쿄올림픽이 무관중 경기로 전환되면서 자원봉사자 수가 줄어들었는데, 봉사자들을 위한 도시락은 개수 조정 없이 그대로 발주가 되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동안 골판지 침대 등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해 왔는데 실상은 딴판이었던 셈입니다.

【 앵커멘트 】
코로나로 힘든 사람도 많은데 이런 주문 참사로 멀쩡한 음식이 폐기되는 게 안타깝네요.

지금까지 조일호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 임채웅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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