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그런데'] 5월의 '뻔뻔한 사령관'
입력 2021-05-13 20:08  | 수정 2021-05-13 20:46
'뉴스가 나가야 바깥사람들이 알 거 아니야.
당신 기자니까 찍어줘.'

영화 '택시운전사'는 40여 년 전 광주에서의 진실을 전하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당시 신군부와 맞서 싸운 이는 대단한 영웅들이 아니었습니다. 월세 때문에 고민하는 평범한 가장, 택시운전사,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을 막아선 건 전두환 씨가 이끄는 공수부대, 사복 경찰, 탱크와 총 칼이었죠.

최근 당시 계엄군이었던 가해자의 입에서 시민들을 조준 사격했다는 생생한 진술이 나왔습니다. 과격한 시위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포했다는 전두환 신군부의 '자위권' 주장이 허구라는 증거가 또 하나 나온 거죠.

하지만 정작 5·18의 원인 제공자 전두환 씨의 입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습니다. 사과는 커녕 오히려 으름장을 놓고 있죠.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진실을 말해야 할까요. 얼마나 더 많은 증거들이 나와야 할까요. 이제 남은 진실은 누가 발포 명령을 내렸는가뿐인데 누굴까요.

50여 년 전 서독의 총리 '빌리 브란트'가 폴란드를 방문해 유대인 희생자 추모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건은 전 세계에 많은 감동을 줬습니다. 나치가 벌였던 전쟁과 잔혹 행위에 대한 독일인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유가족들은 가해자가 반성한다고 희생자들이 돌아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단지 가해자가 인정하고 미안하다 한마디 하는 것, 그것으로 희생자가 불의에 저항하다 억울하게 숨졌음을 확인받고 위안을 받으려는 것뿐입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또 있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전두환 씨는 이 할머니들의 일본을 향한 진심이 담긴 사과 요구에 대해 뭐라고 할지 참 궁금합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5월의 '뻔뻔한 사령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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